절제의 기술 - 유혹의 시대를 이기는 5가지 삶의 원칙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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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

단 하나, 유혹만 빼고.

-오스카 와일드-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는 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덕목, 절제.

물건을 사서 쟁여놓는다거나, 뭔가 하나에 꽂히면 주체할 수 없이 빠져든다거나, 뭔가를 흥청망청 쓰는 이들에게 돌아오는 촌철살인 두 글자, 절제.

 

살다보면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이 참 많다. 술, 돈, 게임, 스마트폰, 드라마, 쇼핑, 커피, 야식 등. 이 외에도 우리는 도처에 널린 만물의 먹잇감이다. 어느 날은 미치도록 벗어나고 싶지만 어느새 그 속에서 허덕이는 나를 발견한다. 절제하는 삶은 어떤 삶일까? 절제하는 삶을 영위하면 나는 행복해질까? 꼭 모든 것을 다 끊고 줄여야만 절제하는 삶일까?

 

스벤 브링크만의 <절제의 기술>은 유혹의 시대를 이기는 5가지 삶의 원칙을 제시한다. 덴마크에서 가장 신뢰받는 대중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그는 이 책에서 내려놓는 삶의 즐거움(JOMO, Joy of Missing Out)을 다룬다. 남에게 뒤처지고 흐름을 놓치는게 두려워 유혹만 계속 좇다 보면, 욕망에 휘둘려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한다.

 

내 마음을 지키는 절제의 5원칙

1. 선택지 줄이기

2. 진짜 원하는 것 하나만 바라기

3. 기뻐하고 감사하기

4. 단순하게 살기

5. 기쁜 마음으로 뒤처지기

 

이 5가지를 실천하며 살아가는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물론 처음 며칠은 시도하려 애를 쓸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는?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유인즉슨, 그동안 안주하며 살아온 현실에 우리는 너무도 길들여졌고, 절제를 생활화하기엔 아직 습관화가 되지 않아서이다. 특히나 5번째 '기쁜 마음으로 뒤처지기',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뒤처지다'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하물며 그것으로도 모자라 기쁜 마음으로? 여기서 뒤처진다는 말을 단어의 뜻 그대로 곡해하지 말기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페이스대로 살아간다. 하지만 이 사회는, 미디어는 우리에게 자꾸 '더 빨리, 더 많이'를 강조한다. 마치 그렇게 살지 않으면 손해보거나 뒤처지는 것처럼 어느 순간 세뇌당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 말하는 '절제'는 엄격한 금욕주의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쓰고 중요하지 않은 수많은 일에 마음을 쏟느라 정작 우리가 마음을 써야 할 중요한 가치들을 놓쳐서는 안 됨을 시사한다. 이 부분은 현재의 내 삶에 큰 경종을 울린 부분이다.

 

나는 뭔가 하나에 꽂히면 몸살이 날 정도로 몰두하는 편이다. 온몸을 혹사시킬만큼 성에 찰 때까지 나 자신을 몰아부치다가 마지막 불꽃이 사그라들 즈음에야 제풀에 꺾여 나가떨어지는 성격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독서에 몰두해 미친듯이 읽어내려가 다른 것을 좀처럼 손대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딱 한 편만 봐야지!' 해놓고 밤새 틀어놓는 '넷플릭스 개미지옥'과도 같달까?

 

주변에 보면 통장이 '텅장'이 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마치 책 수집가처럼 읽지도 않는 책을 맘에 든다고 마구잡이로 사서 쌓아놓거나, 옷을 사재기 한다거나, 술을 미친듯이 퍼마신다거나, 남들이 하는 것을 나도 안 하면 뒤처진다는 생각에 무작정 유행을 좆는다거나, 일의 우선순위가 없이 이것저것 손을 대다가 결국 아무것도 이룬게 없다거나, 자신의 쾌락을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쳇바퀴를 도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어쩌면 이 책의 내용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비슷한 류의 책들을 찾아 읽고 또 읽는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짐작된다. 물론 다양한 책속에 다양한 지혜와 비법이 담겨있지만. 수많은 자기계발서, 심리학 에세이, 실용서, 지침서 등을 찾아 읽기만 한다면 과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또한 절제하지 못하고 남용하는 것일 뿐이다. 먼저 하나에 집중해보자. 그것이 곧 우리가 실생활에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절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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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게네프의 햄릿과 돈키호테 교양 고전 Pick 1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임경민 옮김 / 지식여행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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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 시인이 살아온 환경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괴테-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 의문점이 생겼다.

왜 하필 둘이? 비교 아닌 비교 대상으로 엮인 이유가 궁금했다.

저자 투르게네프는 <햄릿>과 <돈키호테> 두 인물을 비교함으로써 무엇을 알리고자 한 것일까?

이 두 인간형은 우리가 살던 이전 시대에도 존재했었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책 속에 담겨 있는 이 두 인간상에 대해 찬찬히 알아보기로 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과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제 1권은 17세기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되던 해에 동시에 출간되었다. 이 두 작품이 동시에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은 심상찮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두 작품을 몇 가지 관점에서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1장-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같은 듯 다른 인생, 2장-햄릿과 돈키호테, 3장 햄릿과 돈키호테 안의 광기 등의 주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2장은 햄릿과 돈키호테의 인간상을 구체적으로 재조명하고 있으며, 책을 읽는 동안 두 인물에 대한 나의 의견을 반문하며 읽어내려갔다.

 

1장은 셰익스피어의 일생과 작품 <햄릿>의 줄거리, 세르반테스의 일생과 <돈키호테>의 줄거리, 그리고 간략한 시대적 배경이 소개된다.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햄릿과 돈키호테가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두 인물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지, 햄릿과 돈키호테가 군중, 이른바 인간과 맺고 있는 관계의 가치는 무엇인지, 그들이 각기 사랑했던 오필리아와 둘시네아와의 관계, 사랑에 대한 햄릿과 돈키호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투르게네프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어느 면에서 다르고 또 어떤 점에서 같은지 강조해둘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전혀 다른 듯한 두 인물에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두 시인이 정확히 같은 날인 1616년 4월 23일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3장에서는 햄릿과 돈키호테의 광기어린 정신에 대해 알아본다. 돈키호테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미친 사람이지만 햄릿은 확실히 광기에 사로잡혀 있다. 이 둘은 미친 상태로 불의와의 전쟁에 나선다. 그러나 이 광기에는 심오한 지혜가 담겨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두 유형의 인간 중 어느 한쪽이 우월한지 열등한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햄릿은 우유부단하고 내적 갈등이 강한,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끝내 비극을 맞는 인물, 돈키호테는 엉뚱하고 무모하고 때론 저돌적이어서 주변 사람이 피곤하겠구나 싶은 이미지였는데 다 읽고 나니 머릿속에 있던 편견들이 씻겨내려갔다. 특히나 돈키혼테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그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유형의 인물이었음을..

물론 두 인물이 어떤지 판단하는 것은 작품을 읽은 독자의 몫이지만, 혹여 두 인물에 대한 집중탐구를 원한다거나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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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 어른이를 위한 세계지도 읽고 여행하는 법
서지선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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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사회시간은 늘 꾸벅꾸벅 졸던 시간이었다.

그 때는 늘 한자리에 머무는 것을 즐기던 성격이라 여행에 관심이 없었고 나라, 역사, 지리 등엔 통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외국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고 덩달아 그들의 나라, 문화 등에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딱 떠오르는 한 마디. '왜 이제야 나타난거야!!'

제목 그대로 정말 떠먹여준다. 디저트까지 후하게 준다!

독자는 그저 작가가 떠주는대로 야금야금 받아먹기만 하면 된다.

손 안대고 얼마나 편한가!

나의 학창시절에 이 책이 나왔더라면 나는 당장 고리타분한 교과서를 집어던지고 이 책을 택했을 것이다.

 

일단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면 에피타이저로 프롤로그를 통해 세계지도를 읽는다는게 무엇인지 간략히 소개된다. 이후 1장~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에필로그와 부록으로 여행자들의 로망인 '세계 196개국 체크리스트'가 화려한 막을 장식한다.

 

먼저 1장은 지도의 구성과 용어들이 큼직한 도표들과 함께 표기되어 있어 한눈에 알아보기 쉽다. 이 부분은 약간 교과목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지도를 읽을 수 있으려면 용어는 짚고 넘어가는게 좋으니 모르는 부분은 체크해보며 읽는게 좋을 듯 하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은 점검차 쓰윽 읽어내려가면 되겠다. 중간중간 깨알팁도 나오니 자칫 지루해할 독자들을 배려한 작가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인다!

 

2장은 지리의 힘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장이다. 지리가 갖는 힘은 곧 그 나라의 주권, 문화, 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것과 세계지도에 드러나는 세계의 논리, 국경선을 유리하게 긋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등의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다. 지도를 볼 때 태평양 중심의 세계지도와 대서양 중심의 세계지도가 주는 느낌은 엄연히 다른 듯 하다. 대서양 중심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너무너무 작아보여서 외국 나가면 코리아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던게 어찌보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지금에서야 K-POP 열풍으로 그 현상은 좀 덜해졌지만.. 우리가 동양인으로 불리우는 이유도 그들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동쪽에 있기에 동양인이라는..

 

읽는 내내 그동안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정보들도 알 수 있어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홍콩과 마카오도 나라인가? 호주 안에 또 다른 나라가 있다? 등의 내용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궁금증을 해소시킬 수 있다.

 

또한 영토를 둘러싼 정치적 분쟁에 관한 내용이나 피부색을 중심으로 나누는 인종에 관한 내용과 인종 차별 등 단순히 지리적으로 이렇다 저렇다는 내용에서 더 나아가 정치, 경제, 사회적인 부분들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3장에서는 여행자를 위한 세계 기후 읽기에 관한 내용이 소개된다. 특히나 여행간다고 하면 나처럼 아무 생각없이 들떠서는 짐가방만 싸놓고 가서 가져온 옷들과 그 나라의 기후가 안 맞아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작가의 기후에 관련된 여행 경험담 등이 볼거리를 제공하니 이 부분은 필히 읽어보길 권한다!

 

4장은 누가누가 잘나가나 알아보는 기네스북 기록 시간, 아니 모험가를 위한 세계지도 탐험이 펼쳐진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등 스케일이 남다른 이것들을 맞춰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이 여타 다른 여행책들이나 사진집과 다른 점은 세계지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는 책이 거의 없어 독창적이라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단순히 어느 여행지가 좋은지, 볼거리, 먹을거리는 무엇인지만 알고 갔던 나에게 이 책은 너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나니 마치 내가 세계 곳곳을 빠삭하게 알게 된 듯한 기분이랄까? 그리고 세상에 좀 더 관심이 생겨 자세히 알아가고픈 마음도 생긴다. 여러번 더 읽어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픈 욕심도 생긴다. 그만큼 구매각, 소장각이다! 북커버 안쪽에는 이렇게 세계지도가 떡하니 펼쳐져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도에 관심있는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누구나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특히 청소년들에게 선물해주면 좋을 듯 싶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다양한 사진과 군더더기 없는 설명이 한눈에 들어오고, 교과서의 부가자료로도 손색이 없으니 부디 두 손에 꼬옥 쥐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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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같은 당신께 겨울 같던 우리가 이달의 장르
가랑비메이커 외 20인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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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조각인 줄 알았던 당신이 내 삶의 바탕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

 

거울 같은 당신께 겨울 같던 우리가 긴 침묵을 깨고 말을 겁니다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머니'와는 또 다른 느낌의 세 글자가 주는 그 오묘한 감정들의 여운, 아.버.지.

솔직히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크게 남아있지 않는 나이기에, 이 세 글자가 주는 의미를 이 나이 먹어도 잘 헤아리지 못한다. 그래서 궁금했다. 다른 이들은 아버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들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

 

 

이 책은 스물 한 명의 자녀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에세이, 시, 소설, 편지, 만화, 설문, 인터뷰 등 다양한 장르로 쓰여 있어 각 장르별로 전해지는 느낌도 다르다.

그 속에는 사랑, 애틋함, 그리움, 슬픔 등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 진솔한 마음들 앞에 나의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아버지.. 당신은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읽으면서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큰 버팀목, 누군가에게는 떼내고픈 멍울, 누군가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먹먹함.

어려서는 큰 산처럼 여겨지던 존재가 어느새 나이들어 늙어가는 그 뒷모습에 지나온 세월들을 짊어지고 가는 것 같아 왠지 모를 미안함과 고마움이 공존하게 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아버지라는 것을..

 

 

책 제목이 더욱 와닿았던 건, 거울처럼 아버지를 닮아가는 내가 어쩔땐 너무 용납할 수 없었고, 그래서 아버지를 향한 겨울처럼 차가운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책을 읽고나서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이들의 마음 중 어떤 마음을 공감했는지, 어떤 마음을 느껴보고 싶었는지를.

 

 

그동안 어머니에 대한 내용의 책들은 수없이 읽어왔지만 정작 아버지는 처음이라 사실 낯설기도 하고, 감정이입까지 어려움이 있었다. 나와는 너무도 다른 감정들이기에..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애틋함 앞에 책을 읽는 동안 솟구쳐 오르는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전해져 나는 어쩔 줄 모르는 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흘렸던 눈물은 사실 아버지를 생각해서 흘린 눈물이 아닌, 이들처럼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열 수 없는 내 서글픔 때문은 아니었을까? 한동안 멘소레담을 바른 것처럼 두 눈이 화끈거리고 따끔따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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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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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어

 

티나 에번스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잘나가는 쇼 제작자로 아들 대니를 홀로 키우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캠핑을 떠난 대니가 의문의 버스사고로 사망하게 된 소식을 듣게 된다. 전 남편 마이클과도 이혼한 채 홀로 대니를 키우며 살아온 그녀는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에 홀로 남은 절망감을 안고 살아간다. 1년의 시간이 흐르고, 우연히 길에 정차된 차안에 대니와 닮은 아이를 보고 마치 그녀의 아들이 살아돌아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 날을 기점으로 그녀에게는 예기치 못한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진다. 아들 대니가 꿈에 나타나 살려달라고 외치는 악몽을 꾸거나 아들의 방에 놓인 이젤에 '죽지 않았어'라는 메시지가 보이고, 심지어 아들의 방과 자신의 사무실에있는 물건들이 움직이고 마치 아들이 살아있다는 듯한 메시지들이 나타나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

 

어느 날 티나는 자신의 쇼 [매직!]의 VIP 시사회에서 엘리엇 스트라이커를 소개받게 되고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 그들은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티나는 자신의 아들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엘리엇에게 털어놓게 된다. 자신 앞에 벌어지는 초자연적 현상에 불안감과 의구심을 동시에 갖게 된 티나는 죽은줄로만 여겼던 아들이 어딘가에 살아있음을 직감하고, 이것은 아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다며 직접 찾아나서기로 한다.

 

이 소설은 작가 딘 쿤츠가 40년 전 '리 니콜스'라는 필명으로 쓴 여섯 권의 소설 중 하나로 초판본의 내용을 수정하여 1996년 재출간한 개정판을 번역본으로 따랐다고 한다. <어둠의 눈>은 액션, 서스펜스, 로맨스와 더불어 초자연적 현상을 섞어쓴 그의 초기작이다. 어떤 강렬함이라든가 인물의 깊이, 복잡한 주제나 전개 방식은 없고, 목이 바짝 타오르는 공포감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처음에는 초자연적 현상을 기반으로 약간의 공포심이 조여온다. 특히 나처럼 호러물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 이들이 밤에 읽으면서 상상하면 살짝 한기가 느껴질만큼 무서움이 들긴 하다. 거기에 액션과 스릴이 가미되어 서스펜스의 향연을 이루다 그 안에 로맨스와 뜬금없는 유머, 과학 실험, 어설픈 히어로 끼가 섞여있어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전개가 볼만 하다. 또한 잃어버린 아이, 또는 어린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헌신적인 어머니라는 소재가 우리 마음속 원초적인 심금을 울리기에 이 책은 퓨전 액션스릴러호러 소설이라 칭하고 싶다.

 

그 물질은 우한 외곽에 있는 DNA 재조합 연구소에서 개발되어 '우한-400'이라는 이름이붙었소. 그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인공 미생물 중 400번째로 개발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종이었기 때문이오. 우한-400은 완벽한 무기라오. 오로지 인간만을 괴롭히니까.

 

<어둠의 눈>이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단연 코로나 바이러스 19와 유사한 이 소설의 소재인 '우한-400'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우한-400'과 관련된 재난소설로 생각하기엔 그 비중이 너무 적다. 무려 451페이지나 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우한-400'의 내용은 단 몇 장에 그치지 않으니까. 단순히 코로나 바이러스 19가 창궐하는 이 시기와 그 진원지인 '우한'이 절묘히 맞아떨어져서라고 볼 수 있고 어쨌든 이것이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되기까지 그 공은 큰 듯 하다!

 

그렇다고 실망하기엔 딘쿤츠의 탄탄한 필력과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그의 문체에서 나오는 디테일의 힘이 커서 읽은 이로 하여금이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게 작품을 완성해놨다. 그래서 굳이 '우한-400'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해도 필히 베스트셀러 단열에 올랐으리라 짐작된다. 온갖 장르가 적절히 뒤섞여 절망, 설렘, 공포, 환희, 감동 등을 선사할 이 책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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