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둘이? 비교 아닌 비교 대상으로 엮인 이유가 궁금했다.
저자 투르게네프는 <햄릿>과 <돈키호테> 두 인물을 비교함으로써 무엇을 알리고자 한 것일까?
이 두 인간형은 우리가 살던 이전 시대에도 존재했었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책 속에 담겨 있는 이 두 인간상에 대해 찬찬히 알아보기로 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과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제 1권은 17세기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되던 해에 동시에 출간되었다. 이 두 작품이 동시에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은 심상찮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두 작품을 몇 가지 관점에서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1장-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같은 듯 다른 인생, 2장-햄릿과 돈키호테, 3장 햄릿과 돈키호테 안의 광기 등의 주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2장은 햄릿과 돈키호테의 인간상을 구체적으로 재조명하고 있으며, 책을 읽는 동안 두 인물에 대한 나의 의견을 반문하며 읽어내려갔다.
1장은 셰익스피어의 일생과 작품 <햄릿>의 줄거리, 세르반테스의 일생과 <돈키호테>의 줄거리, 그리고 간략한 시대적 배경이 소개된다.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햄릿과 돈키호테가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두 인물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지, 햄릿과 돈키호테가 군중, 이른바 인간과 맺고 있는 관계의 가치는 무엇인지, 그들이 각기 사랑했던 오필리아와 둘시네아와의 관계, 사랑에 대한 햄릿과 돈키호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투르게네프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어느 면에서 다르고 또 어떤 점에서 같은지 강조해둘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전혀 다른 듯한 두 인물에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두 시인이 정확히 같은 날인 1616년 4월 23일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3장에서는 햄릿과 돈키호테의 광기어린 정신에 대해 알아본다. 돈키호테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미친 사람이지만 햄릿은 확실히 광기에 사로잡혀 있다. 이 둘은 미친 상태로 불의와의 전쟁에 나선다. 그러나 이 광기에는 심오한 지혜가 담겨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두 유형의 인간 중 어느 한쪽이 우월한지 열등한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햄릿은 우유부단하고 내적 갈등이 강한,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끝내 비극을 맞는 인물, 돈키호테는 엉뚱하고 무모하고 때론 저돌적이어서 주변 사람이 피곤하겠구나 싶은 이미지였는데 다 읽고 나니 머릿속에 있던 편견들이 씻겨내려갔다. 특히나 돈키혼테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그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유형의 인물이었음을..
물론 두 인물이 어떤지 판단하는 것은 작품을 읽은 독자의 몫이지만, 혹여 두 인물에 대한 집중탐구를 원한다거나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