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책을 읽고난 느낌은 '매우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썼다'였다.

하지만 또한 너무 쉽게 쓰다보니 심하게 단순화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부분적으로 보일 때가 있었다.

 

예를 들어 history는 weather와 달리 second order chaotic system이기 때문에 prediction이 불가능하다고 한 것..

과연 그런 것일까?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Foundation series에서는 psychohistory라는 학문을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

History가 비록 prediction자체가 영향을 갖게 되는 level two chaotic system일지라도 지금도 우리는 그런 interdependent variable과 stochastic dynamic system을 적용시킨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물론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언젠가 (그리고 만약 AI의 super-intelligence를 빌리면 더 빠른 시일 내에) 히스토리의 패턴을 분석하여 예측이 가능해지는 (심지어 예측이 불러일으키는 반응까지 예측하는) 알고리즘이 생기지 않을까?

아니, 현재 historian과 futurologist, economist들이 시도하는 것도 바로 그런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그려보는 것을 하고 있지 않은가?

미래의 정확한 그림을 그리지는 못해도 적어도 그 그림의 틀이나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그리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을 AI가 만약 맡게 된다면 (그리고 더욱더 복잡해지는 알고리즘에 의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역사의 방향성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강연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미국 대선의 결과가 페이스북 등 SNS의 big data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미래, 아니 현재가 눈앞에 있다.

 

History 또한 myth의 일부분이 될 수 있고 또다른 myth를 만들 수 있는 원자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그저 history가 우리에게 갖고 있는 positive하고 우리 시야를 넓히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알려주는 점만 강조하는 것 같은데 history 자체가 왜곡되거나 아니면 multiple possibility보다 한가지 '누군가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좁혀지게 만들 수 있다는 점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History 자체로는 긍정적이지만 history도 모든 myth (religion, ideology, culture, science 등)와 마찬가지로 inherent power와 use, 그리고 이에 의한 위험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그리고 이는 비단 history 뿐만 아니다. Philosophy 또한 그렇다.

Philosophy 또한 ideology와 다른 것이지만 ideology처럼 악용될 수 있고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 우리를 대체하고 우리를 파괴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하고 갈수록 그 어느 학문보다 philosophy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는데 우리는 이 학문을 가장 소홀히 대하고 있다. 이런 소홀함은 philosophy를 쇠퇴시키고 심지어 악용될 위험도 있다.

 

우리는 안그래도 지금 문명의 이기에 의해  전화번호도 까먹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기보다는 대중매체 인터넷 SNS의 의견을 따르고 갈수록 몸 뿐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 조차 게을러지고 있다.

그러면서 실직적 생물학적 욕구는 충족되지만 대중매체, 인터넷 등에 의해 부풀려진 욕망은 갈수록 증폭되고 사회는 넓어지고 통일되지만 본질적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생각은 퇴화되며 불만만 증폭되어가는 우리 인류는 인류 뿐 아니라 지구를 위협하고 있으며

사회 구조도 개인도 이런 vicious cycle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라리 교수님이 강의에서 '어쩌면 어떤 catastrophe가 있어야 우리 인류의 social and cognitive 변화가 올지도 모르겠다. 그렇게까지 되지 않길 바라지만.. 지금 이대로는 그럴 가능성이 많다'고 무서운 발언을 꽤 침착하게 말했다.

이러한 vicious cycle을 막기 위해 우리는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에서 말한 성찰적 근대화와 같이 생각을 해야 한다.

Reevaluation과 reform, 80년대에 울리히 벡이 말한 것들을 하라리의 책과 강연을 통해 다시 듣는 것 같았다.

20세기말에서부터 21세기로 넘어갔는데 우리는 여전히 생각이 부족한 것이다.

Scientific revolution의 시작점이 ignorance를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연과학의 시작은 결국 철학이었다.

자연과학보다 더 근본적인 철학의 질문에 대한 무지를 우리는 이제 인정해야 한다.

 

이 책을 평화의전당 강연에서 정리해줬을 때 하라리 교수님은 인류의 역사의 흐름을 세 개의 개념으로 정리해주었다. Power, unity, happiness.

그러나 더 짧게 한 개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이 책이 처음에는 biology, physics, chemistry, anthropology, history, economics, 등 많은 분야를 거치지만 결국 이 책은 philosophy book이다. 하긴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나도 인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도 결국 언젠가 철학적인 질문에 도착할 것이다.

많은 인류의 revolution끝에 도달한 중심문장은 마지막 장에서 밝혀진다. What do we want to want?

이 말은 즉 어떤 것을 원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

무엇이 옳은 것이냐?

What is good? what is the truth? What is happiness?

Plato의 Republic, Aristotle의 Nichomachean Ethics에서도 다룬 주제이고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이 물어본 질문이다.

고대시대부터 우리가 가진 질문들인데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다.

Intelligence와 emotional intelligence 등이 AI에 의해 가능해지면 이런 과제도 어쩌면 언젠가 AI에 의해 더 쉽게 풀리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본질적 질문까지 AI에게 맡기면 과연 우리 인간의 위치는 어디에 있을까?

Consciousness와 Intelligence의 차이가 현재 인류와 AI를 유일하게 차별화하는 것인데 인류가 AI로 대체되면 consciousness는 사라지고 intelligence는 끝없이 발전할 것이라고 했는데

consciousness가 없는 세상은 무슨 의미를 갖고 consciousness가 없는 intellgence는 무슨 의미를 가질까?

emotion이 없는 emotional intelligence는 무슨 의미를 가질까?

 

실은 이런 질문들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솟구쳤고

강연도 참 잘 들었는데 청중이 질문할 기회는 정말 너무나도 적었고

네이버캐스트에서는 패널이 토론이나 질문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았고

경희대 강연에서는 사회보는 사람이 별 관심이 없던 것 같았다.

사회 보는 분의 목소리도 좀 느끼했지만 무엇보다 본인의 (본인은 조크라고 생각했으나 나는 썰렁하고 쓸데없다고 읽고 싶다) 조크나 코멘트하기 바빠서 대담의 진행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심지어 한번은 교수님이 질문에 대답할 차례인데 자기 말하느라 가로막았다.)

그래도 다행히 네이버 캐스트와 달리 대담 패널 분들이 좋은 질문들과 코멘트를 많이 해주셨는데

이들이 모두 교육자로서 마지막에 하라리 교수가 교육에 대해 말한 것들 지식에 대해 말한 것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앞으로는 우리가 지금 배우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이 redundant하고 obsolete해진다.

하라리 교수님 자신도 언젠가 relevance를 잃을까봐 두려워하듯이.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해야하는 것은 더 많은 현재의 지식을 머리에 쑤셔 넣는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새로운 지식에 적응하고 또한 변화에 치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워야 하는데

우리는 가장 미래에서 가치가 있을 것을 배우는 쉬는 시간을 줄이고 그 이미 과거가 되어가는 지식들을 머리에 될수 있는대로 많이 쑤셔넣고 있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항상 여러가지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데 우리는 항상 우리에게 주어진 답을 있는 그대로로만 받아들이고 질문하지 않는다.

답은 항상 즉각적이고 쉬운 한 개의 답을 원하고 천천히 어렵게 그리고 다양한 답을 원하지 않는다.

답이 다양할지도 아니면 아예 답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할 용기가 우리는 필요하고

우리는 AI나 다른 systemic myth에 의한 passive한 변화보다

그 ignorance에서부터 새롭게 우리가 도달하는, 개인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위해 긍정적인 새로운 myth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cognitive revolution이 시작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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