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들 수학문제를 풀어주기도 하고 직장에서도 통계를 워낙 많이 써서
숫자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그 숫자를 숫자로만 보고 그 숫자의 이면에 어떤 진실이 있는 지는 별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이전에 'YG와 JYP의 책걸상'이란 팟캐스트를 통해 저자의 대담을 접하고
관심이 생겼다가 그믐 북클럽에서 서평단에 추첨되는 기회를 쥐었다.
우리가 보통 학교에서 배운 통계는 기술 통계(descriptive statistics)에 치중되서 평균 분산 표준편차 등의 수치를 산출해서 표본 데이터 자체의 속성을 파악하는 데 주안점을 둔 통계여서 자료를 요약 정리 시각화하는 데 유용하다면
추론 통계(inferential statistics)는 표본 집단을 통해 모집단에 대한 가설 검정이나 추론 등 결론 도출에 쓰이고 정책 수립 등 실질적 활용에 유용하다.
물론 기술 통계의 토대 없이 추론 통계로 섣불리 넘어가는 것도 일반화 등 오류의 위험이 넘치고 추론 통계 없이 기술 통계만 보면 그저 무의미한 숫자들의 나열로만 보이기도 해서 우리는 두 가지를 다 접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실은 '숫자 한국'이라는 제목답지 않게 숫자는 많이 나오지 않고 수식은 더 없다. 대신 기술통계적 부분을 최대한 그래프로 시각화해서 수학적인 부분을 줄이고 추론 통계에 치중해서 보는 편이다. 그래서 다소 그런 결론을 도출해낸 과정이 좀 많이 생략되서 다소 아쉽지만 수식만 보면 골치 아파하는 독자들로서는 보기 편할 듯하다. 그리고 복잡한 숫자에 휘둘리기보다는 그 숫자 뒤의 맥락을 더 이해하고 논쟁적 주제에 맞춰 전달하기 위해 '이론적 설명보다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배우는 편이 쉽기 때문에 표와 그래프를 최소한으로 미니멀하게 제시했고 이에 대한 설명도 겹치지 않게 생략했다.
개인적으로는 도출된 결론을 저자가 먼저 떠먹여주기 전에 그 도표에서 먼저 독자가 스스로 분석해 볼 기회를 갖게 글에 앞서 표와 그래프를 배치했으면 좀더 의외의 결론을 배울 때도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었고 도표가 다 너무 쨍한 푸른 색이어서 눈이 좀 피로해졌지만 이것은 편집 문제여서 내용과는 별개인 듯하다.
그 외에는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당장 고민해볼 만한 주제들을 크게 네 꼭지로 나눠서 관련 통계들을 설명한다. 1장에서는 인구 변화와 사회, 2장은 인공 지능과 경제, 3장은 기후 변화와 환경, 4장은 이런 변화와 맞물린 규제 및 정책들이다. 이 책은 단편적인 통계를 피하고 최대한 다년간에 걸치고 다양한 국가 및 사회 그룹에 걸쳐 있는 통계를 통해 좀더 큰 그림을 그려낸다. 그리고 출산율, 고령화, 인공지능의 경제적 사회적 여파, 지구 온난화의 생태환경적 변화 등 우리가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들이 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의 기간에 걸쳐 발생하고 진전되었으며 이제 더이상 먼 미래가 아닌 현재에도 지금 우리 사회를 변신시키고 있고 이에 발 맞춰 규제 정책 등 공적 영역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더이상 얄팍한 정치적 잇속에 소수의 전문가들에게만 맡긴 채 데이터를 맹신하지 말고 직접 데이터의 맥락을 조사하고 파악할 데이터 리터러시를 갖춰야한다고 경종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