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jacesky1.wordpress.com/2016/03/13/%EC%86%90%EC%A7%80%EC%95%A0-cnn-%EC%84%9C%EC%9A%B8/


요즘에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의 대학 시절에는 영어 공부를 위해 CNN을 시청하는 것이 유행 중 하나였습니다. (아마도 불법이었겠지만, CNN을 틀어 주는 케이블 TV가 그 때는 있었습니다.) 그 때 CNN을 시청했던 대학생들은 아마도 이 말을 적지 않게 들어 봤을 것입니다.

 

‘Sohn Ji Ae, CNN, Seoul’

 

손지애님이 뉴스의 Ending을 제목으로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그 만큼 대중에게 그녀의 이름과 CNN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듯 합니다. 제목을 짓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대중에게 분명히 각인되는 한 단어가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저자 강연회에서 손지애님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책을 쓰게  이유

글은 쓴 순서대로 책에 담겼습니다. 글이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어색함이 덜해지는 듯 합니다.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고, 마치 집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흡사하게 구어체로 작성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글이 더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1995년, 갓 서른을 넘긴 나이에 CNN 서울지국장이 되었습니다. 어린 여성을 지국장으로 임명한 CNN의 생각이 궁금하고 엉뚱하다는 기사들이 신문에 실렸습니다. 이런 시각은 아직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이 일을 제대로 할까? 갸우뚱한 시선을 받기 쉽습니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국장이 되자 책을 내 보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30년 후에 써 보겠다며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마치 하늘의 계시처럼, USC에 1년 간 머무를 기회가 생겼고 드디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떤 책을 쓸까 고민했습니다. 기자로서 느꼈던 바를 쓰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걸어오며 겪었던 많은 일들이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인생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김우중씨의 책 제목처럼 어느 시기에나 항상 할 일은 많습니다. 제 인생이 그래왔습니다. 인생의 모든 단계는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준비입니다. 성공했다고 우쭐해서도, 실패했다고 좌절해서도 안 됩니다. 오늘은 내일을 위한 준비입니다.

 

In every job that must be done

There is an element of fun

Spoonful of sugar helps the medicine go down

“A Spoonful of Sugar”, Mary Poppins


(짧지 않은 Epilog를 또박또박, 따뜻하게 읽어 주셨습니다.)

 

인생이란 이런 무경력무경험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일의 연속이다자격이 그리고 경험이 없다고 주저앉는다면 기다리고 있는수많은 모험을 해보지 못할 것이다.

 페이지를 열어놓은 모든 이에게 행운을 빈다.

손지애. CNN. 서울, Page 269-271, 손지애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일은 반쯤 두렵고 반쯤 설레이는 일입니다. 그런 마음이 좋습니다.

 

Journalist

New York Times와 CNN 근무 시절에 기억에 남는 일이 여럿 있지만, 첫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김일성이 핵을 개발하기 시작한 시기에 New York Times에 근무하기 시작했습니다. 핵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관련자와 전화를 하곤 했습니다. 어떻게 젊은 여성이 핵에 대해 그렇게 잘 알 수 있는지 신기해했습니다. CNN에서는 첫 기사가 삼풍백화점 붕괴였습니다. 그 부근을 지나갈 때마다 가슴이 빨리 뜁니다. 기자는 간접 경험을 해야 하므로 너무나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우리는 뉴스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얻어야 하는 것,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뉴스도 하나의 역사, 흐르는 역사입니다. 내일 보면 오늘은 어제가 되어 있습니다. 오늘에 매달리기 보다는, 객관적으로 그 흐름을 파악해야 합니다. 역사를 읽는 느낌으로 큰 흐름을 보아야 합니다. 특히 국제 뉴스에 대해서 좀 더 날카로운 관심과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한국의 전반적 정세에 북한이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북한에 관한 뉴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1995년만 해도 한국이 세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왔다 하면 South Korea에서 왔는지, 아니면 North Korea에서 왔는지 물어보는 시절이었습니다. 우리는 의아하지만, 외국인들은 North Korea에 관한 뉴스를 더 많이 접했을 것입니다. 북한 때문에 한반도의 뉴스 가치는 높습니다. 뉴스의 초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군사적 대립과 활발한 경제입니다. 한국은 두 가지 모두 해당됩니다. 이런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경제가 발전하면 대개 군사적으로 안정적이고, 군사적으로 불안정하면 경제가 발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이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언론인도, 외교관도 한국 근무가 인기가 높은 이유입니다.

 

Global

Global citizen은 남을 배려하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어느 누구나 좋아합니다. 거기에 자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지식과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은근히 표현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다른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인간적인 공통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Career

잡지사에 근무하던 시절에는 작은 규모라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6-7년차가 되자 상승세가 꺾이고 바닥을 쳤습니다. 이번 달에 쓴 기사가 지난 달에 쓴 기사보다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 때 외신 기자로 이동했습니다. 내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 내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 슬럼프가 옵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라 느낀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합니다.

직장 초년 시절에 느꼈던 것은 내가 발전하는 것이 직장을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직장을 위하다 보면 내가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일을 맡아도 그 일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워야 할 것, 내가 잘 함으로써 내가 성장할 것을 생각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을 조직은 충성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신을 위해 열심히 하다 보면 결론적으로 조직을 위한 것이 됩니다. 못하는 일도 많습니다. 잘 하는 일은 잘 합니다. 잘 하는 것을 계속 키우고 못 하는 것을 줄이되, 잘 하는 것을 정말 잘하게 되면 조직이 못 하는 것을 지시하지 않습니다.

Step by step으로 차곡차곡 올라가는 사람이 열 명 중 한 명이 될까요? 그래서 SKY에, 대기업에 들어가야 Fast track을 탈 수 있는 듯도 합니다. 그 길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길만이 행복하고 성공하는 길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가는 길만을 가야 하는 것은 거부하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자신만의 시각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기존의 시각과 가치는 재고가 필요합니다. 가고 싶은 길을 가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독특해도, 조금 튀어도 괜찮습니다. 자신감만 있다면.

 

가정과 육아

맞벌이 부부에게 육아는 큰 고민입니다. 한 사람이 고민하고 감당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진정한 파트너로서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정부의 정책이나 부모님에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배우자를 볼 때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인지 꼭 봐야 합니다. 스웨덴은 여성이 1년의 출산 휴가를 사용하고, 남성도 6개월에서 1년의 육아 휴직을 사용합니다. 남성들도 휴직 중에 여성과 같이 아기를 양육합니다. 철저히 아빠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여성들은 육아 휴직을 사용할 마음이 없는 남자는 만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Career를 생각하면 아기를 갖는 적절한 타이밍은 없습니다. 하지만 출산을 미루다 후회할 수 있으므로, 결심했다면 그것이 타이밍인 듯 합니다. 육아를 하며 (남편과 협력해) Career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육아를 위해 Career를 포기해 본인이 불행해진다면 가정이 불행해지는 일입니다.

회사에 나오는 순간 직장인이 되고, 집에 들어가는 순간 엄마가 되어야 합니다. 이 둘이 섞여서는 안 됩니다. 맞벌이로 아기에게 소홀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엄마는 되도록 느끼지 않아야 합니다. 어마가 행복하고 아기에게 잘 해 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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