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강연에 초대되어 새로 시집을 내신 김사인 시인을 만나뵙고 돌아오는 밤.
30년 시인 생활에 단 세 번째 내신 시집이다. 10년에 한 권 꼴로 시집을 내신 셈이다.
느린 발걸음이다.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고 천천히 발화하는 시인의 얼굴은 편안했고 웃음은 순수했으며 목소리에서는 빛이 났다.
온몸으로 써 온 시, 그리고 그 낭독을 듣는데 어느새 많은 사람들의 눈가가 젖어왔다.
숭고한 사람들이 아직도 내 주변 곳곳에 살고 있다는 것이 적잖은 위로를 주었다.
이분처럼 나이들고 싶다.
아직 살아갈 날들이 많은 어린 사람들을 안쓰러워 하면서, 같이 걸으면서, 같이 비를 맞고 맨발로 땅을 밟으면서...

"시시해도 좋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거창하고 화려하고, 다 내 힘으로 성공해내고...
그게 인생의 다는 아니었습니다.
(...) 잘 하고 못 하고가 어디 있겠어요.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그저 애 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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