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이름의 세 사람이 모이는 강연이라 주저 없이 신청했다.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강연 주최 측을 따라 이하 <내.일.노>로 표기)를 읽고 있었으니 저자인 제현주 작가의 이름은 당연히 눈에 띄었고,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인상 깊게 읽은 후 미디어스 기사도 종종 챙겨보는지라 한윤형 작가의 이름에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그리고 그 강연 소식과 마주한 곳은 알라딘이었다. 5만 원 이상 구매 시 추가 마일리지에 한 번 혹하고, 책보다 더 탐나는 머그컵, 다이어리, 책베개, 냄비받침 등 열거하기도 힘든 수많은 특별 제작 아이템에 매번 또 혹해서 알라딘에서 장바구니 5만원어치 채우기를 반복하는 사람 중 하나라 박태근 MD의 이름을 보며 고향집에 온 것 같은 익숙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강연 당일에 약간의 의아함이 생겼다. 이 세 사람이 익숙하긴 한데 <내.일.노>를 교집합으로 어떻게 모인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이다.

 

 

과연 어떤 앙상블을 펼치려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그런 생각을 했던 게 겸연쩍을 정도로 나의 의문이 금세 풀려버렸다. 박태근 MD는 “3인3색 토크라고 되어있는데 일의 효율을 고려해서 저는 주로 진행을 맡을 거고요. 두 분의 목소리를 많이 듣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며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하는 말문을 열었다.

 

 

바로 뒤이어지는 “(명찰에)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 연구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저 나름대로 지향하는 일의 방향, 가치를 표현한 말이라서 언젠가 이런 실험실을 차리고 출판을 연구하는 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며 내가 너무 쉽게 단정 지었나 싶기도 했으나 그뿐이었다. 그 이후로 박태근 MD는 알파벳 D를 C로 바꾸며 MC 모드를 고수했다.

 

 

 

 

 

그렇게 MC(너무 저급한 드립이라 자진 삭제) 사회자가 된 박태근 MD는 한윤형 작가에게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라는 책을 써서 청년노동, 열정노동 문제를 화두로 던진 저자 입장에서 <내.일.노>를 읽은 감상을 말해 달라 요청했다.

 

그렇다. 역시 질문 속에 답이 있었으니. 이 세 사람이 <내.일.노>를 교집합으로 어떻게 모인 것인가, 에 대한 대답은 바로 질문 속에 있었다. 이들의 교집합은 <내.일.노>였고, 이 강연은 <내.일.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나만 몰랐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책에 대한 내용이 강연의 주를 이뤘다. 제현주 작가는 책의 제목에 ‘내리막세상’이라는 말을 넣은 이유는 무엇인지, 나의 일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는지, 함께 하는 일의 재미를 추구하는 협동조합 ‘롤링다이스’는 어떤 곳인지 등의 이야기를 풀어냈고, 한윤형 작가는 본인이 자유기고가로 살아온 경험, 사회 현상에 대한 보충 설명 등을 덧붙였다. 두 분은 딱 봐도 잘 맞는 콤비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마치 박노자-홍세화 대담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의 시너지가 예상보다 괜찮았다.

 

 

 

책을 다 읽고 강연을 들은 입장에서는 <내.일.노>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꽤 아쉬웠다, 라고 말하기엔 책을 덮고 나서 까먹은 부분이 많았다. 예습과 복습을 거치면 학습 효과가 어마어마하게 배가된다던데 그중 복습 효과는 챙긴 셈이랄까. 제현주 작가의 강연이 2월 11일에 또 예정되어 있으니 이날 강연을 듣고 책을 사서 읽은 다음 2월 11일 강연(링크)을 또 듣는 분들이 있을 거란 생각에 배가 아프기도 하지만...

 

 

굳이 세세한 강연 내용을 요약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의 비루한 요약을 읽는 것보다 <내.일.노> 책을 직접 읽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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