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월요일,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에서 있었던 '김훈, 김연수 북토크'에 다녀왔어요.

 

두 분 작가님 모두 너무너무 좋아하는 저인지라 당첨되면 반차까지 쓰고 가야지- 하고 마음 먹었었던 북토크였는데,

알라딘을 통해서 좋은 기회를 얻고 얼마나 기쁘고 두근거렸는지-

막상 가서 보니 저 말고도 두 분을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과 두 작가님을 뵈러 멀리, 부산, 대전에서부터 오신 분들까지

다들 같은 마음으로 두근두근 설레면서 찾아주신 것 같더라구요 :)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하는 자리,여서 더 좋았습니다.

 

조금 일찍 퇴근해서 일찍 공연장을 찾았고, 좌석표 티켓 배부를 기다려서 무려 맨 앞자리!!

 

 

 

 

센스있게 티켓마다 '소설가의 일'과 '자전거 여행'의 글귀를 적어 주셨어요 :)

저도 책을 둘 다 가지고 있지만, 따로 사인회는 않으신다고 하셔서 소설가의 일만 챙겨갔었답니다-

 

 

두 분을 동시에 한자리에서 뵙고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문태준 시인까지 함께해주셔서, 정말 선물같은 시간이었어요.

 

 

 

 

김훈 작가님 눈 감으신 줄 알았으면 사진 다시 찍었을 걸(ㅠㅠ),

맨 앞자리에서 사진 찍는 제가 신경쓰이실까해서 얼른 찍고 핸드폰을 치워두었더니 이런 컷이.....

 

정말 작가님들의 표정까지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보면서 이야기 들을 수 있어서

생생하기도 하고, 훨씬 더 가까워진 느낌이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하고-

북토크의 장점이 바로 이런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작가님들은 직접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하는 기회가 적어서,

늘 글이나 책을 통하거나 하는데, 이렇게 직접 뵙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 친해진 느낌이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을 보거나 작가님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나중에 작가님들의 글을 볼 때에도 문득문득 생각나곤 하더라구요-

 

북토크 중에서 제가 기억해두고 싶은 이야기들을 조금 나누어보면,

 

*

김연수 작가님이 김훈 선생님을 '다윈'같은 소설가라고 말씀하셔서, 김훈 작가님이 다윈의 이야기를 잠시 해주셨는데,

21살이었던 다윈이 27살의 해군 중위가 이끄는 범선 비글호를 타고 세계를 누비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을 바탕으로 비글호 항해기와 종의 기원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

이런 청춘이 아름답지 않고 뭐겠느냐 하셨죠.

딱 스물 일곱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제게, 저의 인생과 청춘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주신 것 같아요.

 

 

이후 질의응답에서 나왔던
건강한 디테일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좋은 글이고, 김훈 선생님은 디테일 수집을 중요하게 하신다고 하셨던 말씀이

다윈의 이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그리고 김훈 작가님이 <정감록>과 함께 소 울음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셨는데,

소 울음소리를 들으면 평화롭지 않냐고, 그렇게 평화로운 소리가 없다-고 하시는 순간,

전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구나 싶고, 아, 정말 소 울음소리는 평화롭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소리를 듣고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제 머리를 쿵-하고 울리고 가는 느낌이었어요.

 

*

소설가의 일을 통해 업무 기밀을 밝혔다,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신다는 김연수 작가님의

글쓰는 일의 대부분 중 하나는, 남은 날짜로 써야할 분량을 나누는 일-이라고(ㅋㅋ)

작년에 제가 학위 논문을 쓰면서 매 달 그렇게, '오늘부터 매일 몇 장씩 쓰면 나는 이걸 완성할 수 있다'고 다짐했던

제 모습이 오버랩 되며 공감이 됐답니다. 정말 그렇죠. 오늘부터 3장씩이면 한달이면 90장이라고!

김훈 작가님도 하루에 원고지 3매, 하며 나를 다잡을 수 있는 규율같은 게 필요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글쓰는 일의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역시 꾸준히 쓰는 것- 인 듯 하네요.

 

 

김훈 선생님이 자꾸 김연수 작가님의 <소설가의 일>을 들어보이시며

이 책에 다 나와있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민망해하시던 김연수 작가님의 부끄부끄한 미소도-

 

*

마지막으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

저는 절판됐다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재출간 된 <자전거 여행>의 재출간 소식도 반가웠고,

내용이 재구성되었다는 점도 좋았지만, 서점에서 김훈 선생님의 이 '다시 펴내며'를 읽고서 사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저도 함께 두고두고 기억해두려구요-

 

팽목항도 다녀오시고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이 사람들을 특별한 재난을 당한 소수자로 묶어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느낌을 받으셨다고,

세월호 사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과적과 고박은, 세상을 돈이 완전히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하셨죠.

 

김연수 작가님도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가 참 잔인한 사회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셨다고 했습니다.

누구나 가슴아프고 공감해야하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니까 이 누구나 공감하던 세월호 사건도

어느 순간 찬반으로 나눠서 잘못을 따지고 미워하고 있더라고,

협력하지 못하고, 공감과 이해가 부족한 잔인한 사회가 이렇게 세상을 잘게잘게 쪼개고 있는 느낌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공감하지 말라고 하는 사회에 가장 맞서고 싶으시다고.

 

뭔가 가슴이 아프면서도, 저도 같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에 맘이 참 씁쓸하기도 하고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말로 할 수 없지만 말로 해야 바뀔 수 있는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더 말하고 좋은 글을 써야겠다고 하시는 작가님들을 보며, 그 마음에 공감하는 많은 분들을 보며,

그래도 조금 더 좋은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북토크였어요.

 

여운이 길게 남는 북토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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