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놀이터는 24시
김초엽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구성이라 고민없이 펀딩한 놀이터는 24시! 이런 놀이터가 또 어디 있을까 싶게 했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가볍지만 또 가볍지 않게 다가오는 이야기들,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걸어본다 03 뉴욕]

나의 사적인 도시 (박상미, 2015)

 

문학동네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 그 세번째 이야기인 뉴욕, 나의 사적인 도시-

 

My Own Private City라는 영문제목에선 'Own'이,

나의 사적인 도시라는 한글제목에선 '사적인'이라는 단어가 나는 너무 좋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private'라는 단어가 '사적인'이 된, 나의 사적인 도시 라는 제목이 너무너무 좋다-

이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책.

 

책을 읽으면서도, 주변에서 책 출간 소식들을 들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글, 좋은 책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에세이집 치고 그렇게 쉽게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라서, 그냥 가볍게, 쉽게 공감되고 유행하는 에세이를 생각하고 책을 들었다간 조금 당황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조금만 들여다보고서 글을 따라가다보면 이야기에 빠져드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 글을 일기처럼 조금씩 조금씩 남겨둘 수 있는 사람이라니-

 

뉴욕의 걸어본다는 글과 도시 뿐 아니라 현대 미술에 대한 지식과 정보, 보는 눈까지 가지고 있어 책을 읽으며 미술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함께 미술관을 다녀오는 느낌이기도 했다. 잘 몰라도 그저 보는 게 좋아서 종종 미술관을 가는 내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도 했고, 나만의 시각을 가질 수 있게 응원을 해주는 글들도, 그리고 미술을 본다는 것에 대한 부담, 어려움을 덜어주는 위안도 되었다. 중간중간 삽입되어있는 작품들은 두말할 것도 없고.

 

 

그렇다면 물리학 논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시 여기면서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왜 인정하기가 어려울까? 우리에겐 생래적으로 색과 형태를 감상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색이 있고,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기호는 그림을 보는 눈의 바탕이 될 수는 있어도 그림을 보는 능력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한국어를 안다고 해서 어려운 논문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분홍색을 좋아한다고 해서 필립 거스턴의 그림 속 분홍색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의 그림에서 분홍색은 도발적이고 잔인하기까지한데 분홍색의 그런 다른 면을 보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누구나 자신을 '문화적' '예술적'이라고 생각하길 좋아한다. 그림을 모르면 야만인이라고 취급받지 않을까 걱정도 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안다. 특히 현대 이후의 미술은 모르는 게 당연하다. 텔레비전도 없고 신문도 없던 중세에는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가 예술이었다. 그랬기에 대중은 시각예술의 언어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가 광고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처럼.

 

p.41-p.42 '마음대로' 보기(2006.6), 1부

 

그리고 동시에 지금의 '나'를 공감해주고 위로해주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그녀의 모든 것들의 집합을 이렇게 글로 풀어내면서,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달까.

 그런데 이렇게 잡다하게 닮았으면서도 아무것도 닮지 않았다. 그러면서 또 곰곰이 들여다보면 외롭고 허무하고 우스꽝스럽고 비어 있고 지나치게 진지하고도 별 볼 일 없는 게 나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감동이다.

 

p.66 닮음(2006.10), 1부

 

 

지우기 힘든, 내 머릿속 너무나 명백한 사실들, 기억들이 있다. 내가 아무리 변명하고 변형하고 지우려 해도 그곳에 그렇게 남아 있다. 놀랍도록 선명하게 방안을 채우며, 커다랗고 잔인하게.

 

p.69 코끼리 드레스(2006.10), 1부

 

붕 뜬 이방인 신세인 것도 그리 싫지만은 않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상처가 될 때가 있다. 그건 아마도 말과 관련된 이유일 것이다.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상실감.

 

p.74 이방인(2006.11), 1부

 

어디선가의 리뷰에서 정말 좋은 산문-이다 라는 구절을 봤는데,

이 책은 정말 '에세이'보다는 '산문'이 참 잘 어울리는 글이다.

 

좋은 산문, 그리고 참 많은 노력이 담긴 책이다.

 

 

작년 이맘때부터 함께 걷고 있는, 걸어본다- 계속계속 이렇게 좋은 글과 함께 걸을 수 있기를!

 

 

+덧) 내가 가장 좋았던 subtlety 부분이 저자인 박상미 선생님 인터뷰 기사에 있는 걸 봤다. 반가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번의 자화상
전성태 지음 / 창비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은 쓸쓸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는 문성태의 단편들은, 그래서 무게감 있게 다가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는 곳의,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가슴이 묵직하지만 뭉글뭉글해진다.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이야기를 덮으며 보면 이게 곧 내 옆의 이야기이고, 내가 의식하지 못한 곳에서 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그렇게 우리가 늘 의식하기는 어렵지만 그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가 사는 삶의 부분을 함께 채워주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같이 채워가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라서,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무겁지만 마음이 따뜻하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언젠가 나에게 어떤 일들이 다가와도 이 이야기들처럼 잘- 지나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작가는 아이였을 때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고, 다 자란 지금 아이가 된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얘기를 너무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단다"라고 말씀하신 어머니였지만, 이야기 속에서 자란 어린 시절의 작가, 그리고 '내가 가장 가고자 하던 길'인 그 일을 하고 있는 작가는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야기를 함께 듣고 있는 우리들도-

소리들은 서로 몸을 섞지 않는다. 멀고 가깝고, 높고 낮고 간에 소리들은 저마다 고유하다. 붉은 물감에 노란 물감을 섞으면 주황이 되고, 파란 물감을 섞으면 보라가 되지만 소리는 섞여도 다른 소리가 되지 않는다. 지저귀는 새소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와 섞이지 않는다. 텔레비전에서 나는 웃음소리는 엄마가 웃는 소리와 섞이지 않는다. 여러 소리가 동시에 일어도 소리들은 양파처럼 겹을 이룬 채 모양을 흩뜨리지 않는다. 아이가 느끼기에 모든 소리들은 표정과 감정을 갖고 있다.

p.74-p.75 낚시하는 소녀


시간과 기억이 묻힌 집. 어쩔 수 없이 그는 맥맥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에게는 동자승이 되기 전 고향이나 집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혹시 자신도 이런 집에서 나고 자랐을까. 왠지 공허하고 그리운 마음이 차올랐다. 자신이 묵은 물건들에 빠진 건 가질 수 없는 시간과 기억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생각했다.

p.99 밥그릇


사실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덤들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이 굉장했다. 보통 원혼들인가. 젊어서 총과 포탄에 쓰러진 원혼들이었다. 고향 어름에도 못 가고 적지 북향에 묻혀 이름 없이, 찾는 발길 없이 세월에 깎이고 있었다.

p.178 성묘


어떤 사연도 없이 외진 섬을 찾아 갔다가 알 수 없는 인생을 보고 오는 젊은이들처럼 처녀도 그런 여행길로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 나이는 제 그리움으로 채색된 엉뚱한 여행들을 하는 나이니까. 기억에는 오래 남지만 이생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는 한나절의 여행을 처녀는 다녀오는지도 모른다.

p.196 성묘


여자는 거실 창가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셨다. 찻잔에 입바람을 불 때마다 어둠이, 여자의 등 뒤에 뿌리를 둔 어슴푸레한 기운이 소매에 앉은 분필 가루처럼 조금씩 불려나가는 것 같았다. 창은 번했다.

p.226 국화를 안고

죽음의 한가운데에서 살아왔습니다…… 웬일인지 여자는 그 말에 들린 듯 며칠간 시름겨웠다. 반발하고 부정하고 싶은 가운데도 한편으로 제 마음이 공명하는 걸 느꼈다. 그녀는 그 말에 위무를 받고 있었고 그 사실이 당혹스러웠다. 늙은이는, 혹은 그 세대는 그 말을 허위나 엄살이 아닌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몰랐다.

p.230 국화를 안고


"그건 아주 어렵게 살아왔다는 소리야"라고 말하다 말고 여자는 주체할 수 없는 연민에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래, 우리가 애타게 불러도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아. 누구를 향한 연민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녀는 자신의 한쪽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p.231 국화를 안고

먼저 아주 허황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게 되어 독자에게 미안하다. 지금껏 나는 삶이니 세계니 하는 것들을 분석하는 입장에서 소설을 써왔다. 삶이 믿을 수 없고 알 수 없는 판타지의 세계에 속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믿지만 적어도 나는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겪은 명백한 세계만을 그리려고 애써왔다. 내 소설에 조금의 과장이 있었더라도 그것은 삶을 포위한 현실을 명확히 그리기 위해서였다.
양해를 구한 김에 이 소설이 어머니를 위해 쓰였다는 사실을 마저 밝히겠다. 책장을 들추다보면 간혹 이 책을 누구누구에게 바친다는 저자의 말이 앞에 달리는데, 이제껏 나는 누구에게 바치는 소설을 써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몇년째 치매에 걸려 나날이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p.306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그렇다고 그 기억이 어머니 인생의 한부분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었다. 자식들이 다가갈 수 없는 깊은 기억일는지 몰랐다.

p.308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그러나 어머니가 유일하게 반응하는 소리가 있었다. "엄마!" 하고 부르면 "오야" 하고 대답했고 "밥 좀 줘" 하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엄마와 밥은 마치 뇌에 저장된 기억이 아니라 가슴 같은 곳에 박히거나 뒤꿈치의 굳은살 같은, 기억과는 질적으로 다른 어떤 것 같았다.

p.309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그 무렵인지 그뒤인지 모르지만 나는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동경이 아이들을 자라게 한다고 생각했다. 또 시간이 흘러서는 어른들도 인생에 대해서는 서투르고 허술한 큰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눈치챘지만 말이다.

p.312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이야기가 끝나면 어머니는 "신기하지 않니? 그러나 하나도 신기한 얘기들이 아니란다. 내가 하는 얘기들은 모두 사실이니까" 하셨다.

p.322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첫 자화상을 그릴 때 내 초상은 깊은 골짜기를 밟아가는 남녀의 행로처럼 암울했다. 내 생에 닿을 수 있고, 가꿀 수 있는 유토피아가 있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스물대여섯 문청은 많은 길들을 포기하고 문학의 길에 투신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으며, 작가는 인생에 단 한편을 남긴다는 마음 붉은 문학주의자였다.

다시 「길」이라는 단편을 지을 때가 되었다. 겨울 동안 두번째 자화상을 그려서 이 소설집에 수록하고 싶었으나 연이 닿지 못했다. 두번째 결산처럼 이 무렵에 드는 마음은 있다. 문학은 결코 인생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선택한 길이 아니라는 것, 내가 가장 가고자 하던 길이었다는 것. 그리고 문학도 나이를 먹는지 모른다는 것, 그러므로 인생에 단 한편은 없으며 어쩌면 겸손한 실패로 점철되는 게 문학인생이 아닐까……

p.325-p.326 작가의 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Diana > 김훈, 김연수 북토크 :)

 

 

 

 

 

11월 24일, 월요일,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에서 있었던 '김훈, 김연수 북토크'에 다녀왔어요.

 

두 분 작가님 모두 너무너무 좋아하는 저인지라 당첨되면 반차까지 쓰고 가야지- 하고 마음 먹었었던 북토크였는데,

알라딘을 통해서 좋은 기회를 얻고 얼마나 기쁘고 두근거렸는지-

막상 가서 보니 저 말고도 두 분을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과 두 작가님을 뵈러 멀리, 부산, 대전에서부터 오신 분들까지

다들 같은 마음으로 두근두근 설레면서 찾아주신 것 같더라구요 :)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하는 자리,여서 더 좋았습니다.

 

조금 일찍 퇴근해서 일찍 공연장을 찾았고, 좌석표 티켓 배부를 기다려서 무려 맨 앞자리!!

 

 

 

 

센스있게 티켓마다 '소설가의 일'과 '자전거 여행'의 글귀를 적어 주셨어요 :)

저도 책을 둘 다 가지고 있지만, 따로 사인회는 않으신다고 하셔서 소설가의 일만 챙겨갔었답니다-

 

 

두 분을 동시에 한자리에서 뵙고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문태준 시인까지 함께해주셔서, 정말 선물같은 시간이었어요.

 

 

 

 

김훈 작가님 눈 감으신 줄 알았으면 사진 다시 찍었을 걸(ㅠㅠ),

맨 앞자리에서 사진 찍는 제가 신경쓰이실까해서 얼른 찍고 핸드폰을 치워두었더니 이런 컷이.....

 

정말 작가님들의 표정까지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보면서 이야기 들을 수 있어서

생생하기도 하고, 훨씬 더 가까워진 느낌이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하고-

북토크의 장점이 바로 이런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작가님들은 직접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하는 기회가 적어서,

늘 글이나 책을 통하거나 하는데, 이렇게 직접 뵙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 친해진 느낌이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을 보거나 작가님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나중에 작가님들의 글을 볼 때에도 문득문득 생각나곤 하더라구요-

 

북토크 중에서 제가 기억해두고 싶은 이야기들을 조금 나누어보면,

 

*

김연수 작가님이 김훈 선생님을 '다윈'같은 소설가라고 말씀하셔서, 김훈 작가님이 다윈의 이야기를 잠시 해주셨는데,

21살이었던 다윈이 27살의 해군 중위가 이끄는 범선 비글호를 타고 세계를 누비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을 바탕으로 비글호 항해기와 종의 기원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

이런 청춘이 아름답지 않고 뭐겠느냐 하셨죠.

딱 스물 일곱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제게, 저의 인생과 청춘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주신 것 같아요.

 

 

이후 질의응답에서 나왔던
건강한 디테일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좋은 글이고, 김훈 선생님은 디테일 수집을 중요하게 하신다고 하셨던 말씀이

다윈의 이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그리고 김훈 작가님이 <정감록>과 함께 소 울음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셨는데,

소 울음소리를 들으면 평화롭지 않냐고, 그렇게 평화로운 소리가 없다-고 하시는 순간,

전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구나 싶고, 아, 정말 소 울음소리는 평화롭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소리를 듣고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제 머리를 쿵-하고 울리고 가는 느낌이었어요.

 

*

소설가의 일을 통해 업무 기밀을 밝혔다,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신다는 김연수 작가님의

글쓰는 일의 대부분 중 하나는, 남은 날짜로 써야할 분량을 나누는 일-이라고(ㅋㅋ)

작년에 제가 학위 논문을 쓰면서 매 달 그렇게, '오늘부터 매일 몇 장씩 쓰면 나는 이걸 완성할 수 있다'고 다짐했던

제 모습이 오버랩 되며 공감이 됐답니다. 정말 그렇죠. 오늘부터 3장씩이면 한달이면 90장이라고!

김훈 작가님도 하루에 원고지 3매, 하며 나를 다잡을 수 있는 규율같은 게 필요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글쓰는 일의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역시 꾸준히 쓰는 것- 인 듯 하네요.

 

 

김훈 선생님이 자꾸 김연수 작가님의 <소설가의 일>을 들어보이시며

이 책에 다 나와있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민망해하시던 김연수 작가님의 부끄부끄한 미소도-

 

*

마지막으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

저는 절판됐다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재출간 된 <자전거 여행>의 재출간 소식도 반가웠고,

내용이 재구성되었다는 점도 좋았지만, 서점에서 김훈 선생님의 이 '다시 펴내며'를 읽고서 사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저도 함께 두고두고 기억해두려구요-

 

팽목항도 다녀오시고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이 사람들을 특별한 재난을 당한 소수자로 묶어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느낌을 받으셨다고,

세월호 사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과적과 고박은, 세상을 돈이 완전히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하셨죠.

 

김연수 작가님도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가 참 잔인한 사회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셨다고 했습니다.

누구나 가슴아프고 공감해야하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니까 이 누구나 공감하던 세월호 사건도

어느 순간 찬반으로 나눠서 잘못을 따지고 미워하고 있더라고,

협력하지 못하고, 공감과 이해가 부족한 잔인한 사회가 이렇게 세상을 잘게잘게 쪼개고 있는 느낌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공감하지 말라고 하는 사회에 가장 맞서고 싶으시다고.

 

뭔가 가슴이 아프면서도, 저도 같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에 맘이 참 씁쓸하기도 하고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말로 할 수 없지만 말로 해야 바뀔 수 있는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더 말하고 좋은 글을 써야겠다고 하시는 작가님들을 보며, 그 마음에 공감하는 많은 분들을 보며,

그래도 조금 더 좋은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북토크였어요.

 

여운이 길게 남는 북토크, 감사합니다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4-11-2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소설가의 일 이란 책을 읽으며 김연수작가님 처음 알게되었는데 참 유쾌하신분같아 좋더라구요 이렇게 북 콘서트도하셨다니 부럽습니다 덕분에 글 잘읽었습니다^^
 
이 고도를 사랑한다 - 경주 걸어본다 2
강석경 지음, 김성호 그림 / 난다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걸어본다 02_경주]

이 고도를 사랑한다(강석경, 2014)


 경주가 신라의 터전이었던 탓에, 그리고 이 도시가 여전히 고도이기 때문에, 이 책은 역사 이야기가 꽤 많이 들어있지만-그래서 알고 보면 더 좋겠지만- 가르치려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길을 걸으며 소소하게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그리고 봄에서 겨울까지, 사계절을 경주의 속도("경주, 영악함 없는 이 느림")로 지나는 느낌.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르게 지나지만 그 순간순간들이 마음 가득 느껴지는 그런, 짧지만 긴 산책.

 

 저자에게 경주는 영혼의 고향같은 곳이다. 지난 번 걸어본다 첫 번째 이야기인 용산편을 리뷰하면서 내가 내게 특별한 공간들을 언급했던 것처럼 저자는 "자연은 온 지구에 지천으로 널려 있지만 나라와 지역에 따라 특별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내게는 인도와 그리스, 경주가 그러하다. (p.178 epilogue 경주에서 내가 점유하는 진정 좋은 것들)"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걸어본다' 시리즈는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기도, 가능하게 하기도 하는 것 같다. 내가 직접 걸어볼 수도 있고, 누군가가 걸어 온, 혹은 걷고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도 하다.

 

 '경주'

 어렸을 땐, 경주가 그저 그런 뻔한 소풍, 여행지, 지루한 유적지였다. 어린 아이의 눈을 끌만한, 재미를 책임지는 흥미로운 장소는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조금 크고나서 경주는 막연히 다들 가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여행지 정도로 변했던 것 같다. 다들 예쁘다고 하고 가고 싶다고 하는 그런 곳- 부산에서 자란 내게 경주는 그 때까지도 그냥 학창시절에 자주 갔던 견학장소,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는 장소였기에 서울에서 사는 동안에도 그렇게 막연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장소는 아니었다. 그리고서 직접 찾았던 경주는, 고즈넉하고 따뜻한 마을. 우리 마을은 아니지만 떠나고 싶지 않은, 그런데다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한 마을. 그런 마을의 느낌이었다. 꾸미지 않았지만 화려하고 정돈된 것 같은, 그리고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그런 곳. 한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고 새카맣게 타면서 자전거로 돌아다녔던 경주에서의 하루도, 그 때가 아쉬워 같은 해 다시 찾았던 겨울, 하얀 입김을 불어대며 뛰어다녔던 경주에서의 기억도, 참 한결같이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산림환경연구소 편을 보면서는 문득 식물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식물들 이름이 재밌다.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유추하는 것도 그렇고, 생긴 모습과 비교해보는 것도 그렇고 상상만으로도. 대학들어오고서 갔었던 아침고요수목원, 겨울에 찾았던 제주도, 그리고 내가 맘 속에 담아두고 있는 가고 싶은 곳 중 하나인 청량산과 전남 장성 편백나무 숲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남은 한 해 안에 갈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마치, '경주는 이런 곳'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 귀여웠던 경주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삼십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들어서기로 하자 주민들이 반대했다고 한다. 지역 발전을 위해 두 손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반대한 이유는 "경주여고 애들 바람 든다"는 거였다. 웃지 않을 수 없는 이런 일도 경주란 지방의 특수성이라 할까.
p.174 postscript 경주, 영악함 없는 이 느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