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의 손전화기 카카오톡에는
- 표 아니면 피를 판다
하고 썼단다
전통 예술을 무대에 올리는 선생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잘 드러나는 말이다
武-舞-巫-無
선생이 미친 ‘무’의 세계 이야기를 들으며
전통 예술이 아니더라도
이미 선생은 미쳐 살아왔다고 여겼다
미쳐 살아온 분이니
며느리한테 숨기고 살아온 어르신들의 전통 예술을
기어이 끄집어내어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비단 미쳤기 때문일까
아들에게 비로소 인정받은 어르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강연을 하면서도 울먹울먹 애써 눈물을 삼키고 말았으니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도 한몫 했으리라
선생이 어르신들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표 아니면 피를 파는 심정으로 일했듯
책도 그렇게 썼다
선생은 전통 예술을 무대에 올리는 데도
책을 쓰는 데도 꼭 같은 마음이었다
선생이 상대한 어르신들이 한결같이 명인이었듯이
어느새 선생도 명인이었다
경의를 표한다.
2013.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