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의 우리나무> 봄편-창덕궁 나무 답사

촉촉한 봄비와 함께 박상진 교수님과 창덕궁의 봄나무를 보고 왔습니다.

 

 


경복궁에 이어 조선왕조의 제 2궁궐로 창덕궁이 지어졌습니다. 임진왜란 때 완전히 소실되었다가 광해군 2년에 창덕궁이 중건되었습니다.

1824~1830년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궐도>라는 궁궐 그림이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200년 전에는 궁궐에 어떤 나무가 있었는지, 아직까지 남아 있는 나무는 어떤 것들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궁에 그려진 나무의 크기를 보며 나무의 나이를 가늠해보기도 합니다.

 

 

 

 

 

 

봄비가 내리던 날, 눌와출판사 <궁궐의 우리나무>의 저자이자 나무 박사님인 박상진 교수님과 함께 창덕궁 봄나무 답사를 함께 했습니다.

박상진 교수님은 전자현미경으로 나무의 세포를 연구하는 임산공학자이십니다. 백제 무령왕릉이 발굴된 지 23년 만에 관재에 일본 나무인 금송임을 밝혀 일본과 백제의 교류의 결정적 증거를 밝혀내시기도 했죠. 과학자 출신이라 책이 전공서적처럼 딱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책이 술술 읽힙니다. 사진도 좋구요. 책도 재미있었는데 교수님과 함께 고궁을 누비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떨까 기대를 많이했어요. 유머 감각도 넘치시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더라구요. ^^ 함께 온 나무 매니아는 교수님이 자신의 이상형이라면 ㅎㅎㅎㅎ

 

눌와 출판사에서 책에 나온 창덕궁 지도와 함께 이렇게 예쁜 책갈피를 선물해주셨어요!

우리나라 전통 문화에 관한 책을 주로 출판하고 있습니다. 도서 목록을 보니 매화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돈화문 회화나무

돈화문에 심어진 회화나무는 주나라 때 세 그루의 회화나무를 심고 우리나라의 3정승에 해당하는 3공이 정사를 논했다는 예를 따른 거라고 합니다. 자유롭게 뻗은 가지가 아름답습니다. 잡귀가 붙지 않는 나무라 믿어 집 안에 심으면 복이 찾아온다고 하여 서원이나 양반집에서 흔히 심었다고 합니다.

 

 

돈화문 복사나무

복사나무는 무릉도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나무죠. 아름다운 사람의 얼굴을 상징할 때 복숭아꽃처럼 고운 자태라고 하기도 하구요. 도화살에 화가 복숭아이기도 하고. 꽃과 과일도 참 매력적인 나무입니다. 

 

봉모당 향나무

나무를 나이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딱 둘이 알고 있는데 나무 본인과 하느님이시라고. 대략 1년이면 3mm~5mm쯤 둘레가 늘어나니 대략 몇 살이겠구나 추측해 볼 따름이라고 합니다. 동궐도에서 6개의 받침목이 가지를 받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동궐도가 그려진 시기에도 꽤 큰 나무였던 창덕궁 향나무는 700살을 훌쩍 넘겼습니다. 나무 속에 강한 향을 품어 제사 때 향을 피우기 위해 꼭 필요한 나무였다고 합니다. 어진을 모신 선원전 옆에 심어져 있습니다. 선원전 후원과 압뜰에도 비슷한 크기의 향나무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하네요.

 

 

 


 

금천교 버드나무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는 강가나 나루터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옛 연인들은 헤어질 때 떠나는 임에게 잎사귀 하나를 건넸습니다. 내 마음도 이 나무처럼 흔들리니 얼른 돌아오세요, 라는 귀여운 협박이 담겨있습니다.


구선원전 측백나무

그날 본 나무 중에 가장 잘생긴 나무, 측백나무입니다. 선원전 측백나무는 동궐도에도 제법 크게 그려진 것으로 보아 300년 훌쩍 넘었네요. 제주도 유배시절 추사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에 그려진 나무가 속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대조전 미선나무

햐얀 개나리 같기도 하고 팝콘을 붙여놓은 것 같기도 하고 봄이 오지 않은 궁궐을 환하게 밝혀주었던 미선나무입니다. 식물은 과-속-종으로 세분해서 분류하는데 미선나무는 개나리 과에 속하며 1속 1종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나무라고 합니다. 궁궐에서 심는 나무는 아니고 일제강점기에 심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귀하다고 하니 더 예뻐보이기도 하고, 순백색에 올망졸망한 모양새가 귀엽습니다. 동사무소나 담벼락에 많이 심어져 자주 봤으면 좋겠습니다. 

 

 

 

자시문 매화나무
창덕궁 후원에 올라가는 길에 심어진 만첩홍매입니다. 옛날에는 매실로 식초를 만들기 위해 많이 심었다고 합니다. 자시문 앞 매화나무는 선조 때 명나라에서 건너왔습니다. 보통 매화가 아니라 겹꽃홍매화입니다. 꽃잎이 일반적으로 보던 매화보다 훨씬 탐스럽죠? 꽃잎이 여려겹이라 만첩홍매라고 부릅니다. 임진왜란  때부터 산 것 치고는 나이는 꽤 젊어? 보이는데 나무 세포를 조사해 보니 그 당시 나무 형질과 비슷했다고 합니다. 원래 심어진 나무는 죽고 이 나무는 아들이나 손자뻘 쯤이 될 거라고 합니다.

 

 

 

 

낙선재 쉬나무
쉬나무는 글 읽는 선비에게 고마운 나무였습니다. 전기가 없던 깜깜한 옛날에는 쉬나무 열매에서 기름을 짜서 불을 밝혔습니다. 유채, 해바라기, 들깨에서도 기름을 얻을 수 있지만 경작지에 심기가 쉽지 않았겠지요. 산에서도 잘 자라 공부하는 선비집 뒷산에는 쉬나무를 심었습니다. 유서깊은 선비의 집이라면 앞마당에는 학자수인 회화나무, 뒷산에는  쉬나무 심어져 있을거라구요.

 


아직 봄이 제대로 오지 않아 조금 아쉽긴 했지만 쌀쌀한 날씨가 꽃망울을 터트리는 꽃을 보니 대견합니다. 비가 내리니 운치도 있고 꽃잎의 색상은 선명하고 마른 가지에 윤기를 더하네요. 올해는 계절마다 궁궐에 나무가 변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 나무를 쓰다듬어 봐야겠습니다.
살구와 매화꽃을 구별하는 팁을 얻은 건 큰 수확이었어요.  꽃이 피었을 때 살구는 꽃받침이 꽃잎 뒤로 확 꺾여지고 매화는 꽃잎에 붙어있습니다.  (순천에서 봤던 개봉숭아꽃도 비슷했는데 이것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지네요.)

 

사계절로 이어지는 이번 강연.

다음 경복궁에서 강의 정말 기대가 됩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