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주최하는 은희경 작가와 우디 알렌의 만남 초대 이벤트

(‘미드나잇 인 파리’ 관람)에 당첨이 되었다. 극장에서 봤지만 한 번 더 보고 싶었고,

평소 좋아하는 작가님의 감상평도 듣고 싶었다.


상상마당 가는 길에 우리 과에 배치된 아르바이트 대학생(방학기간인 7월 한 달간

근무하는 남녀 2명.)들의 아르바이트 기간이 하루 남았다는 생각이 났다.

그래, 그들에게 작가님의 신간인 <태연한 인생>을 선물하자, 친필사인을 받아서,


그런데 학생들의 이름을 모르겠다, 한 달이나 지났는데도, 큰 명찰까지 목에 걸고

다녔는데도 말이다.

대화는 고작 몇 마디, 몇 번쯤 눈맞춤이나 했을까, 한 사무실 공간인데,

좀 심했다는 일말의 양심,


상상마당 시네마 도착, 시간이 일러 다소곳이 앉아있는데, 창비 출판사 관계자분이

웃으며 손짓한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여기저기 동네 강아지마냥 다니다보니, 알아보시는 것이다.


지난 다른 행사에서 책에 사인도 받고 다 읽었으므로 학생들 몫으로 두 권을 구입하고

영화표를 받아 입장했는데, 내 좌석을 누가 먼저 차지하고 앉아 있다.

이런 경우 내자리라고 권리 주장을 하지 못하는 소심남인지라,

다른 자리를 물색하는데, 같은 줄 통로 옆 4자리가 비어 있는데 위치도 괜찮다.

자리 바꿔달라고 하면 뒷줄로 다시 갈 요량으로 그냥 좌불안석!


영화가 시작된다고 조명이 어두워지자 드디어 내가 앉은 자리로 서너 명이 몰려온다.

슬쩍 보니 작가님이 앞장서고 출판사분들인 것 같았다. 그곳은 지정석이었다.

(내 원래 좌석은 C-9, 지정석은 C-1,2,3,4  난 C-4에 앉아있다.)


작가님이 내 오른쪽에 앉고 옆으로 출판사분 둘, 내게 자리를 빼앗긴 나머지 한 분은

어디에서 관람했을까!

가끔 감독님 옆자리, 주연배우 옆자리에서 보는 이벤트가 있던데,

정말 뜻하지 않게 존경하는 작가님 옆자리에서 ‘미드나잇 인 파리’를 감상하는

행운을 얻었다.


태연해야지 하면서도 내내 조심스럽고 조금 긴장했었던 것 같다.

처음 작가님을 알아봤을 때, 모른 척(알지 못한 척) 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던가,

(오래 전 어떤 행사에서 박완규 작가가 말했던, 집 앞에서 편한 복장으로 쓰레기 버리고

있을 때, ‘혹시 소설가 박완규씨 아니세요?’ 그런 말 정말 싫다고 했던 것도 생각나고

해서.)

내 자신 쑥스러워서 인사말도 못 건넬 위인인줄 잘 알지만, 가벼운 목례 정도는

할 수도 있었는데, 


사실 이 영화는 1920년대, 1890년대 파리라는 시대적 배경과 그때 활약한 문인, 화가 등

예술가들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소소한 유머들도

이해할 수 있다.


작가님이 영화 감상하며 웃으셨던 부분들을 기억하는데, 몇 번쯤인가 멍했던 순간들,

만큼, 나는 그 시대와 예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마지막 사인회장에서 학생들에게 선물할거라 했더니, 무슨 말을 쓸까,

살짝 난감해 하시는 듯해서, “편하게 써 주세요!” 했다.

(지금 생각하면 결례되는 말이었다고 후회됨.)


<생각의 일요일들>의 작가님의 사인 문구 선택의 고민이 생각났던가,

(사인을 요청받을 때마다 나는 실은 좀 긴장이 돼요. 문구를 어떻게 써야 할지.)

은희경작가님의 사인 문구는 항상 멋지다. “여름날의 푸른 그늘처럼“


영화 속에서 소설 쓰는 주인공 ‘길’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환상을 꿈꾸고 과거를

그리워한다. 마법처럼 1920년대 파리로 날아가서 세계적인 작가, 화가들을 만나서

꿈속을 걷는 기분이지만, 그들은 벨 에포크의 시대(1890년대)를 그리워하고,

벨 에포크 시대의 사람들은 르네상스 시대를 그리워한다.

그렇지만 주인공 ‘길’은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발 딛고 사는 현재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내가 사는 현실이 어쩐지 꾀죄죄하고 추접스러워 보인다.

그래도 지난 과거가 좋았다고 그리워하고, 미래는 지금과는 많이 다를 거라 상상한다.


작가님도 관객과의 대화에서 ‘미드나잇 인 파리‘와 ’태연한 인생‘이 영화와 소설로

장르는 다르지만 관객과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비슷하지 않나.... 그랬던 것 같다.

현실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사인 받은 책은 학생들이 떠나는 마지막 날 수줍게 전달했다.

어찌나 고마워하는지,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수시로 직원들이 발령 나서 오고 가지만

서운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언젠간 또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학생들과는 다시 만나기 힘들 거라는 느낌.

그들이 가끔 쉬는 시간에 읽는 책들이 내가 읽었던 소설들이어서 그랬는지도,

내가 무슨 대단한 박애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땐 그랬다.


은희경 작가는 <생각의 일요일들>에서 ‘인생은 해를 등지고 노는 것’이라고 썼다.

해 넘어 가는지 모르고 노는 것,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 것,

지금 현재를 맘껏 즐기자, 이런 뜻이 아닐까, 혼자 생각 한다.

(작가님이 쓰고 계신다는 문예지 단편이 잘 마무리 되었기를, 아르바이트 학생들 즐거운 대학생활을 빌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