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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내겐 2011년은 좋은 일만 가득한 한 해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1월 12일 수요일 저녁.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은희경 작가의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처음 <새의 선물>을 접했을 때 받았던 그 냉소적 느낌은 너무 강렬해서
그 때부터 나는 줄곧 은희경 작가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꼭 챙겨 읽곤 했다.
<소년을 위로해줘> 이 작품은 <비밀과 거짓말> 이후에 장편 소설로는 5년 만에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중간에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집이 나오긴 했지만,
장편소설로는 오래 기다렸던 만큼 기대도 컸을 수 밖에.

알라딘에서 <은희경 북콘서트> 소식을 들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작가님을 실제로 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12월 21일부터 신청이었던지라 워낙 많은 사람들이 신청댓글을 남겨주었고,
나도 신청댓글을 남겼지만 과연 이 경쟁률을 뚫고 북콘서트에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11일 낮에 당첨 문자와 메일을 받았다. 꺄오!

문학동네와 평화방송이 주최한 이번 북콘서트는 평화방송 TV와 라디오로도 만나 볼 수 있다.
음악과 책이 어우러지는 공연으로 이번 북콘서트에는 은희경 작가님 이외에도
홍대 여신이라 불리는 요조, 책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 음악 '소년을 위로해줘' 라는 노래를 부른 키비가 함께 했다.
날씨가 엄청 추웠던 수요일 저녁.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홍대 앞을 지나 상수역 근처에 있는 롤링홀에 도착했다.
예전에 상상마당에서 열렸던 북살롱에 참여한 적은 있었는데, 이번에는 공연장이라는 사실이 좀 더 색달랐다.
북콘서트 시간은 오후 7시 반. 부지런히 걸었더니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
롤링홀 입구에는 제대로 찾아왔다는 걸 알려주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은희경 작가님을 만날 수 있는 이런 좋은 기회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직 시작하려면 한참 남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좌석을 채우고 있었다.

이미 앞 줄은 자리가 다 차 있어서 앞에서 네 번째 줄 정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앞쪽 사이드 자리로 옮겼고!

시작 시간이 다가올수록 공연장 내 좌석이 채워져 간다.
오늘 북콘서트에 동행한 민자씨가 공연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보고,
다들 어떻게 이렇게 알고들 오는지 매우 궁금해 하시더라.
저처럼 관심있는 사람들이 신청하고 왔을터!
엄마를 따라온 어린 아이들부터 아주머니, 아저씨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북콘서트에 찾아오셨다.

무대에 조명이 비추니 한층 더 기대가 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북콘서트에 왔다고 자랑질을 했더니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나도 음악과 책이 함께 어우러지는 요런 북콘서트에 실제로 참여하는 건 처음이라 긴장도 되었다.

평화방송 북콘서트 진행을 맡고 계신 성기완님과 이소원님이다.
성기완님이 긴장하셨는지 다소 버벅(!) 하시는 바람에 NG가 두 번씩이나!
두분이 아웅다웅 하시면서도 안정감있게 잘 끌어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성기완님이 능청스럽게 던져주시면, 이소원님이 깔끔하고 똑부러지게 정리해주시고.

북콘서트 첫 게스트는 요조였다.
괜히 '홍대 여신'이 아니다. 가까이에서 봐도 예쁜 건 예쁘다고 인정.
안 어울릴 것 같지만 흑인음악도 좋아하신다고도!
클래식 음악을 무서운 음악'이라고 생각했었다고도 하시더라.
영화에서 보면 살인마들이 살인을 저지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클래식을 듣는 걸 보고 그렇게 생각했었다고. ^^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다.

이번 신곡인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곡을 들려주었다.
옆에 계신 분은 이상순 씨는 아니고.
조용하고 잔잔한 멜로디와 감수성깊은 가삿말이 인상 깊은 곡.

요조의 공연이 끝나고 은희경 작가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빨간 스타킹도 눈에 확 띄었다.
"은희경 룩!"
힙합 음악을 모티브로 소설을 쓰신 분 답게 홍대를 품으신(!), '룩 좀 돋으신!' 은희경 작가님의 의상을 보니
소설 속에 나오는 의상 칼럼을 쓰는 신민아씨의 모습이 상상된다.
아마도 작가님의 많은 모습과 닮아있지 않을까.
요조는 느릿하고도 차분한 음성으로 열입곱 소년 연우가 달리기를 하는 장면을 낭독해주었다.
달리면서 보는 풍경. 달리는 속도로 보는 세상이라니.
걷기엔 너무 느리고, 자동차는 너무 빠르다 하시면서 뛰는 속도가 본인에겐 맞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이렇게 생생하게 소설 속에서 그려내실 수 있던 거구나.
달리기를 즐겨하시는데다 여성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3위'를 하셨다고 수줍게 말씀하신다.
추운 겨울에 열려서 진짜 선수들은 부상을 염려해서 출전하지 않았다면서 겸손해 하셨지만
달리면서 보고 생각하고 느끼면서 담아낸 세상은 그대로 소설 속에 녹아 들어있고,
나이를 잊게 만들 정도의 패션을 소화해 내실 수 있는 젊음과 건강의 비결의 이유가 따로 있는게 아니었구나.

요조의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준 낭독의 시간 후에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와 <모닝스타>라는 곡을 들려주었다.
공식적으론(?) 어쨌든 요조는 연애중(!) 이지만
예전에 만들었다던, 요조의 표현대로라면 '찌질한' 노래.
그러나 가사는 심장에 와서 콕콕 박힌다.
에잇. 요렇게 또 위로를 받나?
힙합 레이블 소울컴퍼니 CEO인 키비.
(아. 성기완님의 맛깔스런 표현처럼, C to the E to the O!)

이번에는 은희경 작가님이 이 책을 쓰시면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던
<소년을 위로해줘>의 키비의 신나는 무대가 이어졌다.
가뜩이나 스피커 가까이 앉아서 쿵쿵 거리는데 앉아서 이 힙합리듬을 즐겨야 한다니
당장이라도 일어나 "put your hands up!" 상태로 손을 흔들고 싶었지만
방송 녹화 중이라.ㅋㅋ 참았...
은희경 작가님이 자신의 노래 <소년을 위로해줘>를 모티브로 소설을 쓰신다는 기사를 인터넷으로 알게 되었단다.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자기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그래서 출판사에 전화를 해서 직접 물어봤단다.
그 후로 은희경 작가님과 키비는 자주 만남을 갖게 되었다고.
어찌보면 그래서 이 소설은 '공동작업' 한 것 같다는 말씀.
음악과 글이 만나는 색다른 작업이라.
실제로 은희경 작가님은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키비의 노래를 듣고 시작을 하셨다고도.

키비의 낭독시간.
성기완님은 키비를 오래전부터 알아온 동생이라고 하셨는데
그래서인지 분위기를 잡고 진지하게 낭독하는 키비가 재미있으셨나보다.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얼굴 가득 지으시고.
이어서 은희경 작가님은 채영이가 쓴 소설 부분을 낭독해주셨다.
여리고 고운 소녀의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게.
요조대로, 키비대로, 은희경 작가님대로 낭독의 시간은 저마다의 매력이 묻어나는 시간이었다.
낭독 후에는 독자와의 대화가 이어졌는데 아우. 쑥쓰럽고 떨려서 질문도 못한게 아쉬웠다.
키비와 함께 마이노스 등장. '이루펀트'라는 그룹으로 활동하는데
<Mr. 심드렁>과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졸업식>이라는 두 곡 열창.
가뜩이나 노이즈를 가득 담아냈는데, 이들의 빠른 움직임을 유령처럼 담아내버려서 사진이 없다. ㅠㅠ

위의 사인은 인터넷에서 주문했을 때 받은 사인인데 새 책에 받을까 하다가,
그 사인은 진짜 나만을 위한 사인이 아니므로 다시 들이 밀었다. ㅋ
그랬더니 "환유" 라는 이름을 보시고 "트위터 친구!"라고 알아봐주셔서 감사했다.
"만났네요!" 요 짧은 글 하나에
집에 오는 내내 실실 거렸다지.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지!
열 두살의 나이에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소년 진희는
15년이 지나 어리숙한 열 일곱의 소년 연우로 돌아왔다.
세상을 보는 진희의 날카로운 시선을 좋아했던 나는 연우의 시선 마저도 사랑스럽다.
힙합이 가지고 있는 혁명성, 순수성, 또한 자기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정체성.
진짜 위로 받고 싶은 아웃사이더들의 삶을 그리면서
작가님 표현처럼 '편집자를 괴롭히지 않을 만큼 완벽한 문장을 구사했던 전과 다르게'
힙합처럼 자연스럽고 가볍게 흘러가도록 썼다는 이야기가 오래 남는다.
성기완씨가 '소년'만 위로하지 말고 '아저씨'도 위로해달라고 말씀하시자
은희경 작가님은 우리 모두가 '소년'이라는 대답을 해주셨다.
그냥 나는 나인채로 괜찮다고.
그리고 진짜 내가 받고 싶은 위로의 말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