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 나눔문화
빨간책 검은 띠줄, 검은책 빨간 띠줄
12년만에 박노해 시인의 시집이 출간되었다. 예전 헌책방에서 <참된 시작>이란 시집을 사 읽은 적이 있어, 직접 시인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시집도 사고 강연회 신청도 했다. 광화문 서쪽에 있는 나눔문화란 곳에서 강연을 하는데, 박노해 시인이 만든 지적 사회 공동체라 한다.
강의실 준비를 하느라 잠시 실외에 있는 옥외 공원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은은한 조명, 장독, 깨진 장독, 장독 뚜껑, 하늘을 덮고 있는 듯한 비닐, 그 비닐에서 스며나오는 연노랑 불빛. 진행자 분이 주신 차 맛 또한 일품이었다.
강연장 준비가 끝나 자리를 잡았다. 역시나 난, 맨 뒷 구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기다리며 시를 읽고 있었다. 그런데 맨 앞쪽 테이블 위에 전시용으로 쌓여 있는 신작 시집을 본 순간 난 '어, 검은책에 빨간 띠줄이네'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책 디자인이 두 가지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빨간책에 검은띠줄, 검은책에 빨간띠줄? 난 왜 착각을 했을까? 또한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찌보면 차이가 없다. 또 어찌보면 차이가 있다. 내 눈의 부정확함으로 인해 발생한 순간의 착각일테니, 사실 별일도 아닌 것이다!! 근데 난 왜 이 일에 대해 신경 쓰고 글을 쓰고 있을까?
현실에서 별 일 아닌 이런 착각들이, 오해들이, 아집들이, 편견들이 너무나도 많이 존재한다. 별 것 아닌 것을, 내가 잘못 본 것을,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을, 그럴 수도 있는 것들을 인간들은 자기가 맞다고 옳다고 악다구니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진짜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난 것이다. 아니 알면서 모르는 척 할 수도 있다. 알면서 행동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현실 인간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분쟁과 갈등의 시작이 아닐까?
박노해 시인의 시 한수와 오늘의 대화 시간이 나에게 이런 착각에서 깨어나게 그리고 그 착각이 착각임을 인식시켜주며 불의한 현실에서 미약하나마 움직일수 있는 행동할 수 있는 하나의 자양분이 된 귀중한 시간이었다. 시인께서 중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소박하고 기품있게" 난 이 말이 내 가슴속에 자연스럽게 새겨졌다. 단순하고 간단하지만 그 속에서 빛나는 살아움직이는 결이 있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다.
ps : 나눔문화 올라가는 계단의 모습이다. 난 이 모습을 보며, "아 이 공간은 좋은 사람들이 있는 따뜻한 공간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참 좋은 그대'일 수 있기를...갈망한다. 그리고 노력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