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말에서 80년대 초반... 참 아프게 가난하게 대학을 다녔습니다. 참으로 고난했던 젊은 시절 대학가요제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커피 두 잔 값, 짜장면 두 그릇 값이 없어 우리 두 청춘은 늘 거리에서 두 다리로 데이트를 했었죠. 아마 그 어렸웠던 시절 같은 과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지금의 남편이 있어 견딜 수 있었습니다. 아마 나 혼자였더라면 그 치열했던 20대 초반을 어쩌면 견디어내지 못했을지도... 그 혼돈과 지표없는 나날들을... 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그 시절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져 거의 한 달 이상을 걸려 겨우 책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50을 훌쩍 넘긴 나이... 사랑의 연못이 다 말라 갈라져 버린 것같은 마음이 이 글 읽는 내내 마치 봄비를 맞는 것처럼 촉촉해져 온세상이 싹이 돋고 푸름이 짙어져가는 느낌이... 이제 그 때 내 나이가 된 대학생 딸아이의 너무도 큰 선물로 딸과 함께 찾은 신경숙님의 낭독회는 내겐 내내 한 마디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따뜻해져 오는 마음... 뜨거워지는 눈시울.... 내 딸도 내 옆에서 신형철평론가님의 윤교수의 글을 듣고 눈물이 방울져 내리는 것을 보고 딸과 내가 30년의 시간을 넘어 하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낭독회를 끝내고 집에 있는 책들 중 가지고 간 3권의 책에 싸인을 받고 작가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딸과 나는 정말 행복한 맘으로 홍대 밤거리를 걸었습니다. '오.늘.을.잊.지.마', '내.가.그.쪽.으.로.갈.게'... 그 말은 20대만이 아니라 50대인 내게도 한한 말이겠지요..이 책을 읽고 작가님을 만나고 나는 누군가에게 작가님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그 말처럼 늘 죽음이 아닌 삶에 내 두발을 힘차게 딛고 모든 사람들을 안는 마음으로 남은 시간들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나를 기억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 '내.가.그.쪽.으.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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