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는 

아침부터 계속 내리고 있었다. 확실하게 봄은 오는 걸까? 

 

직장이 수원이기때문에 강연회에 바로 참석할려면, 6시 칼퇴근을 하고 올라간다고 해도 너무나 빠듯한 일정이다. 그러나 강연회 참석에 당첨된 것만으로도 어디냐. 반드시 가리라. 

 호사다마... 

 5시 50분 실장의 호출이다. 업무추궁. 10분 넘게 추궁 당하고, 실장. 퇴근을 않는다. 실원들 아무도 퇴근하지 않고, 야근을 위해 저녁을 먹으러 간다. 홀로남은 시간. 도망치듯 그렇게 사무실을 나선다. 6시 40분. 메어사는 이의 비애라고 할까.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사당으로 가는 자석버스에 오른게 7시. 강연은 이미 시작하고 있겠지. 나는 이렇게 힘들어하며 강연회에 참석할려고 하는가. 나도 잘 모르겠다. 

올라가는 버스안에서 '삼성을 생각한다'책을 펼친다. 굉장히 똑똑한 사람같다. 김용철변호사는.. 명석한 두뇌의 움직임이 책 곳곳에 베어난다. 

이내 잠이 들고 마는 힘겨운 퇴근길. 

 

버스에서 내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청어람에 도착한게 8시 20분. 이미 자리는 만석이고, 3층에 별도 마련된 강의장에서 영상으로 보고 있었다. 순간 나는 '정권과 삼성의 감시가 심해서 원격으로 방송하나보다.'라고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도 적었고, 왠지 분위기가 상상속 비밀회견을 보는 것 같았으니까... 

 분했다. 너무 늦게 온것도 그랬고, 실물을 보지 못하고 영상으로 봐야하는 것도 그랬고, 5분도 앉아있지 못하고, 담당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했지만, 청어람건물을 헤매기 시작한다. 1층. 다시 3층. 지하2층 강연장소를 겨우 찾아 들었다. 

빽빽한 청중들. 맨 앞줄에 심상정 진보신당대표도 보인다. 역시 다르다. 실물을 직접 보는게 영상보다 백배 낫다. 늦게라도 여기로 들어온게 다행이다. 하나라도 더 들을려는 넘치는 기세. 무언가 뜨거운 분위기. 

 청중들 사이에서 웃음이 자주 터져나왔다.   

TV에서 보고 가졌던 김용철변호사의 이미지는 어눌해보이고, 비밀을 폭로한 배신자의 불안함 같은 것이였다.  

당당함, 머 이런 것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그런데, 

목소리는 컸고, 질문에 답하는 모습은 주도적이며 당당했으며, 유머러스하기까지 했다. 

심한 마음의 고통을 느꼈을텐데, 그런 어둠같은 것 전혀 느낄 수 없이 쾌활하다는 인상. 자신감에 넘쳐있는 느낌. 

내가 언론의 이미지화에 당한 느낌이랄까. 

도무지 강연장으로 출발할 때부터 새로운 것들의 연속이다. 

 

책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증언들과 말들로 신선했다. 강연회 뒤에 사인까지. 

개인적으로 사법의 로스쿨도입에 대해 궁금한 점도 김용철변호사님께 들을 수 있었고, 

심상정 대표님의 사인까지 받았으니. 늦게라도 참석해서 다행이였다.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 30분. 

피곤으로 녹아내리는 듯하는 몸을 이끌고 다시 책을 펴든다. '삼성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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