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감하는 12월 중순, 홍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김인숙 작가님을 만났다.    

<2009 한국대표작가와의 만남> 행사의 한 주인공이 김인숙 작가셨고, 올해 발간한 <안녕, 엘레나>라는 소설집을 들고 나오셨다.  카페 한 구석에 커튼이 쳐져 있었는데, 그 속에 잠자코 출연의 시간을 기다리고 계셨다. 그 안에 있을 줄은...시간에 맞춰 카페 뒷문을 열고 천천히 들어오실 줄 알았는데, 내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커튼 속에서 모여있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함을 듣고 계셨을 줄은...몰랐다. 낯선 기분, 그러나 이 신선한 기쁨이란.

김인숙 작가님의 소설은 인간적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매번 인간을 향한 깊이있는 시선을 확인하곤 했고, 그 촘촘한 글쓰기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작가가 여전히 희망적이며, 애정을 가졌기에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곤 했었다. 실제 김인숙 작가님의 소설에 등장하는 몇 가지 특별한 직업들, 가령 하늘로 치솟은 전봇대 꼭대기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사람이며,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써주는 자서전 대필작가를 업으로 하는 사람 들의 이야기는 눈물겹다. 그들의 인생살이가 고되고 질퍽해서이고, 그 진저리나는 일상이 그들의 직업을 통해 실감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경험해보지도 않은 직업과 삶을 작가는 어떻게 쓸까. 아마도 그 시작은 관찰일 것이다. 타인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찰, 그 속에 어려있는 그녀의 시선은 따듯하다.  

소설이 아닌 실제 만난 소설가, 김인숙 작가는 따듯한 사람 처럼 보였다. 삶이 도저한 절망에 갇혀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끔찍하며, 우리의 삶에는 희망이 있으며, 그 희망을 찾는 과정에 자신이 있노라고 작가는 대답했다. 김인숙 작가님이 소설 속에 담으려고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인 것 같았다.  

작가의 소설, <안녕, 엘레나>와 <조동옥, 파비엔느> 중에서 일부를 직접 낭독하셨다. 목소리가 예상 외로 하이톤이라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금새 익숙해졌다. 작품을 쓴 작가가 직접 낭독해주는 것은 독자에게는 매우 신선하고 훌륭한 경험이었다.  형식 속에 메여있던 '글자'들이 살아서, 살아서 카페 안을 가득 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멍 하니 글자들이 흘러가는 모양새를 바라봤고, 어느 새 내 마음 한 가운데에 머무는 모습을 바라봤다.  

왜 <안녕, 엘레나>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셨는지 이해가 됐다.  왜 <안녕, 엘레나> 소설을 소설집의 첫 머리에 올려놓으셨는 지도 조금은 이해를 했다. 나의 생각이 아닌, 직접 글을 쓴 작가의 시선으로 다시 책을 읽고 싶어졌고, 욕구가 강해졌다.  

요즘은 김인숙 작가님의 예전 소설집을 다시 읽는다. 새롭게 다시 펴든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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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사람 2009-12-2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인숙 작가님!!
잘 모르지만 좋은 글을 쓰신 것 같습니다.^^

humanwatch 2010-01-29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아래 님의 글도 잘 봤습니다.

맹물 2010-10-08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장어 스튜'는 권지예 작가의 작품이에요. 착각하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