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라는 것.
내 심장이 뛰고 있고 나의 마음이 아직 따뜻하며 내가 오늘도 어김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의 여름방학은 누구에게나 무덥고 페이스를 잃어버린 마라토너의 숨처럼 불안함의 연속입니다. 저 역시 그런 날들을 보내고 있었던 중에 문제집을 사기위해 들린 알라딘 홈페이지에서 이름만으로도 온몸에서 꿈틀거리는 그 무엇을 일으키는 이름. 공지영작가님의 강연회에 대한 페이지를 보았고 ‘아주 조금만이라도 그분과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생각하고 말할수있다면.’이라는 생각으로 강연회를 신청했고 심지어 평소에 학교에서 자리정하는 제비뽑기마저도 운이 없던 제가. 강연회참석에 당첨이 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혼자 지하철을 갈아타고 버스를 타고 가면서 ‘도가니’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하철인것도 잊고 젖어가는 눈시울도 잊고 땀이 범벅이 된 손도 잊은 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은수와 유정이에게 주어진 시간이 정지되어버렸으면, 제발 그랬으면이라고 바라면서 흘렸던 눈물이라면 ‘도가니’는 지나가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선설을 너무나도 간절히 믿는 저에게 어떻게 내가 앞으로 1년 뒤면 나아갈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원망과도 같은 눈물이었습니다.
그렇게 더욱더 벅차서 온몸에서 꿈틀거리는 그 무엇이 절정에 닿았을 때 쯤 강연회가 시작되었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여자로서 강한모습과 아이들 이야기를 하시며 살짝 지으시는 미소가 수줍으시던 작가님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정말 어떤 잡음도 들리지 않고,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작가님의 목소리만, 작가님의 얼굴만 클로즈업 되는 느낌이 들더니 어느 순간 온몸에서 꿈틀거리는 그 무엇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멈추었습니다.
작가님께서 ‘공감’이라는 말을 하실 때였습니다.

저는 같이 강연을 들으신 분들에 비하면 부끄러울 정도로 짧은 시간을 살았지만 그 시간동안 온몸에서 꿈틀거리는 그 무엇을 참 많이 느꼈으나 뭐라고 지칭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공감’이라는 말로 그 무엇을 정의해주셨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 무엇은 복합된 감정이고 그중의 하나가 공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공감하는 그 순간 저는 울고있었든 웃고있었든 행복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는 망설이다가 작가님께 저의 오래된 꿈을 말씀드리고 질문하기 위해 떨리는 손을 들고 일어나 질문을 했습니다. 먼저 작가님 덕분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셨는지 궁금하다고.. 정말 바랐던 것처럼 같은 시간과 공간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기쁨에 무척이나 떨렸고 작가님께서는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꺼내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예쁜 글을 쓰려고 하면 얼마든지 예쁜 글을 쓸 수 있지만 좋은 글이 될수없다는 말씀과 함께 제 꿈을 다독여주시고 엷은 미소로 답해주셨습니다. 저의 질문외에도 실제로 교직생활을 하시는 분, 아이를 키우시는 분, ‘도가니’말고도 작가님의 다른 작품에 대해 말씀하시던 분들...모든 분들의 울먹임에 참 행복했습니다.

사실 자신이 없습니다.
공지영 작가님처럼 이렇게 무서운 세상에 부딪쳐가면서 글을 쓸 자신도,
한편으로는 강한 여자의 모습으로 사랑하는 아이들을 키워나갈 자신도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한 가지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저의 온몸에서 꿈틀거리던 그 무엇을, 작가님의 강연회를 들으며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은 정의되던 그 감정을 지켜나갈 자신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이 세상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뜻밖의 행운으로 강연회에 참석 할 수 있게 해준 알라딘. 함께 주최하시고 방송으로 생중계하시고 자리 만들어주신 오마이뉴스. 같이 울먹임의 시간을 보내준 강연회 오셨던 모든 분들. 그리고 오지 못하셨더라도 동영상을 보신 많은 분들.
마지막으로 매번 쓰시는 작품마다 저를 조금씩 더 성숙하게 자라도록 해주시는 공지영작가님.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19살의 여고생은 이렇게 또 한발자국 세상에게 다가갑니다.

공감이라는것
내 심장이 뛰고 있고 나의 마음이 아직 따뜻하며 내가 오늘도 어김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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