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내가 감동하는 책은 말이야. 다 읽고 난 뒤에 그걸 쓴 작가가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란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주는 책은 좀처럼 없지."  -호밀밭의 파수꾼 中 

호밀밭의 파수꾼에서의 홀든의 이 이야기를 읽을 때면 난 소설가 공선옥이 떠오르곤 한다. 자신의 이야기속 주인공들을 끝도 없는 절망속으로 몰아세우는 작가, 마흔이 되어서야  길을 나서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나이 불혹을 넘겨서도 사는 게 거짓말 같다라고 솔직할 수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절망의 끝까지 경험하고서도 또 묵묵히 삶을 견디어내야 했던 그녀의 주인공이 가짜가 아니구나 하는 맘에, 그런 진짜 사람을 그려내는 그녀를 무작정 찾아가 그녀의 주인공들처럼, 한바탕 울음을 쏟아내고, 그렇게 다시 내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녀 자신은 독자에게 불친절한, 독자와의 만남같은 행사는 사양하고픈 작가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마련된 그녀와의 자리가 너무도 반갑기만 했다.  더욱이 이제는 어느새 중견이 된 작가와 2년차 새내기 작가가 함께하는 자리라니..

두 명의 여성작가와의 만남자리여서인지 대부분이 여자독자였고, 장소도 예쁜 커피숍이어서 정말인지 친구와 수다를 떨러나온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조금 안타까울 수 있었겠지만(^^:) 대화의 내용도 새로 출간한 책에 대한 것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얘기들이 오가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게 했다. 사실  함께 하는 정한아 작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는데 처음 정한아 작가의 모습을 보곤 너무 앳되고 예쁜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상상으로 가득차있는듯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천상 글쓰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책만 읽으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리고 나서 읽은 책은 누군가에게 주고 자신의 집엔 한 권의 책도 두지 않았음 좋겠단 공선옥작가와 재밌는 책은 다른 사람들이 몰랐으면 좋겠다고, 책을 빌려주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는 정한아 작가...나이며, 살아온 환경이며, 쓰는 글의 내용이며 너무도 다르기만 한 두 사람인데, 나란히 앉아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상대방의 글을 낭독해주는 그녀들의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 보인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책을 읽는다는 것,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이 삶에 대한 답을 줄까라는 질문에 공선옥 작가는 책이 현실의 문제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 것은 적어도 책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며, 그중에서도 문학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 정한아 작가가 낭독했던 [내가 가장 예뻤을때의 한 구절],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왜 아무렇지도 않은거냐는 그 구절처럼, 그렇게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글... 아마도 내가 작가 공선옥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그래서 일것이다.. 끊임없이 왜라고 물어오는 그녀의 질문에 그럼 당신의 답은 뭔가요 그렇게 되묻고 싶은 마음...  설사 아무른 답을 듣지 못하더라고 말이다...

그녀들의 작품에 위안을 받았다는 누군가의 말에 공선옥작가와 정한아 작가는 전혀 다르게 답했다. 위안이 되는 글이 아니라 불편함을 느끼는 글을 쓰고 싶다는 공선옥 작가와 자신이 가장 절망하던 시기에 책이 그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 것처럼 자신의 글도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면 행복하겠다는 정한아 작가... 그렇게 다르기만 한 답에서 난 같은 방향을 보는 그녀들을 느꼈다. 절망하는 법... 적당히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절망의 끝까지 그녀의 주인공을 몰아붙이는 작가 공선옥과 그렇게 절망 끝에 다가앉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절망하는 법을 배웠을, 그리고 스스로 일어나 무언가 쓰기 시작했을 정한아작가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제대로 절망할 줄 알고, 그 절망끝에 생겨난 의문들은 글로 쓰는 그녀들... 그렇기에 그녀들은 천상 작가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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