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나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실감하고 있다. 계산된 호의, 진심으로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 그리고 위선의 가면.

'나쁜 자석'의 주인공인 민호, 은철, 봉구 역시 그렇게 변해갔다.

단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 무서울게 없었던 어린 시절은 추억 속에 묻히고

어느새 그들은 너무 쉽게 친구를 평가하고 속이고 비난하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런 세 명의 앞에 나타난 우울한 얼굴의 원석.

원석은 누구보다도 타인에게 가까워지길 원했던, 연약하고 순수한 영혼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갈망하면서도 한편으론 두려워 했기 때문에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동화를 통해 표현하였다.

하늘 정원. 그리고 나쁜 자석.

나쁜 자석은 바로 원석 자신의 이야기다.

아무리 다가가려고 해도 서로를 밀어낼 수밖에 없는 '좋은 자석'.

그래서 '좋은 자석'은 '나쁜 자석'이 되기로 결심한다.

나쁜 자석이 되면, 그렇게 되면 분명 타인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나쁜 자석이 선택한 것처럼 원석 역시 자살을 선택한다.

비록 죽더라도 타인에게-민호, 은철, 봉구에게 영원히 기억 될테니까.

비록 죽더라도... 비로소 타인에게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

그의 깊은 외로움이 내 마음 속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 원석을 두고 민호, 은철, 봉구는 격렬하게 다툰다.

원석이라는 존재를 세 사람은 완전히 다르게 기억하고 평가한다.

인간 관계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이것인지도 모른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갈등하고 상처받는다.

그들의 갈등이 최고조에 치달았을 때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꽃 비'가 내린다.

원석의 동화 속에 나왔던 '하늘 정원'.

그것은 어린 시절의 순수에 대한 향수였고 동시에 아픔이었다.

마치 모든 것을 용서하고 치유하려는 듯 끊임없이 흩날리는 꽃 비.

한편으론 흩날리는 꽃잎이 산산조각난 어린 시절의 꿈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사이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어린 원석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이었던 것 같다.

문득 내가 죽으면 착한 귀신이 되어 돌아올거라던 원석의 말이 떠올랐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만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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