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고민하는 힘’이란 책을 읽고 리뷰한 적이 있다. 재일교포로는 처음으로 도쿄대학교 교수가 된 강상중 교수가 쓴 책으로 최근의 일어나는 일련의 상황을 진단하고 이런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청소년부터 노년까지에게 좌표를 제시해주는 책이었다, 특히 강상중 교수는 자신이 젊은 시절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았기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신빙성있고 와 닿는 것이 많았다. 

 그런 강상중 교수가 한국에 왔다. 그의 책을 읽은 독자들을 직접 만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온 것이다. 난 그가 온다는 이야기에 바로 강연을 신청했고 당첨되기만을 기다렸다. 몇 일후 당첨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정말 뛸 듯이 기뻤다. 
 

드디어 강상중 교수의 강연회날이 되었다. 나는 여러 가지 장비를 챙기고, 혹시 몰라 그의 책도 함께 갖고 강연회장으로 향했다. 강연회에 가기전에 난 하나의 질문을 품고 갔다. 강연회 가기전 난 자살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최근 자살률이 급격하게 늘고 있었고, 그중 학생들의 자살률도 상당하다는 기사를 보고 쓴 글이었다. 나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학생들의 자살을 막기위해 그들에게 어떤 고민을 하도록 유도해야 하는가.’ 
 

꽃봉오리 젊은 학생들이 꽃을 피우지도 못한다는게 너무나 아쉽고 슬픈 일이다. 나는 그들에게 힘이 되어줄수 없다. 그저 자살을 두 번 정도 막아본 경험이 있다고해서 그들을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무례한(?)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상중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이었다.
 

강연회장에는 30여분전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반정도 차있었다. 더 이상 사람이 안 오겠지 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아니 이게 웬걸.....강연시간이 되자 강연회장은 꽉찼다. 자리가 없어서 서서듣는 사람까지 있었다.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래는 100명정도를 생각했는데, 신청한 사람이외에도 다른 곳에서 강연을 들었던 분들이 또 듣기위해 왔다고 했다, 
 

강연은 강상중 교수가 일본말로 말을 하면 전북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임경택 교수가 통역을 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진행되는 동안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임경택 교수가 통역을 한다는 것이 일본어를 그대로 이야기 하는 바람에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임경택 교수는 ‘일본어도 잘 못하는게 이렇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연회의 시작은 우선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어떠한지로 운을 띠웠다. 일본은 지금 교육의 구조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젊은 학생들이 그나마 최고의 교육기관을 졸업해도 홈리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고 했다. 이는 최근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며 많은 젊은 학생들도 고민하는 것이었다.  

 그리곤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인주의를 꼬집었다. 요즘 젊은 학생들은 예전과 다르게 혼자서 고민하고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고민을 갖은 사람들이 뭉쳐서 함께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몇몇 사람들이 문제와 고민을 해결하려고 행동을 한다고 해도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며 외면해버린다. 일본에선 철로에서 사람이 죽으면 ‘죽으려면 다른곳에서 죽지 왜 이 시간에 여기서 죽고 난리야’라는 말을 해버린다. 모두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선 무엇이든지 한다. 타인은 외면한 채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자살률이 올라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학생들도 자신의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그들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죽는다고 해서 슬퍼하는 사람은 그 학생의 가족과 주변인들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상중 교수는 어떤 해결책을 이야기 해주었을까? 그는 ‘저도 확실한 해결책을 내드릴수는 없습니다. 제가 해결책을 내드린다면 전 오바마보다 위대한 인물입니다’라며 농담섞인 말을 했다. 그러나 그는 해결책으로 가는 길을 제시해주었다. 

첫 번째로 작은 소단위의 협동을 이야기 하였다. 강상중 교수는 그의 책에서도 과학의 시대가 오면서 기존에 있었던 종교라는 것이 파괴되고 이는 공동체를 파괴하였다고 했다. 최근 한국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예전의 미풍양속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른’이란 존재는 점점 희미해져 날뛰는 ‘어린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점차 사라졌다.  

옛날 마을 공동체에선 함부로 나쁜일을 저지르기 힘들었다. 누군가 나쁜 행동을 하면 그건 금방 소문이 퍼지고 그에게 통제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허나 공동체가 이런 통제만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보듬어주고 도와주었다. 두례, 품앗이....한국 전통의 도움 문화이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강상중 교수는 이런 작은 공동체적 질서의 부활을 이야기 한 것 같다. 

두 번째로 발상의 전환(CHANGE)를 이야기 했다. 강상중 교수는 수출 주도형 정책으로 발전한 한국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지만 더욱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더 나은 새로운 형태의 무언가로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였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지금보다 더 나은 생각을 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선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그것에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몇 십년동안 살아왔던 방식이나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강상중 교수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의 양식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것을 바꾸지 않는다면 자신도 이 세상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강상중 교수는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는 모델이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결국 이 때문에 우리는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맞다. 타인이 자신에게 어떤 모델을 제시할수 없다. 아니 제시해서도 안된다. 자신의 삶의 모델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이니까. 

강연이후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한국인들이 그의 책을 읽고 어떻게 느꼈는지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몇 개의 질문이 이어졌다. 강상중 교수는 질문의 하나 하나에 성심성의껏-질문 한 개당 15분 정도를 소요하여 답을 해주었다.  

몇 번의 질문이 이어지자 시간이 금방 갔다. 사람들은 더욱 질문하고 싶어했고 강상중 교수도 더 이야기 해주고 싶었지만 어쩔수 없었다. 싸인회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강상중 교수는 강연과 질문에 대한 답을 성심 성의껏 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강연이 끝나고 아쉬움이 남는 찰나, 차를 기다리는 강상중 교수를 봤다. 냉큼 달려가서 사인을 부탁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강상중 교수는 바로 책을 받아 싸인을 해주었다. 

자살에 대한 질문은 직접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강연 안에 답이 있었기에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이 글을 읽어보신분은 ‘자살’에 대한 답변이 뭔지 아시리라. 만약 모르신다면 나의 글이 불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훌륭한 자리를 마련해준 알라딘과 사계절 출판사에게 감사드린다. 책이 더 팔리면 강상중 교수를 한 번더 모신다는 출판사의 약속이 꼭 지켜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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