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에서 강상중 교수님과의 대담기사를 보고 눈이 번쩍 뜨여서, 그분의 최근 저서 [고민하는 힘]을 사서 읽게 되었다. 

읽고난 나의 느낌은? 글쎄...좀더 시의적절한 내용과 날카로운 상황분석을 기대했던데 비해 살짝 밋밋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아쉽다..라는게 첫 느낌이었다.

예를 들자면, 나는 호우 경보가 난 거센 한강물을 잘 헤엄쳐 갈 수있는 자유형 영법을 책에서 찾고 있었는데, 교수님은 수영을 위해서는 우선 기초체력이 중요하다...라는 요지의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서, 일면 수긍이 가면서도 뭔가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분이 직접 한국의 독자들과 만나서 여러가지 말씀을 들려주실 기회가 생긴다기에, 알라딘 마술램프의 힘으로 약간의 그 아쉬움을 직접 덜어보고자 참가 신청을 했고, 감사하게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시간에 맞춰가고자 아침부터 단단히 준비를 했건만, 이런날은 꼭 뭔 일이 생긴다. 1시 넘어서까지 회사에서 처리해야할 일에 시달리다가 30분은 다돼서야 길을 나섰다. 

다행히 내가 내린 버스 정류장에서 4.18기념관은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었다. 그런데! 입구에만 강연회 안내가 붙어있고 당췌 소극장이 어딘지 중간 표시가 없는 것이다. 

경비아저씨가 2층으로 올라가래서 2층갔다가. 사무실밖에 없는 공간에 황당해하다 지하에 있다고 누가 알려주는 바람에 다시 지하로 낑낑...(앞으로 행사진행하실때는 장소 위치좀 제발..잘 붙여주시길 ㅠㅠ) 

뭐 늦었으니 살짝 조용히 들어가야지 맘은 먹고 있던 차인데, 웬일! 자리가 없어서 서서 들어야 한다지 뭔가!!  

분명히 1인 동반해서 모두 참석이 가능하다고 공지에서 확인했던것 같은데...동반도 없는데 앉을 자리가 없다니! 

암턴 고대까지 힘든 걸음을 했는데 그냥 갈수는 없고 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문을 빼꼼히 열었다. 

오오...참석자들의 그 뜨거운 열기라니..좌석은 물론이고 뒷편, 입구 복도까지 서서 듣는 분들이 무척 많으셨다.   

친절하신 행사 준비자님들 도움으로, 흰종이를 하나 깔아주셔서 그냥 털퍼덕 앉아서 조용히 경청을 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많은 분들이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니...하나도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왠지 이 분위기가 친근했다. (마치 2500년전 부처님의 녹야원 설법시간이나 2000년전 예수님의 산상수훈 모임에 둘러앉은 신도들같은 분위기??) 

그리고 실물로 보게된 강상중 교수님은... 

멋! 있! 었! 다!

정말 지성미가 철철 흘러넘치시는 모습, 거기다 그 나직하면서 조근조근한, 그러면서도 명료한 음성이 어찌나 좋던지, 일본어를 못알아듣는 내자신이 통탄스러울 정도였다.  

의외로 알라딘 독자님들은 박식하신 분들이 많은 모양. 강연 형식이 교수님이 일어로 말씀하시면 통역하시는 교수님이 한국어로 번역해주시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강교수님 말씀에 벌써 웃음소리가 왁자하게 터지기가 반복되었다.   

지각을 해서 초반부 내용을 못들은게 좀 아쉽긴 하지만, 나름대로 간략히 정리한 강연 내용은 이렇다.  

20세기에 한국은 6.25를 겪으며 아프리카 최빈국보다도 못한 경제상황에서 놀라운 기적을 일으켜 유수의 산업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 파탄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새로운 방법, 새로운 경제 수단을 창출해야 하며, 그것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사회로 소생할 수 있으며, 만약 그렇지 못하면 10년 20년 후 한국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는...다소 우울하지만 뭔가 생각해볼만한 과제를 던져주시는 말씀이었던 것 같다. 

1970년대 한국에 처음 교수님이 오셨을때, 평화시장 근처 빈곤한 사람들의 모습들이 교수님께는 지금까지 그리운 풍경 중의 하나라고 하신다. 그 빈곤한 모습이 재일교포들이 살고 있는 마을과 너무 흡사해서, 마치 서울이 거대한 재일교포들의 마을처럼 느껴지셨다고 한다. 

그러나 40여 년이 흘러, 한국이 이렇게 엄청난 변모를 하게 될 줄 몰랐고, 여기 고려대까지 와서 강연을 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 시대가 교수님에게 준 은혜가 아닐까 생각하신단다. 

한국인들이 본인의 책을 통해, 재일교포를 포함한 소수집단들에게도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신다고 하셨고, 작은 힘이지만 일본에서 일본의 여론을 움직여 한일 우호를 위해 힘껏 노력하고 싶다..는 말씀으로 강연을 맺으셨다.

암턴, 교수님께서 3시 30분에 칼같이 출발하셔야 도쿄행 비행기를 타실 수 있다고 해서 많은 질문을 남긴채 강연회는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타시기 전까지 몰려드는 독자들 한명한명에게 일일이 책에 싸인을 해주시는 자상한 모습도 보여주시더군. (저도 보고 있다가 운좋게 받았답니다~ ^^v) 

교수님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방법, 뭔가 다른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져놓고 가셨다. 그것을 어떻게 나의 삶에, 우리 사회에 적용시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지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교수님의 [고민하는 힘]이 결코 요즘 시의와 떨어져 있는 내용이 아님을 약간은 깨달을 수 있었다. 좀더 새로운 시각으로 [고민하는 힘]을 다시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강연장을 나섰다. 

좋은 참여기회를 주신 알라딘과 사계절 출판사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글을 맺으며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위에 쓴대로, 장소안내를 좀더 자세하게!그리고 사전 참석 인원에 맞게 의자를 좀더 준비해주셨으면..(종이위에 앉은게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나중에는 엉덩이아파 혼났어요 ㅠㅠ. 담에는 저도 지각 안하고 제시간에 참석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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