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문화초대석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유시민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사실 '토론회'라는 단어는 좀 어색했다. '저자와의 만남' 정도가 어울릴 법한 자리였다. 최근 유시민 전 장관은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책을 펴냈다. 책 출간 기념으로 알라딘과 오마이뉴스가 함께 자리를 마련한 모양이다. 난 책을 알라딘 보관함에 담아놓고 아직 사 보진 않았는데 곧 구입해서 보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다.
잡지 교육원 교육이 끝나고 수색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헤매다 오마이뉴스가 자리잡고 있는 누리꿈스퀘어란 빌딩을 발견했다. 오마이뉴스사 안쪽에 있는 대회의실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오늘 '토론회'는 오마이뉴스 생중계로 진행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처럼 초대된 '독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난 맨앞에 앉아서 수첩과 펜을 꺼내어 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잠시 후에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와 유시민 전 장관(이하 유시민 씨)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시민 씨는 작년 대구 유세 때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반갑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 2장 제 10조에 명시되어 있는 문장이다. 유시민 씨는 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솔직히 난 잘 모른다. 내가 공감한다고 하면 그건 거짓 공감일 것이다. 온몸으로 느껴본 사람만이 저 문장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내가 본 유시민 씨는 대한민국 현실을 걱정하면서 한편으로 희망을 기대하며 밥벌이를 걱정하는 평범한 국민 중 하나일 뿐이다. 이것은 그를 비판하거나 비하하는 의미가 아니다. 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 이상이 아니라는 것 뿐이다. 그러나 그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유시민이라는 사람에게 어마어마한 짐을 지우려 한다. 그들의 생각은 나와 다를 것이다. 아마 유시민 씨라면 자신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정권 탈환을 성취할 인물이라며 믿고 의지하고 싶어할 것이다. 유시민 씨는 정치인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마음이 내킬 때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주변 사람들이 그가 정치인으로 복귀하길 원한다고 하면 물론 명분은 되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와 목표이다. 이것저것 따져봐야 할 것이 많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유시민 전 장관에게 따져 묻고 싶은 바가 많은 듯했다. 왜 시국이 이러한데 팔자 좋게 가만히 있느냐고.

정동영 전 장관이 재보선에 출마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신을 지지하는 목소리만 여론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모습이 딱하다. 그가 공항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에서 나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나는 유시민 씨에게서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대통합 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경선 시절 정동영, 유시민 서로의 진영이 격하게 대립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때의 대립과 갈등은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현재 정동영 전 장관의 행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정 전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에게서 희망을 보며 자기들의 바람을 이뤄주길 기대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유시민 씨를 지지하는 사람들마저 그런 아집에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유시민 씨는 '진정한'이라는 말을 즐겨 쓰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자기만이 진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타인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가 김훈 씨 역시 예전에 이런 말을 했었다. "도덕적 존재라는 신념에 찬 자를 경멸한다"고. "이런 자는 필시 누군가를 부도덕하다고 생각하는 속내를 감추고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유시민 씨를 교주처럼 떠받들면서 그가 '진정한' 진보를 실현해주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분명 자기들과 생각이 다른 타인에게 배타적이다. 유시민 씨에게 그런 버거운 짐을 지우지 않았으면 한다. 그는 '불온한 자유주의자'일 뿐이다.

나는 정치인 유시민보다는 지식인 유시민에게 더 끌린다. 정치적 이해 관계를 고려할 땐 아무래도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말할 수 없다. 다양한 주제 속에서 자신의 견해를 펼칠 수 있는 지식인으로서 유시민에게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싶다. 그런 기대를 품으며 집으로 향할 수 있게 해준 유시민 씨와 많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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