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유난히 이런 '뽑기 운'에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걸릴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신청한 강연회였습니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3일 오후에 도착한 문자 한 통. 당첨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었습니다. 

고려대학교를 가는 것은 두 번째였습니다. 처음 갔을 때, 옆으로 넓은 학교 부지가 어찌나 부럽던지. 찾아가는 길이 멀긴 했지만, 그런 멋진 학교를 한 번 더 본다는 설렘과 작가 공지영씨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두근거림이 상승작용을 일으켜서인지 꽤나 일찍 도착했습니다. 

 

(블로그에 올릴 사이즈로 편집한 덕에 사진이 좀 큽니다. 죄송합니다. ;ㅁ;) 

제일 먼저 나를 맞아 준 것은 강연회 알림 포스터였습니다. 학교 전체가 너무 조용한 탓에 '과연 강연회를 하긴 하는 걸까?'라고 순간 불안감을 가지게 만들었던 상황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사진을 꽤나 많이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나마 덜 흔들린 건 이것 밖에 없었습니다. ;ㅁ;) 

   
  20대에 꼭 해야할 것. 코피 터지게 연애를 하세요. 코피 왜 터지냐면 걔 기다리느라고 그 집 앞에서 가서 밤 늦게까지 있다가 새벽에 와서 조금 자고 또 갔기 때문에 코피가 나는 거에요. 너무 보고 싶어서. 이런 연애를 꼭 하세요. (중략)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으세요, 진짜. 읽을 수 있어요. 그리고 다시는 이제 그런 세월이 오지 않아요. 그렇게 한가하게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없는데. (중략) 꼭 혼자서 먼 여행을 한 번 다녀오세요. 배낭을 메도 좋고, 무전여행을 해도 좋고. 혼자서 그 쓸쓸함과 낯섬과 고독과. 이런 것들을 안고 가면 정말 사람을 만나고 인생을 배울 수 있어요.  
   

나는 분명 20대에 있는데, 말씀하신 것 중에 하나도 제대로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20대의 시간 동안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해 보고자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습니다. 저것만 제대로 실천해도 내가 투자한 책 한 권, 그리고 2시간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강연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작가님의 책을 가지고 온 사람들에게는 사인도 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제 앞의 두 분은 작가님의 강연회에 참석하시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셨다며 사인을 받으셨습니다. 나는 "앞에 앉아서 자꾸 사진을 찍어대서 죄송합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괜찮다며 웃으셨습니다. 그리고는 '행복하세요. 바로 지금!'이라고 써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누구에게, 언제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는지 잠시 고민했습니다. 그랬더니 퍼뜩 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럼 내가 마지막으로 누구에게, 언제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전했는지 다시 고민했습니다. 역시나 답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행복하세요. 바로 지금!'이라는 문장을 한 번 더 읽으면서 강연회 내내 꺼놓았던 휴대전화를 켰습니다. 그리고는 몇 사람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행복하세요. 바로 지금!'이라고 말이지요. 

이 강연회에 많은 분들이 참가신청을 하셨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께 제가 전할 수 있는 것은 작가님께 얻었던 '행복하세요. 바로 지금!'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덧. 깃털은 다른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없이 가볍습니다. 거기다가 '아주 가벼운'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고 해서 그 깃털이 더 가벼워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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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복하세요. 바로 지금! (공지영 강연회 후기)
    from it BE. 2009-03-30 22:48 
    당첨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유난히 이런 '뽑기 운'에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걸릴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신청한 강연회였습니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3일 오후에 도착한 문자 한 통. 당첨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었습니다. 고려대학교를 가는 것은 두 번째였습니다. 처음 갔을 때, 옆으로 넓은 학교 부지가 어찌나 부럽던지. 찾아가는 길이 멀긴 했지만, 그런 멋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