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라는 책 제목이 연상된다.
나와 관련이 없는 듯한 누군가의 기록 또는 교과서 속의 특별함을 걸러내는 저 제목은
대하와 같은 역사 또한 개개인이 만들어낸 지류의 연장이고 집합일 뿐임을 말한다...
걷어차이고 온 몸으로 받아내며 살아내는 삶을 통해 인간은 많은 것을 배우지만,
다큐멘터리 속 '어머니'의 말씀처럼 결국엔 발견하는 것은 인간이 안고 살아가는 '모순'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우리는 어떤 판단하고 실천하며 사는지..
그들이 남긴 상처와 고통의 종지부는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물음들이 가득한 이 영화 속의 메세지들은 현재 진행형이 된다.
지금 우리는 역사의 중심에 있음을 알게 한다.
이 숨막히는 세상은 달라진 것이 없다.
달라지는 것은 세대일 뿐이고, 우리는 우리(그들)의 기억과 경험에 엉켜있다.

하지만 영원히 피해자로 남을 것만 같은 이 나라의 현대사에 있어 
놀랍게도 그들은 강했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는 모두 타자이기 때문에 위안을 찾는 사람들...
타자로써 바라보고 살아가기란 인간 스스로를 지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치유의 방식은 아마도 세월 속에 답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따지고 보면 당대의 이념과 계급의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가 있을까,
그래서 그것을 대면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삼키는 것도 어렵고 게워내는 것도 참으로 어렵다. 

역사는 반복되고 순환하며 지속되고 있기에 과거는 현재이며 미래다.
견뎌 온 사람들..  강해지길 요구받았고,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된 시절...
세월은 이미 고통을 삼켰고, 삶 속에서 숨쉬고 있다.
땅 속에 묻히는 세대, 그들과 함께 묻혀가는 진실들...
기록은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후대와 나누는 치유 방식의 하나일 것이다.
드러내고 기억하는 일...
이 다큐멘터리는 모두가 안고 가야할 역사의 무게를 나누는 뜨거움이 있다. 

건드리지 않으면 아무도 다루지 않을 듯한 자신의 가족사를 통한 현대사 들여다 보기라는
시도와 구성이 돋보였다.
다음 작품, 이전 작품 기대 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가와의만남 2009-03-19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안녕하세요.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할매꽃> 상세페이지를 찾는 분들도 이 리뷰를 보실 수 있도록 페이퍼에 영화 <할매꽃>을 '알라딘 상품넣기'로 담아주시면 더욱 많은 분들이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실 거라 생각됩니다. 수정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