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로타리는 늘 헷갈린다. 

걱정한대로 기사님이 강의장을 제대로 못찾아 헤맨다. 명색이 경영 고문인데 촐싹대지도 못하고 안심시키는 멘트만 연신 날리지만 속에선 천불이 난다. 미리가서 앞자리를 확보해야 할텐데, 쉽지 않을 듯 싶다. 시간 보다 15분이나 늦게 빌딩문을 들어섰다. 강의실에 도착하니 좌석이 만석이다. 머리가 희끗한 사람이 들어서니 진행요원인 듯 보이는 사람이 안절 부절이다. 늦은 내가 부끄럽다. 

대학 다닐 때 남들 읽어 보는 책이라 읽어 보다가 중도에 만 도서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이었다. 마침 희한한 카피 문구가 눈에 들어 왔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저자 강연회, 이거다 무릎을 치고 신청했더니 당첨된 행사였다. 

전체적인 강연회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다. 청중들의 호응도나 관심도도 높아 보였다. 강연 시작하고 약 18분 정도 이미 진행한 상태부터 듣게 되었다. 1강을 마치면서 저자의 핵심은 자본주의가 착취이냐, 아니냐 라는 것이란다. 이어 2 강은 마르크스의 상품의 정의이다. 교환가치를 설명한다. "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하여 교환하는 가치 ", 표현이 어렵지만 속내는 이해할 수 있다. 다음 강의는 돈이 바뀌어 자본이 된다는 내용이다. 돈 - 상품 - 돈, 이란 순환을 통해 마지막 돈은 이윤이 발생해서 더 커졌다. 생산이 이런 순환을 계속 반복하면 이윤도 점점 커질 것이다. 이런 순환에서 단순한 유통행위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면 전체는 제로-섬이 된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다음 4강 이윤은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나. 제조원가( 원료, 기계, 노동력 )를 투입하여 상품을 만들고 이를 팔면 원가보다 당연 큰 돈을 번다. 여기에서, 노동에 한정하여 살펴 보면 노동 제공자는 자신의 가치의 일부밖에 임금으로 보상받지 않게 되므로 기업가는 이윤을 취하게 된다는 골자이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 잉여 노동 가치론 " 의 설명이다. 건너 뛰고 8강, 착한 자본가의 설명이다. 착한 자본가는 이윤을 적게 취할 것이다. 아주 좋은 자본가는 손해도 볼 것이다. 이리 되면 결과는 회사가 망한다. 망하지 않으려면 역시 기업가는 철저하게 이기적인 성향을 가질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여기서 한 발 전진하여 서로 돕는 공동체는 살아 남고, 이기적인 공동체는 망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럭 저럭 강의가 물 흐르듯 진행했다. 

이론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픈 부분도 있지만, 여기서 이런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한 가지 섭섭한 것을 제기하려고 한다. 저자, 출판사, 인터넷서점이 공동 기획하여 책을 매개로 한 문화행사이다. 물론 경제 이야기에 정치가 빠질 수가 없겠지만, 진보 정당 운운하면서 정치 토론장으로 몰고 가려는 것은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 도서의 내용에 대하여 좀 더 진지하고 특별한 이슈에 대하여 참석자가 같이 고민하고 토론해 보는 것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강연회였다. 

끝으로, 이 책을 읽지도 못한 채 강연회에 참석한 知痴임에 고개를 떨군다. 유익한 행사를 준비해준 저자와 그 관계자들께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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