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아내와 함께 안수집사라는 새로운 직분을 맡게 되어서 기쁘고 감사하다. 교회를 함께 섬기는 동안 우리가 조금이나마 교회 사역에 도움이 되고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하여 우리 부부가 영적으로 더욱 성숙해지길 소망한다.
안수집사 임직 훈련의 일환으로 2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김병태 목사님이 쓰신 “교회를 세우는 행복한 집사”와 한규삼 목사님이 쓰신 “청지기 수업”이 그것이다. 아내와 함께 번갈아 가면서 읽고 이렇게 독후감을 쓰고 있다.

먼저 “행복한 집사”를 읽었다. 책 제목 그대로 행복한 교회를 세우기 위한 집사 매뉴얼 같은 책이다. 이 책은 안수집사로 임명된 후에 해야 할 업무나 행정사역에 관한 논의보다는 어떤 사람이 이 직분에 합당한가, 그리고 직분을 맡고 난 후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더 집중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집사로서 해야할 일과 지켜야 할 일,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특히 인격 쌓기, 영성관리, 교인들과의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지금 내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마음에 새길 만한 교훈들이 많은 아주 좋은 책이었다.
성령충만함은 인간적인 노력이나 기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령님을 의지하고 그 분과 함께 동행하는 삶을 살았을 때 주어지는 것이라는 설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효도 10계명도 인상 깊게 읽었다. 부모님께 잘 해드리지 못했던 지난 날들이 후회스럽고 죄송스러웠다. 회개를 하고 앞으로는 이 책에 나온 말씀처럼 가정에 먼저 충실한 자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으로 읽은 “청지기 수업”은 앞의 것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책이었다. “행복한 집사”의 세번째 챕터가 “올바른 청지기 정신”을 간략히 다루고 있지만 주로 재물사용과 십일조에 대한 내용만 짧게 언급되어 있었다. 그러니깐 이 책은 청지기도에 관한 심화학습서다.
교회에서 주로 행정과 회계를 담당하는 안수집사 훈련과정 중에 ‘청지기 의식’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교회의 헌금과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이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닌 하나님의 것이라는 이해가 전제되어야만 그 일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청지기는 영어로 Stewardship이고 관리자를 뜻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건강, 재능과 재물은 모두 하나님의 것이고 하나님의 뜻을 위해 잠시 우리에게 맡겨주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천국에서 셈을 당하고 그에 따른 상을 받는다는 것이 이 청지기 수업의 핵심주제다.
우리의 것이 하나도 없는 이유는 이 세상이 우리가 영원히 거할 처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방인처럼 잠시 머물다가 갈 세상이기에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육신의 법을 따르길 좋아하는 우리의 자아는 자꾸 눈에 보이는 것을 쫓아가고 이 땅에서의 보물쌓기에 집중한다. 그것은 우리 마음 속 깊이 자리한 죄악된 본성, 즉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 때문이다.
우리는 책이나 설교를 통해 청지기에 관한 말씀을 접하게 되면 항상 이런 의구심을 갖게 된다. 청지기적인 삶은 과연 행복하고 즐거운 걸까? 내 것이 없음을 인정하고 어떤 것도 자기 소유라 주장할 수 없는 삶은 불안하지 않을까? 자꾸 옆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며 열등감에 시달리는 우리에겐 결코 성령님의 도움 없이는 받아들이기 힘든 가르침이 바로 이 청지기 정신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의심과 불안을 안고 사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해준다. 하나님은 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백성과 언약을 맺으시면서 그들을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시고 보호해주시고 공급해주신다고 약속해주셨다는 것이다. 그 언약은 여전히 유효하고 우리는 그 약속의 말씀을 믿는다.
그러므로 청지기 의식은 곧 철저한 자기부인이요 하나님에 대한 절대의존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청지기 수업은 하루 아침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성도가 평생동안 천착해야할 과제요 훈련이다. 하나님 마음에 합당한 자, 즉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자는 결국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선하게 관리하고 지혜롭게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마태복음 25장에 나온 달란트 비유에서 볼 수 있듯이 재물을 잘 관리한 자에게는 더 많은 것이 허락되는 역설적인 은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2권의 책은 어떤 순서로 읽어도 상관없다. 첫번째 책은 각 성도가 집사로 세움 받기 전에 먼저 좋은 남편과 아내, 아들 그리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야함을 깨닫게 해준다. 크리스천으로서 가정에 충실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가까운 관계일 수록 편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가정은 가장 치열한 영적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 저자의 말대로 하나님에 대한 사랑은 가정에서 먼저 실천되어야 한다.
“청지기 수업”은 직분자들 뿐만 아니라 교회에 다니는 모든 성도들이 읽어야 하는 필독서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이 땅에서 신실한 청지기로 살아야 한다. 우리는 이 땅을 살아가는 순례자요 이방인이기에 그렇다.
임직자 수련회를 통해서 이 2권의 귀한 책을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우리의 헌신과 순종이 작고 보잘것 없을지라도 그것을 통해 하나님께서 온전히 영광 받으시고 교회사역 가운데 많은 열매를 맺게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