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 이덕무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9
이덕무 지음, 강국주 편역 / 돌베개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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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 1741 ~ 1793. 조선 후기 실학자요 서얼 지식인을 대표하는 문인으로, 연암 일파(무슨 조직 같다는) 일원이다. 규장각 초대 검서관을 역임했다. 독서를 선비의 가장 중요한 일로 생각해 평생 책 읽는 선비로 자처하였다. 문학적 재주가 뛰어났을 뿐 아니라 비평적 안목이 빼어났다.

우리에게는 안소영이 엮은 『책만 보는 바보』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덕무는 독서를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등잔을 켤 수 없어 달빛으로 글을 읽어야 할 정도로 가난한 서얼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서얼에 대한 차별이 무척이나 심했다. 그렇다고 장사를 하거나 농사를 지으면 비루한 일이라고 조롱하고 더럽게 여겼다. 양반도 중인도 상민도 될 수 없었던 서얼들은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야 했다.  



  지극한 슬픔이 닥치게 되면 온 사방을 둘러보아도 막막하기만 해서 그저 한 뼘 땅이라도 있으면 뚫고 들어가 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하지만 나는 다행히도 두 눈이 있어 글자를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극한 슬픔을 겪더라도 한권의 책을 들고 내 슬픈 마음을 위로하며 조용히 책을 읽는다. 그러다 보면 절망스러운 마음이 조금씩 안정된다.

- 「슬픔과 독서」중에 

 

 

이덕무는 책을 읽으며 배고픔을 잊고, 책을 읽으며 추위를 잊고, 책을 읽으며 병을 잊었다. 근심과 번뇌마저도 책을 읽으며 잊었다.(「책을 읽어 좋은 점 네 가지」) 책이야말로 가장 아늑한 안식처이자 기쁨이었다. 어쩌면 이덕무 에게 독서는 벼슬이나 통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 목적이 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책과 함께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삶은 온통 책을 읽는 데 바쳐졌다. 가끔, 나도 이런 삶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가난은 글쎄...


  가장 뛰어난 사람은 가난을 편안히 여긴다. 그 다음 사람은 가난을 잊어버린다. 가장 못난 사람은 가난을 부끄러워해 감추기도 하고, 남들에게 자신의 가난을 호소하기도 하고, 그 가난에 그대로 짓눌리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가난에 부림을 당하고 만다. 이보다도 못난 사람이 있으니, 바로 가난을 원수처럼 여기다가 그 가난 속에서 죽어 가는 사람이다.

- 「가난」중에

나는 ‘가장 못난 사람’중 한 명임을 인정한다. 
 


  마음에 맞는 계절에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 마음에 맞는 말을 나누며 마음에 맞는 시와 글을 읽는 일, 이야말로 최고의 즐거움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회는 지극히 드문 법, 평생토록 몇 번이나 만날 수 있을는지.

- 「가장 큰 즐거움」중에


내게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일까...?

당장 생각나질 않는걸 보니 즐거움이라고 손꼽을 만한 일이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책 읽는 즐거움을 뺀다면 살 수 없을 것이다.

예전에 감옥에 갇히는 악몽을 꾸곤 했는데 꿈속이지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제 책을 어떻게 읽지?’ 하는 것이었다. 꿈속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책을 읽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싶다.

이 책은 이덕무의 부드럽지만 강한 감동을 주는 글들도 매력이지만 편역자가 달아놓은 느낌들을 읽는 재미도 아주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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