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연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선물 받은 찻잔 위로 고마운 느낌, 설레는 느낌,

발길 닿는 대로 사진 찍으며 이 골목, 저 계단,

이 카페 주인장과 목례, 저 카페 단골들과 합석,

그 와글와글한 차분함이,

다닥다닥한 홍대 앞을 생각나게 한다.

스타벅스 말고, 까페꼼마, 아니면 그보다 더 구석지고 한가로워 보여 들어간 그 카페.

그런 느낌.

 

책장을 짜서,

내 취향대로,

빼곡히 책을 넣으며,

여기가 좋을까,

저기가 나을까,

<연애소설 읽는 노인> 옆에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까치 출판사 책 나란히 마음산책 책,

<E=MC2> 브레인 스토밍은 <과학콘서트> 옆에,

그렇게 알콩달콩한 느낌.

 

내 단골 카페에 선물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트파탈 - 치명적 매혹과 논란의 미술사
이연식 지음 / 휴먼아트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예술vs외설의 논란은
서양문화, 그 정점의 서양화라는 뿌락지가 설포한 삐라에 근거한다.는 걸 알게 됐다.
 
거기에 히스토리가 있다는 것(예를 들어 19세기 이전에 그려진 알몸은 인간이 아닌 신화 속 인물에서만 가능했다든가)
그리고 조금씩 인간적인 행보를 거듭해 현대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
거기에 정치적인, 종교적인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소위 명화라 하는 작품들도 과거에는 '춘화'로 그려졌을 수도 있다는 것,
뭐 이런 건 나름 세련됐다는 현대인들의 현주소가, 그냥 역사적 배경에 의해 덧칠된 환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여성의 성기를 파격적으로 확대해 보여주는 <세상의 근원>이
내 쇼크의 정점이었다. (그 페이지를 읽을 때 나는 지하철에서 정말 쭈뼛거렸다..)
그리고 그 지하철에서 읽은, 그림 소장자 라캉이 그 그림을 가리기 위해 '덮개 그림'이라는 것을 의뢰했다는 팩트는,
피식 웃겼다.
뭐 예술 깨나 안다는 예술가들도, 화가도 그 그림이 결국은 치부가 되어버리는 '현실'이라는 벽을 느꼈다는 것.
거기나 여기나 똑같다는 것.
 
나는 어떤 외설도 예술로 포용할 수 있는 개방적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어떤 것을 외설로 치부하기 전에, 손가락질하기 전에 나는 이 책을 기억하고 싶다.
'눈꺼풀 안쪽의 천국'은 결국 세상의 손가락질을 빗겨가는 마음속에 있는 거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맛있는 그림 - 혀끝으로 읽는 미술 이야기
미야시타 기쿠로 지음, 이연식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배가 고팠던 것 같다, 이 책을 골랐을 때.  ^^;  

그러고 보니 동양미술에는 식탁이 없다, 식탁을 서양미술사와 연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성찰이지만 지금껏 무지했던 것 같다. 또 그러고 보니 그 많은 서양미술에도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포착한 그림은 (별로) 없다. (그런 의미에서 표지는 저자의 집필 의도와 동기에 가장 극명하게 닿아 있는 것 같다.)

암튼 이 책 자채가 흥미로운 상차림이다. 금욕적인 그리스도의 종교화가 사람들의 욕구와 자연스러운 선택을 거쳐 풍성한 식탁이 되어가는 과정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내 마음을 끈다. 그림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서 그림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을 따라 읽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설명이 쏙쏙 마음에 담긴다.  

평소 관심 있었던 네덜란드의 그림이 풍성한 식탁에 일조한 사실이 기뻤다. (내 취향과 다시 한 번 어울려서.) 미술이라는 이미지가 특정 역사/주제 안에서 더욱 강렬해진다는 건 미술 서적을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이유다. 일본 화가가 그린 <시량>이 <최후의 만찬>에 대한 적확한 이해 없이 그려졌을 때 작은 비소를 동반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틴 소울 - 박창학의 지구 반대편 음악 이야기
박창학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내 남자가 나의 소울메이트이기를 바랬던 그때가 떠오르는 책.

그래서일까나, 그 사람을 연인이라고 생각해 본다.

목소리가 조곤조곤하고 차분한 사람,

커피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사실은 내 속을 들여다보던 사람,

나보다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 그리고 논리적인 사람,

그렇지만 고집이 세고,

그리고 여차저차하여 이별해야 했던 사람...

 

라틴 음악 - 이라고 말하려 했으나 이미 헤어진 그에게 각인된 나는,

그 특유의 조심스런 접근법을 상기하며 -   

남미 음악을 들으면 이별로 먹먹한 마음을 달랜다.  

..뭐 이런 느낌이다.  


남미음악을 듣는 나에게는 미지에의 동경 같은 것이 있다.  

그들이 경험하는 정치적/현실적 고민과는 동떨어진 감정이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은 아마도 그들에게는 치유를, 우리에게는 동경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을까?

나의 막연한 감성에 문학적 감수성과 통찰력, 그리고 더한 애정을 전수한 책이다.

애정어린, 너무나 애정어린 박학博學에는 전파력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배수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노용 - 지희 - 지선의 에피가 특히 좋았다.

동조. 몰입, 압도, 그리고 다시 내게로 환원.

 

가난이라니,

배수아는 걸식도 가난이라고 하고

폭식도 가난이라고 하고

편식도 가난이라고 한다.

일생을 가난하지 않은 자를 만나본 적이 없다고.

그 두리뭉실하고 의미심장한 구획 앞에서

그닥 할 말이 없던 나는

조금 골라먹어볼까, 하고 책을 들었다가

날것을 삼켰다.

 

가난은

"죽는 날까지 최후의 있는 힘을 다해서 냉소할 것이다". (290p)



...나 역시 가난한 세상의 마음씀씀이 앞에서

냉소를 연습해야 하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