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확실한 재테크
김세민.노두승.이상수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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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집에서 쓰지 않는 전기 기구들이 연결된 멀티탭을 다 빼놓는 일이었다. 두 번째로 한 일은 자동차보험료를 비교해보기 위하여 인터넷을 뒤진 일이다.

 

 이 책은 일단 재미있다. 왜? 내 현재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그야말로 ‘생활 정보!’들이기 때문이다. 마치 중학교 때 수학 공식을 외우고는 바로 적용해서 풀 수 있는 문제지를 푸는 것처럼, 그 공식이 척척 들어맞아서 해답을 맞춰볼 때 희열을 느꼈던 것처럼 이 책은 재미있게 읽힌다.

 

 재테크라고 하면 사실 너무 어렵고, 나에게 어떤 대단한 자산이 있어야만 될 것 같은 그런 세계였다. 그래서 나는 내 평생 재테크하고 나는 결코 가까워질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내 생애에 재테크라는 게 누울 자리가 없는 거라고 느꼈지.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지금은 우리가 재테크라고 부르지만, 실은 이것은 아끼고 아껴서, 절약하고 절약해서 잘 살아보자는 그런 새마을운동의 구호같은, 우리 부모님들 세대가 오래된 통장처럼 고이 간직해온 생활 습관이다. 쓰지 않는 형광등이나 전기기구들은 반드시 코드를 빼놓는 다거나, 단 돈 백원이라도 허투르 사용하거나 수수료 따위로 물쓰듯 사라지지 않도록 점검하는 일 같은 것들이 모두 재테크다. 어떻게 해야 한여름에 적당히 시원한 에어컨을 즐기면서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 책은 아주 꼼곰하게 알려준다. 자동차보험 견적을 받아보는 것 만으로도 내가 어떤 이득을 볼 수 있는지도 알려주고 항공권을 가장 싸게 구입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도 알려준다. 뭐, 이런 자질구레한 것들을 알아야 한다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좀 구식일지 모르지만, 땅 파서 백 원도 못 건지는 세상에서 낭비를 줄이는 건 조금의 수고가 들더라도 해볼만한 일이라고 답하고 싶다.

 

 소소한 재테크로는 뭐, 부자는 못 된다. 이건 알겠다. 하지만 낭비는 병이다. 너무 많이, 너무 편하게,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것은 그게 돈이든 시간이든 뭐든,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이 책은 낭비에 익숙해진 내 생활 습관을 돌아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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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인사이트 2030 - 60개의 키워드로 미래를 읽다
로렌스 새뮤얼 지음, 서유라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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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 어쩌고 하는 제목의 책 중에서 가장 참신하다. 이 세상이 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건가, 어떤 트렌드가 파도가 되어 나에게 밀려올 것인가를 참고하려고 찾은 책 중에 가장 재미있다.

 

 솔직히 표지도 진부하고 제목도 진부하여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책을 열었다.

 

 그러나 저자의 서문부터 나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강한 각성을 얻으며 읽기를 시작했다. ‘변화의 원동력은 기술이 아니라 사상이라는 토인비의 명언’은 아마 이 책을 압축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하여 혹은 대비하기 위하여 많은 저자들이 책을 냈지만 대부분의 저자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과학 및 기술적 변화에 집중한다. 그러나 저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 및 문화적 변화 그러니까 토인비가 말한 사상이라는 부분을 읽는 데에 주력한다.

 

 저자의 통찰과 노력 그리고 저자가 얼마나 이 책을 꼼꼼히 엮어냈는지는 이 책의 구성에 잘 나타나 있다.

 

 60개의 키워드 별로 자기가 바라본 변화의 내용을 정리한 저자는 키워드 꼭지마다 반드시 내용의 핵심을 요약한 시사점과 활용법을 달아두었다. 60개의 키워드 하나하나가 지루하지 않게 매우 속도감 넘치게 읽히는데다 챕터별로 요약까지 달아주니, 이보다 더 친절한 책이 어디있단 말인가.

 

 보통 이런 책들은 공부하듯 혹은 하나하나 분석하듯 읽곤 했는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공부가 아니라 마치 영화를 보듯 재미있게 읽힌다. 특히, 저자가 정리해 둔 활용법 내용은 몇 년 동안 두고두고 펼쳐보고 싶은 부분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상당수는 스스로 믿는 대의명분에 깊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며 신념과 행동이 우리의 공동체적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암시를 던진다. 하지만 향후 20~30년 동안 자선 활동 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인구는 바로 베이비붐 세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들은 현재 가장 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세대로서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무감을 지니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고령화는 세상에 긍정적인 가치를 더하는 현상이자 가장 낙관적인 미래의 트렌드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더욱이 많은 베이비붐 세대의 마음속에는 세상에 족적을 남기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구가 존재한다. 그들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하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을까?”

본문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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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피센트 디즈니의 악당들 4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주정자 옮김 / 라곰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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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잠자는 숲속의 미녀]라는 동화를 읽었을 때 의아한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미녀가 저주에 걸린 것은 미녀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부유한 집에서 미모가지 타고 태어난 자는 어쩔 수 없이 주변의 시기 질투(말레피센트의 저주와 같은)에 시달리는 저주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이 의문은 여전히 유효.
또 다른 것이 바로 이것이다. 왜 말레피센트는 미녀에게 저주를 걸었는가? 생일잔치에 초대해 주지 않았다고 삐졌다고?
그런 일로 삐졌다면 이 성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시는 생일 잔치 따위 열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일이 더 낫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마녀의 저주는 결국,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왕자를 연결지어 주기 위한 장치였고 마녀는 오작교 까마귀 같은 역할이라고 결론지었다.

 

흥!
그래서 나는 저 동화를 싫어했다.

나중에 나는 딸을 낳으면 저 동화 같은 것들은 사주지도, 읽어주지도 않을거야.

아마 세레나 발렌티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아닐까.

 

동화에 등장하는 악한 존재들에게 새로운 관점의 이야기를 입힌 그녀는 [디즈니의 악당들]이라는 시리즈의 소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백설공주에게 독사과를 먹였던 여왕, 벨의 사랑을 받았던 야수, 인어공주를 물거품이 되게 한 바다 마녀 우르술라를 주인공으로 삼은 세 편의 시리즈에 이어 이번에 출간한 책은 악명 높은 말레피센트가 주인공이다.

말레피센트는 몇년 전 안젤리나 졸리가 타이틀롤을 맡아 출연한 영화로 익숙하다.


사실, 그 영화에서 말레피센트는 너무 예쁘고 멋있고 이상하고 혼자 다 했다.

그래서 아마 이 소설을 읽는 데에 힘이 덜 들었던 것 같다. 너무나 어려운 이름이고 생소한 인물이지만 그 영화를 본 내 머릿속에는 말레피센트에 대한 이미지가 어느 정도 구축되어 있으니까.

 

이 소설은 그 영화에서 보여준 말레피센트의 외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말레피센트가 왜 그런 악독한 존재가 되었는지에 대해 저자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세밀한 과거사를 입혔다.
저자가 택한 말레피센트의 과거사는 바로 '가족'이다.

 

가족은 그 누구보다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존재다. 가족은 다른 누구보다 우리 가슴을 갈가리 찢어놓는다. 가족은 우리의 영혼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깊은 절망 속에 홀로 남겨질 것이다. 가족은 우리를 망칠 수 있다. 연인, 아니 가장 친한 친구보다 훨씬 큰 위력을 지닌 존재가 바로 가족이다. 가족에게는 우리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본문 37쪽

 

말레피센트를 비롯한 동화 속 악한들이 왜 그런 존재들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들의 사연을 설득적으로 그린 이 작품들의 핵심에는 '가족'이 있었다. 이건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다. 가족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에 혹은 가족으로부터 사랑이 아닌 사랑의 융단폭격을 받았기 때문에 사나운 팔자 속에 생애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도 얼마나 많은가.

 

악당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한, 신선하고 또 재미있는 이 책들.
인물들간의 관계가 생각보다 복잡하여 초반에는 적응하기가 좀 어려웠지만, 판타지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은 굉장히 쉽게 이 악당들의 숨겨진 사연 속으로 몰입하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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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 전2권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인젠리 지음, 김락준 옮김 / 다산에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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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는 책 제목인가 카피인가를 읽은 기억이 난다. 아주 인상적이어서 그래, 나도 32살의 내가 처음이고 42살의 나도 나에게 처음이라고 나 자신에게 적용해보았던 기억이 난다.

 아이가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별다른 노력이나 학습 혹은 깊은 연구와 성찰 없이도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지 않나?

 

 다산북스에서 출간한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시리즈는 여러 가지로 인상적이고 유익한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데에 있어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나에게 적용하는데 있어 이 시리즈의 저자인 인젠리가 현지에서 얼마나 유명하고 실력있는 육아교육 전문가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모든 책은 저자의 유명세가 아니라 본문의 내용으로 그 책의 가치를 증명하기 마련이다.

 

 이 책이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부모 즉 어른이 스스로 어른이라는 가면과 허울을 부수도록 조언하는 일이다. 내가 어른이니까 당연히 아이는 내 말을 들어야 한다든가, 내가 어른이니 아이를 이렇게 다루어도 괜찮다든지 하는 그런 인식들이 모두 궤변이고 그런 왜곡되고 잘못된 형태로 고착화된 우리의 인식들이 얼마나 아이를, 나 자신을 나아가 사회와 미래를 망치는 지를 꼬집어준다.

 

 물론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모든 것이 진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모든 아이는 심성이 착하고 선하게 태어난다는 저자의 말은 절대로 위험한 생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심성이 선하지 않게 태어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다만 상대가 어떤 심성을 타고 태어난 사람이든 간에 내가 그를 어떻게 대하느냐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 이 책이 아주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다.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의 눈높이에서, 상대가 느끼는 바를 존중하면서 서로 대화해 나가는 것.

 

 아이를 키우지도 않는데 나는 이 책이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유익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모든 엄마와 아빠들에게 이 책은 아마 훨씬 더 유익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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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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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2년생이다.

소설 속 주인공 김지영씨와 동년배. 실제 내 동갑내기 친구 중에 김지영이 있다. 이지영도 있고, 민지영도 있고 뭐 그렇다.

82년생 지영이들에게 물었다. 살면서 82년생이 특별하다거나, 지영이가 특별하다고 느껴본적이 있느냐고? 특히 82년생 김지영이는 둘 중 어느 것도 특별하다 느껴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했다.

이렇게 평범하고 이렇게 보편적이고 이보다 더 보통일 수 없는 생애를 살아왔다고 자부한다나.

이 지점에서 이 작품이 당위성을 얻는다. [82년생 김지영]은 수많은 지영이, 비슷한 연배의 수많은 젊은 여성들의 삶이 보편적으로 어떤 환경 속에서 흘러가는지를 포착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번은 반드시 나와야 할 소설이었다, [82년생 김지영].

조선시대 중후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가정이 (혹은 가문이) 여성들의 땀과 피를 빨아먹고 건사되지 않았는가? (내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열녀문이다. 남성들이 여성을 강간하고 그 강간한 죄를 물게 할 수 없으니 여성더러 자결하라며 사회 전체가 압박을 준 것 아닌가. 강간 당한 것도 억울한데 자기 손으로 목숨까지 끊어버린 한많은 여자들에게 열녀문을 세워서 상을 준, 짐승도 못할 미친 짓이 바로 열녀문이다.) 소설 속에서도 등장하지만 연세가 많은 어른들은 옛날 엄마들은 애 낳고 다음날 밭 매러 가고 그랬어.’같은 이야기를 꺼내시며 요즘 여자들이 살기가 편하다는 둥 신세가 폈다는 둥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 어머니가 꼭 한번씩 응수하시는 말씀이 있다. ‘몸을 그렇게 혹사시키니 죽을 때까지 무릎 관절, 고관절, 손목 관절 다 골골대잖아요. 등도 구부정하게 휘어가지고.’. 언젠가 우리 아버지가 옛날 드라마를 보시면서 , 세상이 참 좋아졌어.’ 하시기에 함께 시청하시던 어머니께서 그렇지. 여자들 있는 대로 고생시켜가면서. 저 드라마도 봐. 여자들 엄청 부려먹어, 노예처럼.’ 라고 응수하시기에 아버지는 더 아무 말 못하셨던 적도 있다.

이런 역사를 거쳐 온 대한민국은 적어도 이제는 여성(딸 혹은 며느리)을 사회 혹은 가정의 제일 말단에 놓고 부려먹는 일만큼은 멈춰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이 부분이,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이 책은 위험하고 의도적인 소설이 된다.

한국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들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는, 내 또래 여성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이 성차별의 원인이 마치 남성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위험한 소설이다. 남성들도 이 왜곡되고 편파적인 가치관과 사회적 인식의 피해자다.

 

초등학교를 다닐 적 같은 반에 말투가 곱고 얌전하고 얼굴이 하얀 남자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심지어 울 때 손바닥으로 살포시 얼굴을 감싸고 울었다.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주먹 쥐고 눈물을 닦아내는 투가 아니었다. 그 아이는 남자아이들로부터도, 여자아이들로부터도 놀림을 많이 받았다. 너는 여자애냐, 남자애냐.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는 단순히 또래 남자아이들보다 섬세하고 순하고 소심한 심성을 지녔을 뿐인데. 아마 그가 초등학교 때의 성품 그대로 자랐다면 사내 새끼가 오죽 못났으면 여자한테 말 한 번 못 걸어보느냐’, ‘사내 자식이 그 정도도 못 참냐.’, ‘남자가 처자식 건사는 할 줄 알아야지따위의 말들을 들으며 성장과정 내내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성역할과 성격에 대한 고정관념, 500년 된 유물이나 다름없는 이런 것들에 피해를 입는 것은 여성들만이 아니다.

 

나는 이 책에서 주인공 김지영 씨가 겪어온 현실을 부정하는 입장이 아니다. 오히려 내 일기장을 훔쳐다 쓴 듯한 에피소드가 너무나 많아 정말 나를 모티프로 한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나와 같은 독자가 대한민국에는 너무나 많다. 69쇄를 찍을 정도로 생산한, 이 책의 판매부수가 이 책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공감을 얻은 책인지를 방증한다.

뿐만 아니라 김지영 씨가 남편 정대현 씨하고 아이 낳는 문제로 씨름을 벌일 때, 김지영 씨가 아이를 낳게 되면 남편은 몇 가지가 바뀌는 것이지만, 자신은 잃는 게 너무나 많아서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마음을 토로하는 부분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의 핵심을 찌른 부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조심스럽게, 예민하게 읽어야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김지영 씨를 진찰하는 의사를 남성으로 설정하고 그 의사가 김지영 씨를 이해하는 것처럼 했지만 결국 직원을 뽑는 문제에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성차별 인식을 드러낼 때, 이 책은 마치 사회적 성대결을 원하는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그리고 타자를 사람으로 제대로 인식하고 대우하고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런 인식, 사람을 사람답게 인지하는 가치관,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교육 없이는 자신이 가볍게 여긴 행위가 여성에게는 공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평생에 걸려도 알지 못하는 남성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며, 상대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족쇄나 다름없는 프레임을 씌워놓고 그것이 상대를 괴롭게 하는 것임을 죽을 때까지 모르는 여성들이 끊이질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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