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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모모 ㅣ 별글아이 그림책 2
임주하 지음, Grace J(정하나) 그림 / 별글 / 2018년 3월
평점 :
머릿속이 복잡할 때, 무언가 잠시라도 몰두할 수 있는 게 필요할 때, 생각을 비워야 할 때.
그런 때 내가 하는 몇 가지가 있다.
산책하기. 노래 부르기. 좀 더 격렬한 게 필요하면 등산이나 필라테스.
그런데 이것도 저것도 다 싫고, 몸 움직이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다 귀찮을 때.
그런 때는 도서관 어린이 코너를 찾는다. 서로에게 기대어 나란히 서 있는 그림책들 앞으로 간다. 그리고 책등이 마음에 꽂히는 순서대로 하나씩 빼서 그림책을 읽는다.
요즘은 드로잉북도 많이 출간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리기나 필사를 통해 고요히 생각을 내려 놓는 법을 적응해나가는 중이라지만, 여전히 나에게 베스트는 그림책이다.
운이 좋게도 내 취향에 맞는 그림을 순탄하게 만나고, 이야기마저 내 취향저격을 하기라도 하면 그날의 힐링은 성공적.
기자로, 에디터로, 큐레이터로 다양한 유형의 글쓰기를 해온 저자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편안하고 꾸밈없는 선과 색으로 그리는 작가 Grace J와 만나 [내 이름은 모모]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장난꾸러기 두 동물이 독특한 체험을 하게 되며 진솔한 친구사이가 되는 이야기가 우리 동네를 그린 것처럼 익숙한 풍경의 그림으로 펼쳐진다.
어느새 2018년 1분기가 끝으로 달려간다. 어느 결인지도 모르게 나는 가벼운 외투로 갈아입었고 겨울을 물리친 봄은 가로수의 순을 깨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또 한 번 처음이자 마지막인 시절이 찾아왔다.
2018년에는 꼭 하고야 말리라, 계획했던 일 중 대부분의 일들이 벌써 실패한 것처럼 느껴져서 나는 3월이 조금 야속하다. 보름도 남지 않은 3월이 가버리면 여름이 와락 달려들까봐 조급하다.
이런 때에 오히려 생각을 좀 정리해야 한다. 고요하게, 자기 만의 호흡 속에서 천천히 생각을 내려놓고, 조급함이나 야속함이나 아쉬움도 다 내려놓고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꼭 그림책읽기를 추천한다. 기왕이면 [내 이름은 모모]처럼 눈이 편안한 그림과 솔직한 이야기의 그림책이면 더욱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