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습관이 운명이다 - 관상학의 고전, <상법수신록> 다시 읽기
미즈노 남보쿠 지음, 화성네트웍스 옮김, 안준범 감수 / 유아이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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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인들은 하늘에 녹이 없는 사람은 태어나지도 않는다고 하였다. 사람에 따라 누구라도 하늘에서 정한 일정한 음식의 양이 있는데 이것을 이라 하였다. 따라서 녹이 없는 사람은 태어나지도 않는다 하였고 또 태어나는 것을 일컬어 천록을 얻었다고 하였다. 이를 알지 못하고 함부로 욕심내어 먹는 사람은 하늘이 정해놓은 규율을 어기는 것이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는 하늘에서 베푸는 식사량이 정해져 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음식이 있어야 한다. 즉 생명이 있으면 음식이 있다. 음식이 있으면 생명도 있다. 이를 통해 생명은 음식에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음식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근본으로 생애의 길흉이 그것을 통해 결정되니 두려워해야 할 것도 음식이고 신중해야 할 것도 음식이다. 이러니 음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다 하겠는가.

21-22쪽 식사량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 중에서

 

미즈노 남보쿠는 일본 에도시대의 관상가다.

300여년 전의 관상가의 말이 오늘날 이 시대에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운명 그리고 그 운명을 엿보게 하는 관상이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인간들의 관심사다. 몇 년 전에는 관상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도 나왔다. 여전히 우리는 우리의 얼굴에 비치는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궁금히 여긴다. 하지만 그때의 관상법이 지금 우리에게도 통할까?

순전히 얼굴의 상을 살펴 미래를 점치는 방법이라면 아마 흥미가 떨어졌을 것이다. 미즈노 남보쿠는 얼굴의 상 그 자체보다 그가 어떤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더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음식을 먹는 자세, 음식을 대하는 자세가 그의 관상 나아가 운명을 결정한다고 대단히 강조했다.

먹는 것이 운명을 결정한다고? 언뜻 읽으면 이상한 논리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미즈노 남보쿠가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은 절제. 인간에게 식욕이란 살고자 하는 본능과 통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식욕을 절제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란, 자신이 타고난 운명조차 바꿀 수 있는 심지가 강한 사람이다. 미즈노 남보쿠가 개인이 지닌 식습관을 눈여겨 보고 그와 관련하여 그의 운명을 점치는 근거는 바로 그가 절제하는 인간인지의 여부였다. 그리고 이 점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충분히 통하는, 타당한 근거라고 생각한다.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몇 번이고 거듭 거듭, 식습관을 절제하고 다스리라는 이야기만 해서 너무 아쉽다. 그러나 그런 덕에 한 권의 책을 한 시간도 안 되어 금방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시선을 사로잡는 이런 유익한 이야기도 등장하니, 어쩌면 효율성 높은 책이라고 해야 할지도....

 

Q. 저는 대붕(상상 속의 큰 새)와 같은 새입니다. 어찌 제비나 참새들이 먹는 음식으로 목숨을 지탱할 수 있겠습니까?

A. 대붕과 같은 큰 새나 참새와 같은 작은 새도 그 나름의 음식이 있다. 당신은 작은 새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큰 새는 음식을 많이 먹지도 함부로 먹지도 않는다. 봉황은 물 외에는 다른 것을 먹지 않는다. 작은 새들은 곡식이며 열매는 물론 인간과 가축의 배설물까지 무엇이든 먹는다. 당신과 같이 음식을,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의 구분 없이 함부로 먹는 사람은 현명하지 못하다. 입으로는 큰 새를 말하면서도 마음도, 먹는 것도 모두 참새와 같다. 어찌 참새가 봉황의 깊은 뜻을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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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대붕(상상 속의 큰 새)와 같은 새입니다. 어찌 제비나 참새들이 먹는 음식으로 목숨을 지탱할 수 있겠습니까?

A. 대붕과 같은 큰 새나 참새와 같은 작은 새도 그 나름의 음식이 있다. 당신은 작은 새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큰 새는 음식을 많이 먹지도 함부로 먹지도 않는다. 봉황은 물 외에는 다른 것을 먹지 않는다. 작은 새들은 곡식이며 열매는 물론 인간과 가축의 배설물까지 무엇이든 먹는다. 당신과 같이 음식을,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의 구분 없이 함부로 먹는 사람은 현명하지 못하다. 입으로는 큰 새를 말하면서도 마음도, 먹는 것도 모두 참새와 같다. 어찌 참새가 봉황의 깊은 뜻을 알겠는가.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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