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 편이야 - 세상을 바꾸는 이들과 함께해온 심상정 이야기
심상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단에 들어간 데에는 또 다른 깨달음도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는 사람과 들어가지 않은 사람의 삶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시골이든 도시든 각자의 집안 형편이 다르긴 해도 십 대 시절까지는 다들 비슷하게 자란다. 그런데 대학을 간 이들이 겪게 될 사회와 대학에 가지 못한 이들이 겪고 있는 사회는 너무 달랐다. 이 정도로 불평등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때 만해도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지식인이라는 자의식이 강했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런데 사회를 막상 내 눈으로 마주하고 보니 너무 끔찍했다. 이런 세상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면서 어떻게 나 스스로를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 너무나 창피했다. 아무리 고급기술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고 해도, 하루에 몇 시간씩 일하는 이들의 임금은 왜 저리 낮은가. 그들의 망가진 삶 위에 이 사회가 서 있고, 내가 그 사회의 수혜를 입고 있었다. 이건 공정하지 못했다.

20쪽 프롤로그 중에서

 

 

내 어머니의 나이와 비슷한, 하지만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 정치인.

 

내 어머니는 미싱을 돌려서 나를 키웠다. 나는 미싱이 돌아가는 드르륵 드르륵 소리, 미싱용 기름 냄새에 익숙하다. 밤늦도록 미싱을 돌리고 온 엄마에게서 나던 옷감 냄새와 정전기는 내 유년의 일부다.

 

내 어머니는 어떻게든 어머니의 노동으로 어린 것들을 먹이려고 일을 하셨다. 어린 것이었던 나는 어머니의 살림이 아니라 노동에 빚져 있다. 노동하는 어머니의 고단함이 오래된 꽃갈피처럼 기억 사이에 남아 있어서인가, 나는 노동만큼 순수하고 대단하고 강력한 것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람을 먹이고 입히고 보호하고 살게 한다.

 

지난 대선 중에 나의 마음을 가장 흔들었던 이는 언니 같은 그 사람, 심상정이었다.

 

인간의 노동이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그 어떤 인간도 불평등과 혐오에서 자유롭도록, 우리의 사회가 그래서 인간답고 건전한 세상으로 변화하도록.

그는 우리나라의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하는지를 제시한 몇 명의 정치인 중 하나였다. 적어도 정치를 하려면 이 정도의 소양과 이 수준의 식견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그런 바로미터를 보여준 정치인.

 

어떻게 이렇게까지 이야기할 수 있냐고, 개인적으로 전혀 아는 사이도 아니거니와 말 한 번 나눠본 적 없는 인사를 어떻게 이렇게까지 안다고 할 수 있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이 책에 있다. 심상정 의원이 쓴 자서전, [나는 네 편이야].

 

이 책을 뭐라고 해야 할지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프롤로그를 읽을 때부터 나는 눈물이 많이 났다. 대선운동 시절 거리에서 청년들을 만나면 그렇게 자기를 붙잡고 울었다고, 저자가 썼는데 내가 꼭 그랬다. 내가 생각하는 노동의 가치가 맞다고,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권리 역시 옳다고, 저자와 나는 서로 고개를 같이 끄덕이며 책장을 넘어갔다.

꽃 같은 여대생에서 운동가로 나선 그는 수배자로 도망도 다녀보았고 임신한 몸으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어린 아들이 엄마는 나보다 금속연맹을 더 좋아해?’라고 물을 정도로 고단한 워킹맘으로 살아왔고 대선운동 중에는 부친상을 치루면서도 유세를 다녀야 했다. 노동운동 출신의 정치가로서도 그는 주목할만한 길을 걸어왔지만, 여성 노동운동가로서도, 일하는 여성으로서도 그는 선구적인 길을 개척하며 달려왔다. 여자 대 여자로 나는 그를 존경하고 인생의 선배로 나는 그를 참 좋아한다.

물론 심상정 의원의 모든 정치적 입장과 발언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보수라고 자처하는 나는 주저 없이 나의 표를 그에게 주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그는 참으로 가치 있는 정치인이다.

 

    

공단에 들어간 데에는 또 다른 깨달음도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는 사람과 들어가지 않은 사람의 삶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시골이든 도시든 각자의 집안 형편이 다르긴 해도 십 대 시절까지는 다들 비슷하게 자란다. 그런데 대학을 간 이들이 겪게 될 사회와 대학에 가지 못한 이들이 겪고 있는 사회는 너무 달랐다. 이 정도로 불평등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때 만해도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지식인이라는 자의식이 강했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런데 사회를 막상 내 눈으로 마주하고 보니 너무 끔찍했다. 이런 세상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면서 어떻게 나 스스로를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 너무나 창피했다. 아무리 고급기술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고 해도, 하루에 몇 시간씩 일하는 이들의 임금은 왜 저리 낮은가. 그들의 망가진 삶 위에 이 사회가 서 있고, 내가 그 사회의 수혜를 입고 있었다. 이건 공정하지 못했다.
20쪽 프롤로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