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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지금 우리가 원하는
박종평 지음 / 꿈결 / 2017년 4월
평점 :
새 대통령의 출근길을 뉴스로 읽으면서 나는 가장 먼저 이 책을 떠올렸다. [이순신, 지금 우리가 원하는]
이 책은 탄탄한 사료와 분석을 바탕으로 이순신의 일생을 글로 옮긴 책이다. 웬만한 소설보다도, 드라마보다도 더한 흡인력이 있어 나는 이 책의 첫 장을 연 그 날 몇 시간만에 끝까지 다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순신이라는 불세출의 인물이 남긴 삶의 기록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이순신을 향한 끝없는 흠모와 경외를 아끼지 않고 글에 담은 저자의 문장도 아름다웠다.
책의 첫 머리는 저자의 전언으로 시작한다.
420년 전, 1597년 정유년은 리더 이순신, 장수 이순신, 경영자 이순신, 아들 이순신, 아버지 이순신에게 견딜 수 없는 온갖 고통이 1년 내내 밀어닥친 지옥 같은 해였습니다. 그러나 이순신은 이겨 냈고 불멸의 신화를 썼습니다. (중략)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그 무엇도 할 수 없고 이룰 수도 없습니다. 이순신은 자신을 죽도록 사랑하면서 그 사랑이 넘쳐 가족과 이웃, 국가와 민족까지 녹여낸 사람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삶의 시작입니다. 싸움에서 승리하는 비결입니다.
본문 8-9쪽
이순신의 일대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앞서 저자는 이순신의 생애를 관통하는 하나의 위대한 가치를 먼저 짚어낸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이순신은 자신을 사랑했고, 가족을 사랑했고 민족을 사랑했고 나라를 사랑했다. 그는 그저 말로만 백성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사랑은 뿌리까지 온통 진실한 것이어서, 가족을 돌보고 백성을 부양하고 왕을 섬기고 조선에 자신의 목숨을 내어줄 만큼 실질적이었다. 그의 아주 구체적이고 진실한 사랑 덕에 백성과 왕이 그리고 온 나라가 생명을 보존할 수 있었다.
이순신이 거북선이나 조총을 만든 일과 버려진 섬과 나라의 목장을 이용해 백성과 군사들로 하여금 농사를 짓게 하고 소금을 굽게 한 일, 또 승려를 이용해 구리를 모으는 방식 등은 모두 발상의 전환이 만든 기적들이다. 백성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백성을 살리면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고,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내며 공존하고 공영하는 일거양득의 지혜였다. 이순신이 만든 기적과 배경와 지혜와 원천은 지독히 외로울 수밖에 없는 지도자의 고독에서 비롯되었다.
온갖 생각이 가슴을 쳤다. 가슴에 품은 생각으로 어지러웠다.
홀로 내내 앉아 있었다. 온갖 생각이 가슴을 치밀었다.
홀로 높은 수루에 기댔다. 온갖 생각에 어지러웠다.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었다.
홀로 아픔을 견디면서 결국에 그는 언제나 “이제야 온갖 생각 끝에 얻어 냈다”고 할 수 있었다. 이순신이 “온갖 생각이 가슴을 쳤다”라고 하는 것은 모든 삶의 주인공이 겪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순신은 “온갖 생각을 다 했고 그 생각의 결과로 기적을 만들어 냈다.
1593년부터 1596년까지 이순신은 전투와 경영에서 모두 성공했다. 오늘날의 언어로 표현하면, 성장과 복지를 같이 이루었고 끊임없는 경영 혁신과 창조 경영을 해 나갔다. 성장과 복지, 경제와 국방, 혁신과 창조의 세 영역에서 삼위일체를 만들며 모두가 승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시 말해 진정한 경영자이자 지도자이자 장수였다. 이순신의 지휘 아래 백성과 군사는 서로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싸우는 군사가 되었다. 또 때로는 어부, 때로는 농민, 때로는 노동자가 되어 힘을 모았다. 서로가 서로를 함께 살렸다. 이런 일들은 모두 이순신을 향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순신의 솔선수범이 성공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본문 190-191쪽
나는 이 본문을 읽으면서 참 많이 울었다. 400여 년 전의 위대한 인물에 대한 감동으로, 진정한 리더가 감내해야 하는 고통에 대한 연민으로, 이 시대에 과연 저런 리더는 어디 있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울었다. 해가 지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그 밤에 리더는 언제나 혼자였다.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혼자가 된 리더는 자신이 지켜야 하는 사람들과 시대와 나라에 대해 가슴을 치며 고민하고 고민하다 끝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생각에서 끝나지 않았다. 어둠을 물리치고 새벽을 불러온 그의 치열한 고민은 단 한번의 패배도 없는 완전한 승리를 만들었고 백성과 군사를 함께 살게 했다. 이순신의 옆에서 백성과 군사들은 목숨만 부지한 것이 아니라 이순신으로부터 이 시대를 견뎌낼 신념과 용기를 받아 먹었다.
죽음조차도 사람과 나라를 지키는 데에 온전히 바친 이순신의 무서우리만치 헌신적이고 완벽한 인생은 읽는 것만으로 내내 경탄과 경외를 불러 일으킨다. 이 책은 그 어떤 드라마나 소설보다 명백하고 분명하게 이순신 생애의 가치와 무게를 보여준다. 삶의 수많은 고비와 변화 속에서 이순신이 무엇을 느꼈고 어떤 선택을 내렸으며 그에 대한 결과들까지 세밀하게 기록하여 독자로 하여금 이순신의 심정을 가깝게 느끼도록 한다. 무엇보다도,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랑과 그 사랑만큼 강한 실력을 가지고 백성과 나라를 위하여 살다간 이순신이라는 인물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자는 그 사랑대로 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얻기 위하여 고민하고 노력하게 되는 것을, 나는 이순신의 삶에서 보았다.
저자는 이 책에 이순신의 일생을 켜켜이 담고 나서 책 제목을 참으로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우리 자신이 이순신과 같은 인물이 되기를 또한 이 나라가 이순신과 같은 지도자를 또 한번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소원이 깊어 차마 몇 개의 단어로 이 책을 단정지을 수 없었나보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세 개의 짧은 단어에 너무나 많은 꿈과 바람이 넘실거린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리더, 지금 우리가 원하는 세상, 지금 우리가 원하는 나라, 지금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
어제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내가 지지했던 후보는 예상대로 당선되지 못했다. 하지만 어떠랴.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는 대한민국을 이끌 19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누가 앉아도 힘든 자리이고 누가 해도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저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그가 갈래갈래 찢어지고 난폭하고 흉흉해진 민심을 이어 붙이길 바란다. 한 국가의 수장다운 실력과 덕으로서 새롭고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길 부디 응원할 뿐이다.
그러하기에, 19대 대통령께서도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여기에 다 담겨 있으므로.
온갖 생각이 가슴을 쳤다. 가슴에 품은 생각으로 어지러웠다.
홀로 내내 앉아 있었다. 온갖 생각이 가슴을 치밀었다.
홀로 높은 수루에 기댔다. 온갖 생각에 어지러웠다.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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