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이비 포켓 좀 말려줘 아이비 포켓 시리즈
케일럽 크리스프 지음, 이원열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이 아이가 12살이라는 걸 잊는다. 산 것과 죽은 것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그 아이의 입장이라면, 어쩌면 당연한 걸까? 보통 그 또래 아이들이 갖는 친구에 대한 그리고 선의에 대한 기대를 비칠 때면 아이비 포켓을 소녀로 떠올리며 읽는 데에 무리가 없지만 가끔 이 친구가 정말 대책 없이 사건을 만들거나 어떤 일에 뛰어들거나 대담한 독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댈 때면, 차라리 12살 아이가 주인공인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읽는 게 편하다.

 

아이비 포켓 시리즈는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하녀 시리즈라는 문구로 국내에 소개된 소설이다. 주인공 아이비 포켓은 열두 살로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는 꿈 많은 소녀가 아니다. 오히려 잔혹하고 냉담한 어른들의 세상살이에 강제로 합류하게 된 당찬 아이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고로 어떤 어렵고 험난한 상황에서도 풀이 죽거나 삶을 비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캔디같은 아이라고 보면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어른 뺨을 서너대 후려치는 수준 높은 독설로 주변 어른들을 그리고 아이비 포켓을 위험에 빠뜨리는 이들을 경악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자다.

 

[누가 아이비 포켓 좀 말려줘]는 아이피 포켓 시리즈 중 두 번 째 이야기다. 불행하게도 첫 번째 이야기를 읽지 못한 나는 아이비 포켓의 세계에 흡수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단 인물들의 대사와 문장들이 무슨 의미인지 그 뜻과 의도를 파악할 수 없어서 한 페이지를 여러 번 읽기도 했다. 그런 탓에 아이비 포켓의 눈 앞에 들이닥친 여러 위기와 놀라움을 읽으면서도 쉽게 공감할 수 없고 쉽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지도 못했다.

 

아이비 포켓이라는 주인공 자체는 너무도 매력적이고, 인간들의 여러 위선을 꼬집고 있는 이 책의 전반적인 씨니컬함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이 책은 내게 너무도 어려운 책이었다. 1권을 읽고 나서 2권인 이 책을 읽었다면 분명 달랐을텐데 말이지.

3권인 [아이비 포켓의 머리를 가져와]가 나온다는데, 이건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다. 아마 아이비 포켓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이 들이닥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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