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내공 - 이 한 문장으로 나는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어는 마음의 형태이자 정신의 구현이다. 단순한 감정은 표정으로 드러나지만 복잡한 마음과 정신은 그렇게 전달되기가 어렵다. 오직 말이나 글을 통해 전달되고 계승될 뿐이다. 예술가 정신이나 스포츠 정신, 고난을 헤쳐나가는 힘이나 포기하지 않는 끈기 등은 언어로써 전해지고 우리의 마음속에 새겨진다.

11쪽 프롤로그

 

 

 

좋은 말은 읽기만 해도 힘이 난다.

좋은 말은 소리를 내면 더 힘이 난다.

 

웃기는 소리 같지만 좋은 말은 참 좋다. 그리고 좋은 말은 참 많다. 말 자체가 좋아서, 완성도 있는 문장이나 깊이 있는 작가가 쓴 문장이라 좋은 말도 있다. 그런가 하면, 그 말이 지금의 나를 너무나 잘 반영하고 있어서 혹은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힘을 주기 때문에 좋은 말도 있다. 생각을 멈춰 주기 때문에 좋은 말이 있고 생각을 도와 주기 때문에 좋은 말이 있다. 슬픔을 달래주기 때문에 좋은 말, 아픔을 안아주기 때문에 좋은 말, 고독을 소화시켜 주기 때문에 좋은 말. 세상에 좋은 말이 너무도 많아서 나는 오늘도 책 읽기를 멈추지 못하는 가보다. 아직 내가 만나지 못한 좋은 말을 만나기 위해서, 전에 내가 만났던 좋은 말을 다시 만나기 위하여.

 

[한 줄 내공]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세상에 많은 좋은 말을 고르고 골라 한 권 책으로 엮었다. 한 줄의 문장이 지닌 무한의 에너지를 포착한 이 책은 참 좋다. 이 책에 실린 말들도 좋고 그 말을 뿌리 삼아 마음 깊숙이 뻗어 나가는 저자의 독백도 좋다. 단순히 좋은 말 대잔치의 느낌으로, 이 땅에 존재하는 많은 좋은 말들의 나열에 불과한 책이었다면 별 재미도 의미도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불투명한 앞날을 걱정하던 젊은 시절에 수많은 독서의 밤을 보내며 길어 올린 문장들을 모은 책이다. 그 수많은 밤은 저자에게, 별처럼 반짝이는 문장과 함께 태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내공을 남겼다.

저자가 일본인이다보니 일본 문학가나 명사들의 문장이 다수라서 그것이 좀 아쉽다. 하지만 빛나는 문장과 저자의 근성이 어우러진 글들을 읽다보면 저자의 생애에 든든한 내공이 되어준 문장들이 내 인생에도 좋은 힘을 주리라는 기대 속에 산뜻한 기분으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지나간 불행을 한탄하는 것은
새로운 불행을 불러들이는 지름길이다.
운명이 어쩔 수 없이 재난을 가져다주었을지라도
인내하면 그 재난을 웃어넘길 수 있다.
도둑을 맞고도 싱글벙글 웃는 사람은
도둑으로부터 다시 빼앗을 수 있는 사람이고,
마냥 한탄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마저 잃게 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셀로] 중에서
26쪽

"희망은 땅 위의 길과 같다"는 표현은 실로 뛰어난 비유다. 중국의 문호 루쉰은 희망이란 길처럼 만들어지거나 생겨날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하면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져야 길이 생기듯, 생각을 공유하면 보다 구체적으로 희망이 생겨난다는 뜻이 된다. 여기에서 나오는 ‘공유’라는 개념은 무척 중요하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과 앞날이 불안한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 서로의 기분을 동시에 변화시킬 수 있다. 사소한 대화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져서 희망이 싹트는 것이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처럼 하잘것없는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벼운 약속이라도 할 수 있는 상대만 있어도 사람은 몰라보게 밝아진다. 이와 관련해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인간은 상호보완적인 존재’라고 말한 바 있다. 상대가 있으므로 인해 자신이 변화하고, 자신의 변화에 의해 상대 또한 바뀌어가는 것이다.
4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