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클래식
홍승찬 지음 / 별글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나에게 클래식의 세계란 어떤 선망이다. 평소에도 자주 듣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직접 찾아가 관람하는 것도 즐기지만 그 분야에 해박한 지식이 있는 건 전혀 아니다. 어떤 음악가나 연주자들에 대해 알려고 노력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마냥, 나는 아무리 그 분야에 대해 알려고 해도 알아지지가 않더라.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짐으로 느껴지면서 오히려 클래식을 즐기는 것이 부담으로 변하자 나는 알려고 노력하는 것을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듣게 되었다. 그냥 아무 욕심 없이 그 선율을, 그 느낌만을 즐기게 되었다.

오히려 이렇게 아무 욕심도, 생각도 없이 음악 자체만을 즐기게 되니 홀가분하다. 이게 어느 음악가의 협주곡 몇 번이니, 이건 어떤 연주자의 어떤 공연이니 따위 모르면 좀 어떤가. 클래식이란 존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나는 음악이란 그리고 예술가란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우주인지를 느끼게 되는데.

 

클래식 음악이라는 분야에 대한 순수한 (어쩌면 백치미라고 표현해야 더 어울릴 법한) 애정 덕분인지 클래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든 책에 대해서도 순수한 흥미가 돈다. 지식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서,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는 그만큼 이 분야에 대해 더 유식해져야지 뭐 이런 욕심이 전혀 없다보니 책을 다 읽고 난 후 머리에 남는 게 아무것도 없어도 억울하거나 아쉽지 않다. 읽는 그 순간에 느꼈던 감동이면 족하다. 그리고 읽는 순간에 느꼈던 그것은 마치 편지처럼 고이 접혀 있다가 언젠가 그 이야기와 관련된 클래식을 읽다 보면 아련히 머리에 떠오르게 되더라. 그래서 요즘은 클래식 관련 서적도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읽는다. (읽다가 중간에 멈추든 아예 접어두든 그것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독자에게 부담 없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에게 더 가까이 가게 된다. 전문가 수준의 지식이나 깊이를 전달하려고 하는 책은 그 책 나름대로 좋지만, 나처럼 깊이 없이 그저 선율을 즐기는 정도의 사람은 너무 깊은 클래식의 세계가 부담스럽다. 잘못 발을 넣었다 빠져서 헤매게 되면 어떡할까 싶어서.

 

홍승찬 한예종 교수가 월간 객석에 연재한 칼럼 등을 엮어 출간한 [, 클래식]은 위에서 이야기한 몇 가지 이유로, 나에게 너무 재미있고 좋은 책이었다. 표지도, 두께도 부담 없이 독자를 끌어당기는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안나 네트렙코의 라트라비아타 공연을 유튜브에서 찾아보았고 에브게니 알렉산드로비치 므라빈스키의 일대기를 검색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클래식은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 있는 유산이자 예술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신념이고 누군가에게는 사랑이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되는 클래식. 그리고 나 같은 범인에게는 꿈이자 낭만인 클래식. [, 클래식]을 읽는 동안은 클래식에 대한 저자의 깊은 애정을 그리고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대한 저자의 경의를 함께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 책에는 클래식 자체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예술 경영에 대한 이야기 등도 있다. 음악과 함께 생과 사람에 대한 저자의 따듯한 시선과 통찰을 함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정말 클래식다운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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