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보노보노>라는 만화와 그 캐릭터는 낯설지 않았다. 워낙 유명한 만화인데다 워낙 유명한 캐릭터니까. 포로리니 너부리니, <보노보노>를 한 번도 안 본 나조차 보노보노의 친구들을 알고 있을 정도니 이 보노보노는 얼마나 유명한가.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너무 유명한 ‘만화’라서 나는 <보노보노>를 고작 그림체가 서정적인 만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다산북스에서 펴낸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만화 <보노보노>를 직접 보는 것은 이 책에 실린 짧은 컷들을 읽고 보는 게 처음이었던 나는 깜짝 놀랐다. <보노보노>가 이렇게 철학적인 만화였다니... ‘철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굉장히 어른스럽고 속 깊은 사람이었구나‘ 라고, 얼굴만 알고 지내던 지인을 다시 보게 된 기분이었다.

어려서 읽을 때의 감동과 성인이 되어 읽을 때의 감동이 전혀 다른, 어린왕자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작품도 있지만 <보노보노>는 그런 작품과 조금 다르다. 어디가 다르냐고? <보노보노>만이 주는 여러 가지 성찰과 반성 혹은 깨달음 그리고 위로에 대하여 김신회 작가는 에세이를 썼다. 김 작가의 글은, 보노보노와 그의 친구들이 했던 이야기들(대사들) 그리고 보노보노의 4컷(혹은 8컷) 만화와 <보노보노>의 서정적인 이미지들과 함께 엮여 책으로 나왔다. 그게 <보노보노처럼 살아서 다행이야>다.

보노보노와 그의 친구들 그리고 그 숲에서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은 우리 일상에서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이웃, 동료들 사이에서 늘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닮아있다. 부모님과 자녀와의 세대 차이, 여러 친구들 간의 입장 차이, 각 생명체의 한계와 여건에 따라 다른 입장의 차이. 그렇기에 <보노보노> 속 여러 인물들은 서로 부딪히고 싸우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보노보노>의 매력은 이 갈등을 잔잔히 어루만지는 시선에 있다. 자기만의 생각, 자기만의 입장과 세계에 갇히기 쉬운, 인간이기에 갖고 있는 이 가녀린 속성에 대해 원작 작가는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걸.’ 이라고, 덤덤하게 인정해주고 다독여준다. 그러면서도 갇힌 세계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생각과 느낌에 대해 은근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그런 보노보노의 세계를 읽고 거기에 깊이 동감하고 공감한 김신회 작가는, 보노보노가 들려준 이야기들과 우리의 살아가는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한 데 녹여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보노보노로부터 받았던 위로와 교훈, 보노보노를 통해 뉘우치거나 깨달았던 삶의 많은 조각들이 여기 담겨 있다.

한 번 다 읽었는데도 꼭지마다 실려 있는 <보노보노>의 만화가 재미나서, 그 모난 데 없이 서정적이고 포근한 일러스트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져서 그리고 김신회 작가의 맛깔스런 에세이가 좋아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 귀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