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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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각과 감정, 의사는 사람 안에만 있기 때문에 이것을 사람 밖으로 꺼내어 낸 것이 말이다.

말은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이것을 기호화하여 눈에 보이는 형체로 치화한 것이 글이다.

 

그래서 글은 결국 사람이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글, 바다처럼 망망한 글 사이에서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 쉽게 잊는다.

 

안종오 검사가 쓴 수필집 제목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사실을 되새겨주는 귀한 문장이다.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은 사실 저 뿐만이 아니다.

법은 결국 사람의 가치를 보존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것 아닌가. 우리는 결국 모두 다 근본은 같은, 사람 아닌가.

그러나 때로 살아가는 일이란, 이 모든 것 위에 까맣고 짙은 색을 덧칠하여 삶을 혼돈하게 한다. 안종오 검사가 쓴 내용 중에, 인생은 우리에게 상처를 먼저 가르친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너무나 공감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생이 가혹해서가 아니라, 상처를 먼저 배워야만 회복과 행복와 삶의 가치를 깨닫는 인간이란 존재의 습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6년차 부장검사인 안종오 검사는 수많은 사건들을 다루면서 그 방대한 기록에 묻혀 사람을 잊었다고 그의 책에서 고백한다. 그 사람은 사건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라는 명목을 쓴 타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잊은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그러면서 공황 장애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책상에 업무로 쌓여있는 그 기록들 그리고 그 기록을 또다른 기록으로 써나가는 자신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지금은 누구보다 잘 알리라. 그렇기에 이런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으리라.

 

검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보듯 스펙타클하고 때론 과격한 기록을 담은 책은 아니다.

하지만 빽빽한 사건들 속에서 사는 일에 치어 헐떡이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공감하고 교감하며, 옳고 그름이 아닌 사람이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을 판단하는 검사의 기록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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