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자본주의 새로운 시작
폴 메이슨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자본주의의 한계 혹은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꼬집는 사설이나 서적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자본주의 속에 태어나 자본주의라는 질서와 체제가 마치 내 몸에 흐르는 피처럼, 콧 속으로 들어오는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나에게 이런 흐름은 아주 당황스러운 일이다.

자본주의 외에 다른 경제의 세계를 경험해본 적도 없거니와 다른 질서의 출현을 생각해본 일도 없는데, 이 세상은 마치 당장이라도 다른 프레임으로 갈아 입으려는 것 같아서 그렇다.

트랜스포머에서 봤던 그 외계로봇처럼, 멀쩡하던 스마트폰이나 자동차가 내일 아침에 난데 없이 다른 물건이 되어 있다면 나는 당장 내일부터 어떤 경제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

 

그간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돈의 개념과 가치에 대한 의문, 한국의 자본주의가 보여준 수없이 많은 부조리 때문에 나는 경제 관련 서적은 아주 골치 아픈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누구에게 물어보거나 어떤 책을 읽어봐도 딱히 답이 없으니까.

어차피 내가 무지막지한 자본가도 아닌 마당에, 억만장자가 되겠다는 거창한 비전도 꿈도 심지어 능력도 없는 마당에 내가 알자고 덤벼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였다.

골치 아픈 건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것이 스트레스 없는 삶의 원칙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그런 나조차 어쩔 수 없이 최근의 경제서적들을 붙잡고 읽게 되는 이유는 별거 없다.

 

장사가 안 된다. 뉴스로 전해 듣는 간접 경험이 아니라 실제 경험으로 그렇다. 당장 작년 이맘 때의 반 정도 밖에 매출이 안 나온다.

내가 노동력을 덜 써서? 아니면 전략을 잘못 잡아서? 아니다. 우리 가게만 그랬으면 내부적인 문제구나 하고 진단했을텐데 그게 아니다. 이 동네가 다 그렇고, 온 나라가 다 그렇다.

너무너무 속상한 나머지, 대체 왜 이런 시대가 왔는지 이유를 알아야 속이라도 풀릴 것 같았다.

 

[포스트 자본주의 새로운 시작]은 그런 동기에서 발견한 책이다.

기술로 인해 괴물같은 생명력과 발전 에너지를 얻은 자본주의가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에 의해 죽어 가고 있는 현실.

영생 할 것 같았던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는 신이 아니었다. 지구촌에 어마어마한 부를 낳은 이 자본주의의 생명력이 다해가는 것을 우리는 지금 온몸으로 겪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00년대에 들어 발생한 세계 곳곳의 사건과 여러 경제학자들의 진단 그리고 저자 개인이 취재하며 겪은 다양한 사례들을 근거로 죽어가는 자본주의의 현실을 고발했다. 그리고 이 혼란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변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지 알기 위해서는, 방향키를 제대로 돌리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있는 시대적 상황을 정확히 아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한 대안이 현실적이다 혹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은 내가 내릴 수 없다. 아는 게 있어야 진단도 하는 법.

날고 기는 경제학자들이 십년 전 혹은 몇년 전에 내린 진단도 빗나가는 판국에 나 같은 선무당이 앞날을 점칠 수야 있나.

다만 한 가지, 이 책은 2017년 지구의 경제 현실에 대해 잘 일러준다. 500페이지가 넘는 묵직한 책에는 무게 만큼이나 묵직한 현실이 잘 들어있다.

그래서 오늘날 이 아비규환을 겪고 있는 내가 그리고 내 가족이 대체 왜 이런 시대를 살게 되었나에 대한 어느 정도의 풀이를 제공한다.

일단은 그것만이라도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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