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콘서트 : 핵, 과학이 만든 괴물 - 지식의 신세계로 떠나는 오싹한 호기심 여행 잡학 콘서트 시리즈 1
공공인문학포럼 지음 / 스타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선거 유세 때부터 고립주의를 표방했던 트럼프가 결국 미국대통령으로 당선된 지금, 한국은 그야말로 앞이 보이지 않는 모래폭풍 속에 갇힌 느낌이다.

이전의 그 어떤 대통령과도 판이하게 다른 트럼프라는 새로운 인물이 세계 패권을 쥐게 된 상황에, 있는 눈치 없는 눈치 죄다 발휘해가며 앞날을 모색해도 모자랄 판에.

바지대통령에 열받은 국민들은 추위도 막지 못한 뜨거운 촛불을 들고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고 대통령은 죽어도 자기자리 못 내놓겠다며 배째라로 일관.

상심한 국민들이 지갑을 닫고, 이름 밖에 없는 대통령은 그나마 있는 이름이라도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계시느라 나라 일은 뒷전(이라고 썼지만, 이 분은 아마 취임 이후에 내내 나라 살림에는 뒷전이셨을 거라고 추측된다) . 이러니 덩달아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외교 역시 모두 일시정지 상태일 수밖에 없다.

국제관계가 급변하는 이 마당에 외교까지 마비상태니 한국이란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그나마도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서 밀려나게 되는 거 아닐까, 걱정이 들던 차에오늘 아침에 한 기사를 읽었다.

한국이 국제 외교에서 특히 대북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소외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정치니 외교니 아무것도 모르는 내 눈에도 나라 앞날이 이렇게 막막한데....... 어찌 할까나.

이런 싱숭생숭한 마음을 전혀 위로해 주지 않는, 희망이라곤 절대 주지 않는 책 한권을 읽었다.

 

잡학콘서트라는 제목 뒤에 ''이라는 주제를 품은 이 책은 핵의 탄생을 시작으로 현재 국제사회에서 핵의 영향력, 핵 보유국과 그들의 관계 등에 대해 정리한 핵의 상식사전 같은 책이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핵실험을 하는 북한을 정수리에 두고 살면서도 핵에 그다지 큰 관심도, 두려움도 없다. 나는 이게 우리가 핵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잠시 외국에 지낼 때가 있었는데, 언젠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서 세계가 북한 미사일 뉴스로 뒤숭숭했었다. 하필 그때 한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던 나에게 옆집 사람들은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었다. '지금 한국에 꼭 들어가야하니? 전쟁이 날 것 같아. 너무 위험해. 무섭지 않니? ' 나는 정말 무섭지가 않았다. '괜찮어. 북한이 뭐 하루이틀 저랬나? 늘 그러는 애들이야.' 용감한 건지 무식한 건지, 그때 나는 정말 저렇게 대답했다.

 

그때 이후로 나는 국제사회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같은 땅을 함께 쓰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최소한이라도 알고 지내려고 노력했다. 우리나라의 시선이 아닌, 외국인들의 시선에서 북한이 얼마나 위협적이고 (예측이 안되기 때문에 더더욱) 무서운 존재인지를 경험하고 나서였기 때문인 듯하다.

 

북한을 이해하려면 핵을 이해해야 한다. 적어도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는 그렇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참 반갑고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의 저자인 공공인문학포럼의 목소리대로 우리나라에는 대중이 핵과 핵문제, 핵이 불러온 관계들을 이해하게 해주는 변변한 서적이나 매체가 적다. (없다고는 못하겠다. 나도 모든 책을 다 찾아본 건 아니니까) 이 책의 등장은 그렇기에 더 반갑다.

 

이 책은, 핵이 세상에 태어나던 그 때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출발하여 현재의 핵보유국, 핵을 보유하려고 노력하는 나라들(특히 북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등장 그리고 북한으로부터 비롯되는 서울의 핵 공격 가상 시나리오 등등으로 이어진다. 중간에 북한의 화학무기에 대한 꼭지는 굳이 넣지 않아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 책 전체에 핵을 중심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주제의 이모저모를 잘 담았다. 특히 핵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지 충분히 설명하고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에서 핵의 참혹한 실상을 감추고 있다는 부분으로 책을 마무리 지은 부분은 정말 좋았다.

 

핵이라는 가공할 무기는 이미 지구상에 너무 많고 너무 충동적이고 책임감없는 리더들이 핵무기의 조종대를 손에 쥐고 있다. 더 두려운 일은 IS와 같은 일당들이 실제로 핵무기를 손에 쥘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핵무기 암시장은 여전히 존재하니까. 당장 오늘밤에라도 지구 어딘선가 핵이 터져도 이상할 게 없는 현실. 본문 중에 인도는 평화 목적으로 핵실험을 하고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하지만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지구상의 모든 핵은 반드시, 되도록 빨리 폐기되어야 한다. 핵을 빨리 폐기하지 않으면 정말 핵이 지구를 폐기해버릴 테니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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