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대문 : 사서 편 - 인생에서 꼭 마주치는 질문들에 대한 동양고전의 답 고전의 대궐 짓기 프로젝트 1
박재희 지음 / 김영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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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의 기본경전을 사서삼경이라고 이른다.

삼경은 시경, 서경, 주역을, 사서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을 말한다.

 

누군가에게 낫은 농사의 도구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녹슨 쇠붙이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람을 해하는 무기가 될 수 있듯이,

책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답을 찾는 이에게는 답을 주고, 비결을 찾는 이에게는 비결을 주는 것.

아무리 고전이 좋다, 고전을 읽자..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목적와 용도를 정확히 인지하고 책을 펴는 자에게라야 책은 속내를 보여주는 법이다.

 

동양고전이든 서양철학서든 어쨌건 현재의 삶이 궁한 자가 답을 구하는 마음으로 혹은 비결에 절박한 심정으로 책을 편다면 답이든 비결이든 책도 응답한다.

<고전의 대문> 이 책도 그렇다.

 

올해 여러 고전 입문서와 철학서들을 읽어온 터라, 나는 좀 지쳐있었나보다.

고전의 대문이라고 지은 책 제목도, 인생에서 꼭 마주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주겠다는 듯한 뉘앙스의 카피에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간신히 책을 펴서 몇 글자 읽었지만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닫혀 있었던 내 마음의 대문을 연 것은 한 글자였다. ''

 

독서에 흥이 떨어진지 오래였던 나에게 다시 흥을 채워준 건, 저 마법의 한 글자였다.

그래, 뭐든지 흥이 나야 잘 되고 오래 한다.

 

이 책은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의 사서 고전을 해설한다. 각 고전에 수록된 내용을 해설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 책들이 지어진 배경과 저자의 일대기까지 설명하여 독자로 하여금 각 고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대문을 활짝 열어준다. 그러면서 서양 학자의 책이나 견해들까지 곁들여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을 시작하는 도입부에서 저자는 ''의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흥은 하늘이 부여한 덕이며 인간에게 내재된 성이라고,

'자본주의에서 자본은 한계가 있는 자원이지만 흥본주의 사회에서 흥은 한계가 없는 자원'이기에 흥을 통한 개인의 혁명, 우리 사회 전체의 나아가 세계의 혁명을 이야기한다.

서문에서 이토록 강조한 흥을 독자에게 불어넣기 위해 저자는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해설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종교서와 같은 느낌까지 주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은 내가 지금껏 읽어왔던 사서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저자의 해설 속에서 사서는, 그 옛날 머리에 상투 튼 선비들이 엉덩이에 종기가 나도록 앉아서 읽었던 케케묵은 책이 아니라 혼란했던 세상 속에서 빛을 구했던 선진들의 전언으로 부활한다.

 

고전은 잠시 유행하였다 사라지는 베스트셀러와는 다릅니다. 베스트셀러는 트렌드를 반영하여 그 시기가 지나면 바로 잊혀지지만 고전은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습니다. 이것이 요즘처럼 지속 가능 경영, 지속 가능 기업, 지속적인 건강, 지속적인 승리, 이런 것들을 원하는 시대에 고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고전에는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보편적인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본문 77

 

인간은 바닥을 쳐야 자기 르네상스를 이룰 수 있습니다. 안락과 평화 속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이룰 수 없습니다. ‘궁즉변窮卽變’, 주역에 나오는 말입니다. 부서지고 망가지고 궁해져야 변합니다. 저는 공자의 이말이 참 좋습니다.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이것은 나를 더욱더 단단하게 해주려고 하는 전환점이다.’ 공자는 태산에 올라가서 그동안 못 봤던 그 천하를 보았습니다. 노나라 궁정에서 안주하며 로컬 지식인으로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다가 유랑을 통해 태산에 올라가는 순간 자기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지식인으로 부활하였던 것입니다. <장자>에는 시각과 관점의 높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해주는 많은 구절이 있습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우물 안에서 바라본 하늘이 모두라고 생각하여 더 큰 하늘을 보지 못하고, 여름에만 살다 가는 벌레는 자신이 사는 여름이란 시간에 갇혀 겨울과 얼음이라는 계절과 물질을 상상하지 못하고, 시골 동네 지식인은 자신이 가진 지식의 그물에 걸려 더 큰 지식과 만나지 못한다.’ 엘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강조한 일명 시간, 공간, 지식, 기반의 그물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부의 혁명의 시대에 수혜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시간의 속도와 공간, 지식의 기반을 부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문 82

 

무엇을 구하며 책을 읽는가에 따라, 책은 모습을 바꾼다.

저자가 서문에서 나에게 ''을 던지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이 책을 이제껏 읽어왔던 다른 동양고전서와 별 다름없는 책으로 읽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흥의 전구를 켠 덕에 나는 고전의 문 하나 하나를 다시 열어 내 안의 흥을 완전히 깨울 선진들의 흥을 찾으며 책을 읽었다.

 

고전은 역시 재미있는 것이고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이며 때로 마음이 지칠 때 그것을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고전을 읽으면서 느꼈던 고전에 대한 애정의 부활은 어쩌면 마중물이 되어 일상에 대한 (삶에 대한) 애정의 부활도 불러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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