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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 거대한 그린란드상어를 잡기 위해 1년간 북대서양을 표류한 두 남자 이야기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누가 이런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시작했을까?
그 생각을 실행으로 옮긴 건 객기라고 해야 할까, 오기라고 해야할까?
어쨌든 분명한 건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를 잡으려고 덤빈 두 사람이 실제로 있었고 이건 그들이 만든 실제사건이다.
저자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와 그의 친구 후고 오스요르는 상어를 잡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는데, 그건 뭐 어떤 엄청난 동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 이야기가 대단한 것은 어쩌다 시작하게 된 이 호기로운 계획을 이 둘이 굉장히 진지하게 실행에 옮겼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진지하면서도 철학적으로, 무엇보다 재미있게 기록했다는 점이 특히 최고.
모험가이자 역사학자, 사진작가,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해온 저자의 배경 덕분인지, 이 책은 마치 네셔널지오그래피에서 방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극한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상어를 잡는 이야기라고 해서 상어와 그 포획법에 대해서만 시야를 제한하지 않는다. 어쩌면 상어를 잡겠다는 목표는 단순한 멍석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저자가 폭넓은 이야기를 다이나믹하게 풀어놓기 위한. 저자는 바다와 그 속의 생물 그리고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이 해수면 안팎에 써온 역사를 끌어오고 신화를 파헤치고 소설가들이 남긴 일러준다. 사회와 산업과 과학과 생물학 등등 상어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저자가 긁어모은 자료의 범위는 바다만큼이나 광활하다.
그래서 모든 기록들이 살아있다. 이 책은 지구 반대편에서 상당히 다른 삶의 모습일지라도, 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의 이슈와 닿아있고 나의 관심사를 날렵하게 찔러온다.
나는 저자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들을 미끼처럼 입에 물고 파닥파닥 좇아갈 뿐이다.
본래 나는 바다를 좋아하지 않았다. 흙과 나무처럼 나를 품어주지 못하는 공간으로 느꼈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내쳐지는 느낌이 드는 곳이 바다였다.
표정을 알 수 없는 수면 아래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아서 두렵기까지 한 곳이 바다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바다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어느정도 허물수 밖에 없었다.
저자가 바다를 찬양해서도, 저자의 친구인 후고가 바다를 경외해서도 아니다.
이런 드라마와 경이가 존재하는 곳이 바다라면, 내쳐진듯한 고독과 고립감을 주는 곳이라도, 따듯한 흙과 나무가 없는 곳이라도 충분히 사랑할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안 건데, 이 책의 주인공 둘이 상어잡이에 나선 바다인 로포텐제도는 내셔널지오그리픽이 선정한 세계에서 세 번째로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하니.
저자의 광활하고도 서늘한 풍경묘사가 아름다울 수밖에 없었구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