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웨어 - 생각은 어떻게 작동되는가
리처드 니스벳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에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싫은 소리를 한 번 했다.

 

내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는데, '자기 업무가 아직 정리가 안 되었고 내 업무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자기 업무를 정리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자료를 줄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답변은 한번에 받은 게 아니고, 3번에 걸친 자료 요청 끝에 받은 답이었다. 그리고는 파일 두 개를 보내왔다. 내가 필요한 자료의 한 10% 정도에 해당하는 분량의 자료였다.

 

다소 빡친 나는 '자료를 따로 정리해달라는 게 아니라 너네 쪽에서 업무 진행을 하면서 쓰는 자료를 주면 내가 그걸 참고해서 내가 해야 하는 업무를 진행하면 되니 그냥 그걸 넘겨주면 된다. 만약 문의가 있다면 너에게 혹은 네 팀원들에게 문의를 하면 되고, 네가 너무 바쁘면 문의를 받아줄 다른 사람을 나와 연결해달라고 다시 요청했다. 나의 요청에 대해 그 동료는 자기들 팀이 전체적으로 다들 너무나 바쁘기 때문에 자기도 답변할 시간이 없을뿐더러 물론 팀원들도 내 문의에 답변할 시간이 없다. 팀원 보호 차원에서 내 문의를 받아줄 사람을 연결해줄 수 없다. 어차피 나중에 자료가 정리되니 그때를 기다려 달라. 이렇게 답했다.

 

매우 빡친 나는 그럼 내가 보고 따로 문의를 하지 않을 정도로 이해가능한 수준의 자료는 언제 전달해줄 수 있느냐? 물었더니 약 두 달 뒤라고 했다.

 

결국 빡이 치다 못해 폭발한 나는 메신저로 긴 항의문을 보냈다. 너의 업무 행태는 나에게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너는 네 업무 진행과 네 팀원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하지만 지금 너의 행태는 나의 업무를 방해하고 나의 팀원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다. 그토록 바쁘시다니 너의 바쁨을 존중하여 이후로 너에게 자료요청 하지 않겠다. 짜이찌엔.

 

내가 폭발한 뇌세포를 추스를 사이도 없이 멘탈이 갈갈이 찢기는 사건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이 후로 이 동료는 내 메시지 자체를 읽지를 않는 것이다. 전달사항을 아무리 보내도 확인하지 않았다. 안 읽은 메시지가 차곡 차곡 숫자로 쌓여가던 어느 날, 내가 찾아가서 물었다. 왜 메시지 확인 안 합니까?

그는 말했다. 확인 다 했고 다 읽었다. 자기가 답변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이 준비되면 답하려고 미확인으로 놔두었다고 한다. 메시지 답장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미확인으로 놔두었다고 한다.

 

그 답변을 듣고나서 알았다.

..... 이이는 나와 생각의 조직, 의식의 흐름 자체가 아예 다른 이로구나.

그리고 그를 가까이 하지 않기로 했다.

그로부터 저런 대답을 듣기 전까지 내가 보낸 미확인 메시지들이 달군 프라이팬처럼 얼마나 내 마음을 지글지글 볶았는데, 저 답을 듣고 나니 나는 바보가 되어 있었다.

! 답장해야 하는 걸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일주일이 다 되도록 미확인 메시지로 놔두셨군요! 이런 사려깊은 사람을 보았나.

 

보통 메시지가 오면 당장은 대답할 수 없더라도 일단, '확인하고 알려주겠다'고 답하는 게 예의라고 알고 있던 내가 병신이었나 보구나.

정말 핫한... 여러가지 의미에서 뜨거웠던 몇 주를 보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생각은 어떻게 작동되는가, 라는 의문은 나를 위한 것이었다.

그래! 내가 지금!! 저 심각한 의문에 빠져 있어! 그러니 나에게 답을 달라!

 

사람은 모든 수를 알 수 없다. 내 앞에는 언제나 여러가지의 수가 있다. 상수가 있고 변수가 있고 허수가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수를 다 읽기엔, 사람은 너무 감정적이고 편협하다.

상수인 줄 알았던 요소가 어느 날 어떤 감정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다시 보니 허수였던 적도 있고, 변수라고 생각했던 요소가 그를 둘러싼 상황을 전체적으로 다시 파악하고 나니 상수였구나, 싶은 적도 있다.

 

저자가 본문에 쓴 것처럼 상관관계, 인과관계 등등을 정확하게 측정하기란 정말 대단히 어렵다. 그 대단한 셜록도 추리를 틀리잖아.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자료가 충분해도 추측이 잘못되기 쉽고 이때 추측을 주도하는 당사자의 감정상태에 따라서 결과도 너무나 큰 편차가 나타난다.

저자는 이런 '사고'의 오류를 파고들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상황과 감정, 경험과 편견 등에 발목을 잡혀 잘못 판단하게 되는 일들을 두고, 그런 때에 보다 정확한 '생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논리적 사고를 자세히 풀어낸 책 같기도 하고 합리적 판단에 대해 안내하는 책 같기도 하다. 유익하고 어떤 부분은 엄청 재미있는데 문제는 조금 읽기가 어렵다.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책은 아닌데 좀 어렵다.

 

책이 어려워서 집중하고 읽어야 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 책의 안내에 따라 내가 보지 못하고 읽지 못한 여러가지 상황과 정보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성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인지 어쨌건 이 책을 읽으면서 불쾌했던 감정을 많이 누그러졌다. 주의할 점이라면, 누그러졌다는 것이지 사라졌다는 게 아니라서 나에게 여전히 그 동료는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생각 체계를 가진 존재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 진짜.... 사는 건 너무 어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