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잡은 주역 - 동양철학과 인문학의 고전 읽기
이중수 지음 / 별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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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니 천간이니 하는 규칙들은 참 신비하다.

동생은 몇 년 생이니? 토끼띠에요. 아유, 언니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구나. 이런 대화가 가능한 문화권에서 살아왔으므로, 십이지나 갑을병정이니 하는 십간은 나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규칙이다. 그리고 때로 이런 규칙들로 풀어내는 운세, 사람 생의 흐름이 어느 정도 맞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토정비결이나 오늘의 운세 등에서 풀어내는 것들도 전혀 얼토당토한 것은 아닌 듯하다. 올해만 해도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병신년'으로 작년부터 우려도 많고 말도 많았는데 이름에 걸맞는 오만가지 사건들이 다 생기는 것을 보라. (웃자고 하는 소립니다)

 

주역에 대한 책을 읽게 된 건, 위에서 설명한 나의 성장배경 때문이다. 십간과 십이지가 지배하는 시간 속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런 질서의 근본이 되는 역학 체계가 어찌 아니 궁금할 수가 있나.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래를 궁금해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내 개인적으로는 미래를 점치는 건 일기예보를 믿는 거와 같다고 생각한다. (기상청 디스 아닙니다) 큰 그림을 그릴 수는 있으나 세세한 사건과 운명의 향방까지 예측하는 것은 신도 못하는 일이라고 감히 생각하며 살고 있다. 왜냐면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니까. 생각도, 선택도 변화무쌍한 존재, 그래서 그 끝을 도저히 알 수 없는 존재가 인간 아닌가.

 

<바로잡은 주역>을 읽으면서 생소하고 복잡한 체계와 언제 읽어도 어려운 한문 덕에 머리가 복잡했다. 아직은 내가 감히 다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구나 싶어 포기하려던 나를 한 구절이 위로했다. 내가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입장과 주역이 바탕에 깔고 있는 미래에 대한 입장이 같다는 사실.

 

' [주역]이 보여주는 운명 예측은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 195쪽 에필로그

 

이런 공감대를 발견하고 나면 그때부터 책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책처럼 느껴진다. 부쩍 재미있어지고, 흥미로워진다.

 

저자는 젊은 시절부터 주역을 공부해보려고 시도했으나 매번 첫 장에서 낑낑대다가 포기하곤 했단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서야 이 세계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이 부분에서 내가 이 책의 내용을 어려워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를 격려했다. 너가 이상한게 아니다... ㅠㅠ)

 

​​​이 책은 본격적으로 괘에 대한 부분 즉 본편을 들어가기 앞서 주역의 근간 사상을 먼저 익히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주역의 철학을 담고 있는 계사전을 크게 두 덩이로 나누어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 나간다. 해석이나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사상을 담은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이 갈릴 듯 하다. 나의 경우에, 사상을 설명해주어서 오히려 읽기가 부담이 없었다. 동양 인문학을 읽는 느낌으로 주역이 사상적을 바탕하고 있는 세계관을 짚어 나갔다. 주역의 세계관을 읽어나가면서 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이 책이 그간 많은 군자와 학자들의 총애를 받아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주역의 철학은 사람의 운명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 변하므로, 그 운명이 조금이라고 길한 쪽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옳은 행실을 하라고 가르친다.

 

미래를 점쳐보는 '' 자체도 흥미롭지만 '변화하는 인간'이라는 변수에 무게를 두되 이 변화를 어떻게 읽어나갈 것인지, 또한 나는 어떻게 변화해나갈 것인지를 고민해보는 주역의 근간도 아주 재미있다. 주역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나, 주역의 철학이 궁금한 사람이 차분히 읽어볼 만하다.

  

 

 

    



"선한 일을 쌓지 않으면 족히 이름을 빛내지 못하고,

악한 일도 쌓이지 않으면 족히 몸을 망치지는 않으리니,

소인은 조금 선한 것을 유익함이 없다 하여 행하지 아니하며,

조금 악한 것은 (나쁘긴 하지만) 해가 적다 하여 그만두지 아니한다.

그런데 악이 쌓여 숨길 수 없게 되면 죄가 커져 풀 수가 없게 되니,

역이 이르되 `형틀을 짊어져서 귀가 없어지니 흉하다` 했다."

- 火雷噬嗑괘 上九 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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