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미래 - 디지털 시대 너머 그들이 꿈꾸는 세계
토마스 슐츠 지음, 이덕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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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과 유투브 서핑이 일상이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구글이라는 기업에 대해 호기심이라든가 관심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생긴 적이 없었다.

 

구글링은 어디까지나 검색 행위일 뿐이고 유투브 서핑은 어디까지나 취미 활동일 뿐,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가 어떤 방침과 비전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지 내가 왜 알아야 되나? 그런 데에까지 궁금함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알파고가 나타났다. 우와......... 세상에.... 한때 포털사이트를 점령했던 알파고의 풍경은 내게 어떤 계시 같은 거였다. 세상은 지금 이토록 충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알람이었달까.

 

그 충격적 변화의 중심에 구글이 있다. 자신만만하게 인공지능의 새 지평을 열었고 나아가서는 자율주행차, 의료시스템 등 인간의 일상에 더 집요하게 밀착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

 

검색엔진에서만 보았던 구글이라는 글자 속에 얼마나 거창한 미래 계획이 숨어있었는지 나는 이 책을 다 읽고서야 알았다. 책 뒷면에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사실은 구글을 이해해야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라는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의 등장 이상으로 나에게 놀라웠던 건 구글이 가지고 있는 이념이다.

 

사람에 대한 관심, 기본적으로 사람은 선하다는 믿음, 그리고 구글은 사람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목표.

 

구글의 운영 방침을 단적으로 보여준 부분은 인사 관리 담당자와의 인터뷰 부분이었다. 그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하면서, 지금까지 많은 사례가 있듯 직원들을 형편없이 대하고 굴복시키며 노예처럼 부리는 방법이 그 중 하나라고 했다. 다른 하나는 뛰어난 인재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선택해서 꾸준히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대하는 것이라고. 인간의 선함과 정직함을 믿는 태도로 직원을 대하면 장기적으로 그것이 기업의 이윤 창출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굉장히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나는 이 관리자의 말에 동의한다. 돈이 사람 위에 군림하는 세상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에게 집중하고 사람을 사람다운 가치로 대하는 조직은 더 빛이 난다. 구글이 단순히 자유로운 근무 환경과 질 좋은 먹거리 등 직원 복지를 잘 해주어서 한 해에만 300만 명이 이력서를 내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니까, 사람의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는 기업에 마음이 가는 것이 당연지사.

 

이 책이 단순히 구글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데에만 그쳤다면 재미가 덜했을 터다. 하지만 이 책은 구글이 꿈꾸는 바를 설명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현재 구글이 가지고 있는 맹점, 많은 나라와 언론이 구글을 비판하는 이유, 구글이 현재의 약점을 넘지 못했을 때 구글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지 등등 여러 관점과 분석을 함께 제시한다. 구글이라는 기업을 아주 가까이에서 면밀히 관찰하면서도 냉철한 시선을 유지한 저자의 밸런스가 돋보인다. 덕분에 디지털에 대단히 문외한인 나조차 구글의 미래를 아주 즐겁게 읽었다.

 

책을 덮은 뒤에도 잔상이 남은, 제일 인상적이었던 문장 하나는 이거다.

 

'구글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고 싶어 한다.'

 

What Google really wants 에 대한 답은 바로 이거겠지.

 

기술의 발달은 양날의 검이다. 하지만 뭐가 어쨌건, 인류의 욕망이 있는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기술을 억제하고 통제할 것이 아니라 날로 인간의 영역을 잠식하고 때로 인간의 우위에 서기도 하는 기술을 인간의 존엄을 보존하고 보호하는 데에 사용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인간에게 기술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보호구를 입히는 것. 많은 기업들이 이런 고민을 함께 한다면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그리는,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는 오지 않을텐데 싶다.

    

어쩌면 구글이 파격적인 기업이라 의혹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괴상한 천재들이 모인 기업이 아닌가. 인류에게 축복을 내리는 것은 보통 종교단체나 몽상가 혹은 정부의 몫이다. 그런데 인류애 때문에 제품을 개발한다는 기업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결국에는 이기적인 돈벌이 기계로 전락하지 않은 기업이 인류 역사에 존재하는가? 과거의 선례를 보면 우리는 경고과 회의를 보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구글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고 싶어 한다.
3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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