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의 상인들 - 프란치스코 교황 vs 부패한 바티칸
잔루이지 누치 지음, 소하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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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귀 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한 예수는 백성들의 환호를 받았다.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백성들은 열렬하게 예수를 반겼다.

그러나 성전은 그에게 냉랭했다. 예수가 예루살렘 성전 안에서 번제물을 매매하는 자들의 상을 뒤엎었을 때, 냉랭함은 살기로 바뀌었다.

예수는 '여기는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너희는 강도의 굴혈을 만들었다!'고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호통쳤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를 죽이기로 꾀하게 되었다. (11:15~18)

 

프란치스코 교황은 벌써 3년째 바티칸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바티칸시국에 어울리는 표현이 종교성지에서 종교상권으로 바뀐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기 내내 강도의 굴혈이 된 바티칸을 고쳐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성범죄라든지 도덕성이라든지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가 만연해 있지만 [성전의 상인들]이 주목한 것은 재정문제다. 바티칸 은행과 베드로 성금 등 바티칸으로 흘러들어온 돈이 어떻게 바티칸을 무너뜨리고 있는지 집중했다.

 

저자는 기밀문서와 녹취록 등 내밀한 증거자료들을 총동원하여 이 책에 담았다. '종교'라는 아이템으로 바티칸이 얼마나 철저하게 장사를 해 왔는지를 까발린다.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요인은 바로 현 교황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현 교황의 급진적이고 적극적인 개혁 의지는 바티칸 내부의 자세한 비리들이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게 할 정도다. 그래서 저자는 바티칸 교황청의 비리는 철저하게 공격적으로 기술하면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책과 활동은 교황청과 구분한다. 이 책에서 개혁파 교황과 반개혁파 교황청은 서로 패를 갈라 암투를 벌이고 있다.

 

책을 끝내며 저자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말로 마무리를 짓는다.

과연 교황은 개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하여 만든 성금이 오히려 바티칸의 마이너스 재정을 메꾸는 데 사용된다는 부분을 읽으며, 종교 집단이란 어디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종교 집단에 회의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현실이 그러하니까.

 

예수님은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고 하셨는데 왜 역대 교황들은 그리도 화려한 의복과 아파트와 고급 세단을 누리며 살았을까?

바울조차 돈은 일만 악의 뿌리라고, 이것을 사모하면 근심으로 자기를 찌른다고 경고했는데 왜 이런 가르침에 민감하고 예민하게 믿음을 증명하는 기독교인들이 그리도 적을까?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생각할수록 간디는 참 옳은 말을 남겼다.

'나는 예수를 좋아한다. 하지만 기독교인은 싫어한다. 그들은 예수를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계속 얘기했다간 여러분들을 너무 걱정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쯤에서 끝내겠습니다. 형제들이여, 우리는 교회의 선을 위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제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나이 많은 소교구 사제 한 명이 있습니다. 그 분은 돈 문제에 관해서는 지극히 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분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돈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신자들의 보이지 않는 영혼을 돌볼 수 있겠습니까?"
38쪽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 중에서

사실상 지금까지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모금된 돈은 검은 구멍으로 줄줄 새고 있다.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절대적인 비밀이며 단지 얼마큼의 돈이 들어왔는지에 대한 항목만 존재한다. 그럼으로써 공식적인 재무 회계 보고서가 갖춰야 할 요건을 살짝 피해 간다.
‘상부 지시’라 함은 다시 말해 국무원장이나 전임 교황의 결정이라는 말이다. 왜 그렇게 모든 것을 숨기려는 걸까? 그 돈이 대체 무슨 일에 사용되었을까?
104쪽

지금까지 프란치스코가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 관성과 스캔들, 절도, 부정, 불투명한 이해관계로 혼란스러운 교황청의 모습을 살펴봤다. 교황청의 무책임함 때문에 베네딕토 16세는 사임했고, 교회는 다수의 신앙인을 잃었다. 이를 바꾸기 위해 프란치스코는 유능한 인재들을 버티칸에 투입했고, 외부의 전문가들을 고용해 수백만 유로를 지출하며 교황청의 회계를 조사하게 했다. 이는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이렇게 해야만 냉전시대에 뿌리를 두고 수십년 동안 몸집을 키워온 구세력의 중심을 해체할 수 있다. 또한 종교적 소명과 신자들 등에서 만성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교회가 완전한 신뢰와 미래를 되찾을 수 있다.
3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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