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 감정여행 - 자기소통상담가 윤정의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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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우울, 수치심과 연민. 때로 분노, 의심, 슬픔, 동정 등....

 

사람의 감정이란 참 다양하다. 하지만 이 수많은 감정의 가지들이 평등한 대우를 받지는 못한다. 긍정적인 감정은 언제나 좋은 것, 환대를 받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숨기고 드러내지 말아야 할 것, 나쁜 것으로 취급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의 많은 순간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채우려고 노력한다. 기쁨, 재미, 즐거움, 감동, 뿌듯함.. 그렇지만 감정의 수많은 가지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감정은 흐름이지 섬이 아니다. 기대가 불안을 불러오기도 하고 즐거움이 분노의 서막이 되기도 한다. 그런 순간, 나도 몰랐던 짜증이라든지, 나의 의지에 반하는 우울함이 올라와 나를 뒤덮을 때면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 자체에 지치고 그런 감정들을 내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그러나 정말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나쁘기만 한 것일까.

불안과 우울함이, 여기서 파생되는 수치심과 연민과 분노와 슬픔이 인생에 없어야만 행복한 것일까.

자기소통상담가 윤정이 정리한 상담 사례들을 읽다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는 답을 얻는다.

 

[45일 감정여행]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내 안에 사는 나를 만나는 과정을 정리한 사례집이다.

저자는 불안과 우울을 감정의 핵으로 보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이 불러온 관계의 어려움 (때로는 관계의 어려움이 불러오는 감정들)을 내밀하게 살펴본다.

 

각 사례가 시작될 때마다 상담을 받는 사람들의 이력(성별, 나이, 직업, 가정환경 등등)을 먼저 제시하고 각각이 일상 속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1인칭 시점에서 풀어가는 흐름이 흥미롭다. 이런 흐름 덕에 이 책에 실린 서로 다른 사례들을 읽으며 각각에서 나와 비슷한 점을 쉽게 찾게 된다. 때문에 단순히 타인의 심리상담과 극복 사례들을 살펴보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내 안에 자리한 여러 감정과 그 변화, 흐름들까지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나이도 직업도 환경도 다들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의 유일한 교집합은 솔직함이다. 자기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기 안에서 우러나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찌할 줄 모른다. 숨기거나 포장하거나 왜곡하거나 그대로 드러내어 자기는 물론 주변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힌다. 저자의 상담형식 중에 제일 눈길을 끄는 것은 내담자에게 결정적인 상처를 입힌 사람과 내담자가 상처를 준 사람이 같음을 발견하고 그 대상에게 들려줄 고백서를 쓰게 하는 점이다. 무엇이 아팠는지, 그래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털어놓는 진솔한 자기 고백서의 결말은 애틋하다. '하지만 이제는 당신의 모습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당신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나에게 상처를 준 대상을 껴안음으로써 내 안에서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나 자신도 함께 껴안는 총체적인 화해. 이 책에는 이 화해의 시작과 과정이 잘 담겨있다.

 

소금을 뿌린 수박은 더 달다.

부정적인 감정들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것이 필요 이상으로 오래가고 통제를 벗어나게 되면 삶이 어렵겠지만.

오늘 내가 느낀 고통스런 감정들의 근원은 무엇인지 직시하기 위해서라도 부정 감정들은 필요하다.

사람이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의 갈래들은 어쩌면 사람의 관계가 더 아름답고 견고해지기 위한 장치일지 모른다. 어둠이 있을 때 빛이 더 밝아지고 겨울 뒤에 봄이 더 따듯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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