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임세원 지음 / 알키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죽고 싶어 하는 사람 중에 진심으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죽으려는 사람 중에 진짜로 죽으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이 책은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의 눈길조차 단번에 사로 잡는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래, 정말 그렇거든.

어제 누군가에게 내가 들었던 말이기도 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무심코 흘리는 말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저자는 20년간 우울증을 치료해 온 정신과 의사도 나름대로 실력이 좋은 의사라고 했다. 타인의 병든 마음을 치료해온 그, 수많은 정신과 이론과 임상실험 결과들을 머릿속에 담고 있었을 그에게 어느 날 맨정신으로 감당키 어려운 통증이 찾아왔다. 그가 배우고 익혔던 그리고 환자들과 학회 앞에서 입으로 전했을 수많은 이론과 실험 결과들은 거의 쓸모가 없었다. 타인의 수많은 사례들이 더이상 사례가 아닌 그의 삶이 되었을 때, 그는 분노하기도 했고 절망하기도 했고 오열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의 환자들이 그러했듯이.

 

심리학 책이라고, 그렇게만 이야기하기엔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진심이 너무 무겁다.

흔들리는 그가 걸어온 생과 사의 경계를, 그가 겪은 이승과 지옥의 사이를 독자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의사의 말에 어떻게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이걸 그냥 책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 병은 내가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을 앗아가 버렸다. 나는 어느때부터인가 웃음을 잃었고, 활기를 잃었으며, 무엇보다 '희망'을 잃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뒤이어 어김없이 지독한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렇게 3년여간 끝 모를 고통을 겪으며, 나는 내가 마음의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고 있는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전에 갖고 있던 내 생각들 중 어떤 것은 사실이었지만, 어떤 것은 단지 나의 소망에 불과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내가 마음이 아픈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분들의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절망에 빠지고 보니 그것이 내 온전한 착각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

7-8쪽 들어가는 글 중에서....

 

'나의 고통'에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타인은 누구도 없다.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의 고통에만 공감할 뿐이다. 타인의 목숨이 끊어지는 고통보다 내 손톱이 빠지는 고통에 더 민감한 게 인간 아닌가.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의사가 털어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간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의사로서 전했던 수많은 이야기들, 처방들... 그런 이야기들에 대해 이토록 겸손하게 이야기하며 서문을 연 저자이기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본문 중에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마다 더없는 진정성이 실려 있다.

 

한때 나도 겪었던, 정말 지독히도 건조하고 황량했던 그 어두운 터널에서 어떻게 기어나올수 있는지에 대해 감히 말하건데 방법은 없다. 그 터널에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갔지만, 거기는 약도 없고 지도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그냥 견뎌야 한다. 더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해 지금 잡고 있는 것들을 더 꽉 붙들고 버텨야 한다. 어떻게든 버티다 보면 계속 계속 실마리를 쥐고 있다보면 어느새 그 실마리의 끝에, 터널의 바깥에 서게 된다.

 

이 책의 저자가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처방 역시 비슷하다. '가느다란 희망의 근거'를 놓지 말라고. 그러면 행복의 실마리를 쥐게 될 수 있다고.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위해 혹은 그런 이를 돌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어쩌면 의사로서 털어놓기 어려운 말일 수도 있는 그의 경험들을 책으로 썼다.

어느 날 벼락처럼 몸이 아프기 시작했을 때, 그 고통이 심해져서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때. 그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그러다가 조금씩 희망의 근거를 찾아 행복의 실마리를 손에 쥐게 된 그는 마침내 '오늘 이 순간을 살아내는 삶'에 이른 과정을 담담하게 전한다. 그가 자기 스스로에게 적용한 심리학적인 접근과 시도들은 실제로 우을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는 섣부른 위로도 공감도 하지 않는 대신, 때로는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때로는 냉철한 의사로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저자가 의사이기 때문에 그의 말에 진심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 마음으로 읽히는 이유는 경험담을 솔직하게 전하면서도 저자 스스로 막연한 희망과 현실을 뒤로한 이상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디까지나 지금 이 순간에서, 현재의 일상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누구도 인생을 마음대로 살 수 없다. 모든 것을 선택하고 모든 것을 누리는, 모든 것이 마냥 행복하기만한 사람은 없다. 살다보면 우린 어쩌면 날마다, 내가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암초들에 부딪혀 아프고 상하고 지친다. 그럴 때.... 상한 마음을 그대로 두지 말자. 저자의 조언대로 그 어둠에 순순히 지지 말자.

( 이 책에 쓴 저자의 말 중에 추천하고 싶은 구절들이 많은데) 이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담길 것 같다.

 

- 받아들인다는 것은 포기한다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나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단지 내 인생의 작은 조각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

    



- 받아들인다는 것은 포기한다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나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단지 내 인생의 작은 조각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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