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마음 - 선묵혜자 스님과 함께 떠나는 마음산책
선묵혜자 지음, 오순환 그림 / 쌤앤파커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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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

왜 사는 걸까

무엇을 위해 살아야 좋은 걸까

어떻게 살아야 옳은 걸까


생은 결국 탐구와 선택의 반복인가보다.


씨앗은 흙에 닿으면 뿌리는 내리고 줄기를 올려 꽃을 피우고 또 다른 씨를 맺는다.

알에서 태어난 곤충은 애벌래로 살다 잎을 갉아먹고 변태하여 성충이 된다.

어미의 자궁에서 무사히 공기 중으로 빠져나온 새끼는 부지런히 먹고 자라 또 다른 새끼의 어미가 된다.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생물들의 삶은 이렇듯 단순하다. 왜 나는 나비인지, 왜 나는 자두나무인지 탐구할 필요가 없다.

날개 색깔을 파랑으로 할지 분홍으로 할지 어미를 떠나 홀로 살지 어쩔지를 선택할 수도 선택해야 할 일도 없다.

그저 호흡하고 먹고 살다 후사를 남기고 흙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왜 유독 인간만이 이렇듯 복잡한 생의 순환을 그리는 것일까.

평생을 나와 타인과 세상과 생을 탐구하며 살아놓고도 결국에는 모든 것이 헛되고 아는 것은 없다고 되내이다 죽게 되는 것일까.


모르는 마음.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저 두 마디에 사로잡혔다.

모른다. 마음. 모르는. 마음.


안다/모른다는 보통 마음이 아니라 머리와 연결되는 단어인데 마음이 모른단다.

생은 머리로 안다 모른다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으로 안다 모른다의 문제라서인가.

 

몸 밖이 복잡해서인지 몸 안이 복잡해서인지, 서점에는 이런 명상 에세이류의 서적이 굉장히 많다.

봄에는 봄이라서, 여름에는 여름이라서 가을에는 가을이라서.

지금처럼, 바람이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지는 겨울이 오면, 또 겨울이라서, 사람들은 이런 책을 찾는다.

모르는 마음을 알게 해줄 잠언의 책.


그런 책을 찾아 이 책 저 책 뒤지다 보면 좋은 책도 만나고 별볼일 없는 책도 만나고 그런다.

좋은 책은 모르는 마음을 알수 있도록 빛을 밝혀주는 책. 촛불이건 형광등이건 태양빛이건.

별볼일 없는 책은 말 그대로 볼만한 별이 없는 책, 별빛만한 쪼그만한 빛도 없는 책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을 이야기하자면, 불가의 교리가 적당히 반가운, 탐구의 동반자로 삼기에 꽤 괜찮은 책이다.


단순한 위로나 조언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삶을 '잘' 살아내기 어찌 그리 어려운지, 동감과 연민이 있어서 그렇다.


이런 책을 고를 때 나는 두 가지를 꼭 고집한다.

위로가 있되 위로만 있다면 사양하도록.

나를 이해해주되 남도 이해해준다면 끝까지 읽도록.


적당히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 허물은 없었는가 책도 잡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도 내가 독자니까 읽는 사람의 마음을 제일 먼저 얼러주되 나 말고 다른 사람의 마음은 어떠했을지까지 비춰주면 더욱 좋다.

그래서 이 책이 좋다.


'그대들이나 나나 좋지 않은 습을 가졌습니다'

라고 정중히 하지만 단호히 꼬집어주는 마음새가 좋다.

더불어 오순환님의 일러스트가 정말 정말 좋다.

일러스트북이 나오거나  엽서가 기획물로 판매되면 정말 좋겠다 싶을 정도로.

색감도 예쁘고 그림에 담긴 정서도 참 아늑하고 따스하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좋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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